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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십리뉴타운 제1구역 조합설립인가처분 무효판결의 문제점
2010년 03월 04일 (목) 11:52:33

   

홍봉주 변호사 / H&P법률사무소

1. 사안의 개요

왕십리 제1구역 조합은 2006. 11. 29. 성동구청장에게 조합설립동의서를 징구하여 조합설립인가신청을 하였고 성동구청장은 2006. 12. 22. 조합설립동의율 80.20%로 하여 왕십리 제1구역 조합의 설립을 인가했다.

그런데 왕십리 제1구역 조합은 조합설립동의서를 징구함에 있어 일부 토지등소유자로부터는 신건물의 설계개요와 총사업비 부분이 공란인 채로 동의서를 징구하였다가 조합창립총회를 개최하여 조합원 과반수 찬성에 의하여 이를 일괄 보충 기재하였다.

한편, 일부 토지등소유자들은 조합설립동의서의 공란인 부분을 보충 기재한 안건을 통보받고도 총회에 참석하지 않았고, 창립총회에 참석하지 않은 토지등소유자의 동의서를 제외하면 조합설립동의율은 72.72%였다. 나아가 왕십리 제1구역 조합은 하자 치유를 위해 이 사건 소송 도중 조합원총회를 개최하여 조합설립변경인가신청에 대한 결의를 받았다.

아울러 관리처분계획을 수립하면서 당해 사업구역 내 토지등소유자의 95%로부터 인감증명서를 첨부하여 관리처분계획동의서를 징구하였으나 이를 당해 행정법원에 제출하지는 않았다.

 

2. 서울행정법원 판결요지

창립총회 당시 조합설립동의서의 작성권자인 조합원이 참석하지 않았다면 최소한 이 부분의 동의서는 왕십리 제1구역 조합에 공란 보충권한이 위임되지 않았다 할 것이므로 이 부분 동의서는 무효이다.

그러므로 성동구청장의 조합설립인가처분은 설립인가에 필요한 동의율을 충족하지 못하였다 할 것이고 이와 같은 하자는 중대할 뿐만 아니라 객관적으로 명백하다 할 것이므로 이 사건 인가처분은 무효라 할 것이다.

또한 왕십리 제1구역 조합은 이 사건 소송 중 조합원총회를 개최하여 조합설립인가신청에 대한 결의를 받았으므로 이 사건 인가처분의 하자는 치유되었다고 주장하지만 행정처분의 위법여부는 그 처분 당시의 사정을 기준으로 하여 판단해야 하는바, 위 조합설립변경인가신청에 대한 조합원총회결의는 이 사건 조합설립인가처분 후에 이루어진 사정에 불과하여 이 사건 조합설립인가처분의 위법 여부 판단에 영향을 미칠 수 없다.

이에 대한 왕십리 제1구역 조합의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

 

3. 위 서울행정법원 판결의 문제점

위 판결은 다음과 같은 점에서 문제가 있다.

첫째, 공란부분이 보충기재된 조합설립동의서를 통보받고도 창립총회에 참석하지 않은 토지등소유자들이 위 보충기재된 조합설립동의서를 명백히 반대하였다고 볼 수 있는가 하는 점이다. 다시 말해 조합에게 보충기재 권한을 명백히 부여한 것이라 볼 수 없는가 하는 점이다. 공란부분이 보충기재된 조합설립동의서를 통보받고도 창립총회에 참석하지 않았다면 묵시적으로 보충기재권한을 조합에게 부여했다고 볼 여지도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는 재판과정에서 증거조사가 필요할 수도 있는 사항이다.

그런데 우리 대법원 판례는 증거조사를 통해 밝혀질 수 있는 하자는 처분의 취소사유에 불과하고 당연무효사유는 아니라는 입장이다. 아울러 의결(동의)정족수의 하자는 취소사유에 불과하다고 본다. 결국 위 판결은 창립총회에 참석하지 않은 토지등소유자들이 공란부분이 보충기재된 조합설립동의서를 통보받았는지 여부를 심리하지 않은 결과 행정처분의 취소사유와 무효사유에 관한 법리를 오해했다고 볼 소지가 있다.

둘째, 하자치유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결과 왕십리 제1구역 조합이 조합설립인가이후에 조합원 등으로부터 조합설립동의 내용에 관하여 다시 80%이상의 동의를 받았는가 하는 점을 적극적으로 석명하지 않은 부분이다.

원칙적으로 법원의 적극적 석명은 인정되지 않기 때문에 이 부분을 법적으로 탓할 수는 없다.

그러나 이번 사건이 변론주의원칙이 철저히 준수되는 일반 민사사건이 아니라 직권증거조사가 허용되는 행정사건이고 조합설립인가를 무효로 할 경우 절대 다수의 조합원들이 피해를 받을 수밖에 없는 사건인 점을 감안하면, 조합이 사업구역 내 95%의 토지등소유자로부터 새로운 조합설립동의서(관리처분계획동의서)를 징구하였음에도 이를 법원에 제출하지 않은 소송수행상의 잘못을 범하였다 하더라도 이를 적극적으로 석명한 후 판결을 선고하는 것이 옳았다고 본다.

당해 재판부가 이와 같이 석명권을 행사하지 않은 것은 아마 행정처분의 위법성 판단시점은 처분시점이기 때문에 그 이후의 사정은 고려대상이 아니라고 판단하였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우리 대법원은 하자있는 행정행위의 치유는 국민의 권리와 이익을 침해하지 않는 범위에서 구체적 사정에 따라 합목적적으로 인정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대법원 1983. 7. 26. 선고 82누420판결 등).

그러면서 불이익처분의 이유부기와 관련하여서는 이유부기의 취지가 불복여부의 결정에 있기 때문에 행정소송 제기 전까지는 하자치유가 허용된다는 입장이다.

그런데 현행 도정법상 재개발조합의 설립인가처분의 하자로 인하여 당해 사업구역 내 토지등소유자의의 권리와 이익이 침해되는 단계는 개략적인 분담금과 구분소유권이 잠정적으로 확정되는 관리처분계획단계이다. 나아가 대법원은 재건축결의의 하자는 재건축추진과정에서 언제든지 치유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따라서 위와 같은 대법원 판례의 입장에 따를 경우 왕십리 제1구역 조합이 관리처분계획과 관련하여 당해 사업구역 내 토지등소유자 95%로부터 동의서를 징구하였다면 하자치유가 인정될 여지가 충분히 있었다. 다른 행정법원 재판부나 서울고등법원도 이와 같은 경우 하자치유를 인정한 바 있다.

요컨대, 위 판결은 하자치유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결과 왕십리 제1구역 조합이 조합설립인가 이후에 조합원 등으로부터 조합설립동의 내용에 관하여 다시 80%이상의 동의를 받았는가 하는 점을 적극적으로 석명하지 않은 아쉬움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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