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화 기자
현재 도정법상에서는 추진위원회를 구성 후 정비업체를 선정하도록 돼있다. 하지만 실질적으로 현장에서는 추진위 구성전인 소위 '가칭'때부터 정비업체가 들어가 사업추진을 돕고 있는 것이 대부분이다. 정비사업을 처음 접하는 주민들이 사업을 진행하는데 많은 어려움이 있는 것이 사실인 만큼 업계에서도 "어쩔 수 없지 않냐"며 그러려니 눈감아주고 있는 상황이다. 아울러 비전문가들인 주민들을 돕기 위해 어느 정도 리스크를 감수하며 봉사하고 있는 정비업체들의 취지는 긍정적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이로 인해 파생되는 문제점들이 그냥 눈감아주기에는 사업추진에 미치는 영향이 너무나 크다. (가칭)추진위원회는 정비업체로부터 자금지원을 받고 업무협조를 받으며 관계가 깊어지고 추진위 구성 후에도 지원해준 업체와 지속적으로 사업을 추진해 가는 것이 통상적이다. 이 때문에 정비업체의 입김이 점점 세지기 마련이고, 업계관계자들 사이에서는 "정비업체가 설계자·시공자·철거까지도 끌고 들어가는 경우도 있다"며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심지어 한 건축설계사무소 대표는 "정비업체에서 그동안 사업추진에 들어간 비용을 청산해 주면 힘을 보태주겠다는 제안도 받은 적 있다"며 "아직까지도 다수의 정비사업장에서 이러한 제안이 비일비재하게 나오고 있어 받아들이지 않으면 들어갈 구역을 찾기 힘든 정도"라고 안타까운 마음을 전한다.

주민 간 화합에도 영향을 끼칠 수 있다. 다수의 (가칭)추진위가 경합을 벌이는 구역에는 다수의 정비업체가 각각의 추진위를 돕게 된다. 이와 같은 구역들은 결국 업체 간 싸움으로 번져 선의의 경쟁이 아닌 헐뜯고 비방하는 전쟁터로 변하기 일쑤다. 결국 서로 간 깊어진 감정의 골은 추진위원회를 구성하고 조합을 설립해 서로의 화합이 필요한 시점에서 발목을 잡기 시작해 사업추진에 난항을 겪게 되고 마는 것이다.

이처럼 추진위 구성 전 정비업체 지원은 다양한 문제를 야기할 소지가 다분하지만 이를 제제할 법적인 제약도 없는 것이 사실이다. 추진위 구성 후 선정한 업체를 법적으로 인정해 준다는 것이지, 추진위 구성 전 정비업체와의 계약을 해서는 안된다는 것이 아니기 때문.

분명한 것은 추진위 구성 전 지원은 추진위 구성 후 개입으로 이어져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좀더 합리적인 법·제도 개선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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