A아파트 재건축조합의 조합원 박씨는 평소 조합사무실에 자주 놀러가서 시간을 보내던 사람이었는데, 어느 날 조합사무실 앞을 지나가던 중 조합장 장씨의 명품 사이클 자전거가 잠금장치 없이 놓여 있는 것을 보고 ‘한번 타보고 돌려주자’라는 마음을 갖고 조합장의 허락 없이 자전거를 타고 동네를 한바퀴 돌고 온 후 원래의 자리에 돌려놓았다. 위 사안에서 다른 사람의 자전거를 허락 없이 사용한 조합원 박씨에게 형사상 절도죄가 성립하는지 검토해 보자.

형법상 절도죄란 다른 사람이 점유하는 다른 사람의 재물을 절취함으로써 성립하는 범죄로서 이러한 절도죄에는 권리자를 배제하고 다른 사람의 재물을 자기의 소유물과 같이 그 경제적 용법에 따라 이용·처분하려하는 불법영득의사가 필요하다.

그러나 단순한 점유침해만으로는 절도죄를 구성할 수 없고, 소유권 또는 이에 준하는 본권을 침해하는 의사, 즉 목적물을 영득하거나 또는 그 물질의 가치만을 영득할 의사이든 적어도 그 재물에 대한 영득의사가 있어야 한다.

대법원은 내연관계에 있는 여자가 만나주지 않자 그 여자의 패물을 가지고 가면 자기에게 연락해올 것이라고 예상하고 패물을 가져간 후 내연관계에 있는 여자의 딸에게 자기가 패물을 가져갔다고 전하라고 한 후, 자신을 찾아온 내연관계의 여자에게 패물을 돌려주면서 내연관계를 계속 하자고 한 사건에서 불법영득의사가 없음을 이유로 절도죄를 부정하였다.

위 사안과 같이 타인의 재물을 무단으로 일시적 사용한 후에 소유자에게 반환하는 것은 사용절도라고 한다. 이러한 사용절도는 불법영득의사 중 계속적으로 소유자를 배제하고 물건을 지배하겠다는 의사가 없는 것으로 보아 형법상 절도죄로 처벌하지 않고, 다만 그 객체가 자동차·선박·항공기·오토바이일 경우에는 자동차등 불법사용죄로 처벌하고 있다.

사용절도가 되려면, 첫째 다른 사람의 재물을 일시적으로 사용한 한 것이어야 한다. 장기간의 사용은 비록 반환의사가 있는 경우에도 권리자를 배제하는 결과를 가져오므로 절도죄가 성립하게 된다.

둘째 재물의 가치를 감소시키거나 소멸시켜서는 안 된다. 단순히 사용한 것만으로는 소유자에게 가치감소를 가져오지 않으므로 절도죄가 되지 않는 것이다.

셋째, 반환의사가 존재해야 한다. 따라서 재물을 사용한 후에 방치하거나 버려두어 소유자가 우연히 이를 반환받은 경우에는 절도죄가 성립한다. 대법원은 길가에 세워져 있는 오토바이를 소유자의 승낙 없이 타고 가서 용무를 마친 후 약 1시간 50분 후 본래 있던 장소에서 약 7 내지 8미터 떨어진 장소에 방치한 사건에서 불법영득의사를 인정하여 절도죄의 성립을 인정하였다.

위 사안에서 조합원 박씨는 조합장 장씨의 사이클 자전거를 자신이 소유하거나 다른 사람에게 처분할 의사로 가져간 것이 아니라 일시 사용하고 돌려줄 목적으로 가져간 것이고, 일시사용한 자전거를 주인인 조합장 장씨가 다시 찾을 수 있도록 원래 있던 자리에 그대로 돌려주었다. 또한 조합원 박씨가 자전거에 특별한 파손을 시켰다는 얘기도 없으므로 단순한 사용절도가 되어 형법상 절도죄가 성립하지 않는다.

한편 조합원 박씨가 조합장 장씨의 자전거가 아닌 자동차나 오토바이를 허락 없이 타고 갔다가 돌려준 경우에는 자동차등불법사용죄에 해당하여 처벌받게 된다.

이 경우에는 조합원 박씨와 조합장 장씨가 친족간인지 여부를 검토해보아야 하는데, 친족간에 절도죄나 자동차등불법사용죄 등 일정한 재산범죄가 범해진 경우에는 친족관계의 특수성을 고려하여 형을 면제시키거나 피해자의 고소가 있는 경우에만 처벌하도록 형법이 특별규정을 두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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