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서울시와 정치권에 대파란을 불러온 '무상급식 주민투표'가 무의에 그치며 오세훈 서울시장이 사퇴를 선언했다. 치졸한 책임공방을 떠나 물러나는 오 시장의 허탈한 뒷모습이 쓸쓸하다.

이유야 어찌됐던 한때는 차기 대선 후보로까지 거론될 만큼 민심을 사로잡았던 리더가 한순간 나락으로 떨어졌기 때문이다. 심지어 자신의 둥지였던 당으로부터도 버림받은 그 모습.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리 낯설지 않은 느낌이다.

지난해 비대위와의 대립에 지쳐 자살한 안양시 한 재개발구역 조합장을 비롯해, 한솥밥을 먹던 임·대의원들의 압박에 견디다 못해 사퇴한 중랑구 한 재건축구역 조합장, 가칭 때 함께 땀흘렸던 추진위원들에게 버림받아 사무실에서 쫓겨난 어느 추진위원장 등 정비사업을 이끌며 지쳐 있는 추진위원장 및 조합장들의 어두운 모습이다.

물론 그릇된 행위를 저지른 추진위원장과 조합장이라면 마땅히 받아야 할 대가겠지만, 열심히 최선을 다하고 있는 이들은 이유 없는 미움으로 힘들게 해서는 안 될 것이다.

한 구역의 정비사업을 추진하는 추진위원장이나 조합장들에게는 공통점이 있다. 대다수가 그 지역에서 덕이 높고 명망이 무거운 분들로, 이중 대부분은 주민들의 추천에 의해 등 떠밀리다시피 정비사업에 뛰어들게 됐다는 것이다.

하지만 막상 사업이 시작되면 상황은 180 변하고 만다. 그들을 믿고 추천했던 주민들은 다 어디로 가버리고, '잘못한 것 어디 없나' 눈이 빠져라 살피는 주민들만 남아있는 것이다. "조합장이 된 뒤, 평생동안 듣게 될 욕을 다 듣는 것 같다"는 한 조합장의 푸념 섞인 말이다.

추진위원장이나 조합장은 주민들이 스스로 선출한 '장(長)'이다. 믿고 뽑았다면, 끝까지 믿어보는 것이 어떨까. 조합장도 정비사업을 시작하기 전에는 함께 웃고 떠들던 소중한 이웃사촌이었다는 것을 잊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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