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공자 선정시기 위헌 판단 늦어도 내달 중 나올 것으로 전망돼
전문가, 서울시 독단적 행보 때문에 만들어진 당연한 결과로 풀이

 

공공관리제도의 엔진인 시공자 선정시기가 삐걱거리며, 오세훈 전임 서울시장이 야심차게 준비했던 프로젝트 자체가 유명무실 위기에 빠졌다.

특히, 공공관리제도 시행 직후부터 끊임없이 대두돼 왔던 위헌 여부가 늦어도 내달이면 헌법재판소에서 가려질 것으로 보여 내년부터는 맥이 끊겼던 서울시 내 시공자 선정 풍광을 다시금 볼 수 있을 전망이다.

앞서 지난 4일 법제처가 '시·도 조례에서 위임할 경우 시공자 선정을 사업시행인가 후로 규정할 수 있는지'에 대한 국토해양부의 물음에 대해 "도정법 제 77조의4제1항에 의거 공공관리로 정비사업을 추진하더라도 시공자 선정은 동법 11조1항에 따라 조합설립인가 이후에 하는 것이 맞다"는 답변을 내놓으며 논란이 가중됐다.

법제처는 "도정법 시행 당시 재개발·재건축 사업의 시공자 선정시기를 달리 규정했으나, 사업화성화와 조합의 전문성 보완을 위해 2009년 2월 개정된 것"이라며 "도정법 제28조4항에도 개략적 부담금 등을 조합원에게 통지하고 일간신문에 공고해야 한다고 규정함에 따라 조합이 사업시행인가 전에 시공자를 선정할 수 있음을 전제하고 있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이어 대법원 판례를 인용해 "지방자치법 제22조 본문에서 지방자치단체는 법령의 범위 안에서 그 사무에 관하여 조례를 제정할 수 있다고 규정해 놓아 지방자치단체가 제정한 조례가 법령에 위배되는 경우에는 효력이 없기 때문에 시공자를 반드시 사업시행인가 후에 선정하도록 하는 내용의 조례를 제정하는 것은 허용될 수 없다 할 것"이라고 밝혔다.

즉, 서울시의 기존 판단 자체가 문제가 있음을 직접적으로 제기한 것이다. 이에 따라 서울시는 물론 국토부도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서울시 공공관리과 관계자는 "조례에 대해 진행 중인 헌법소원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결정을 지켜보고 조례 개정 여부를 결정키로 했다"는 짤막한 답변 외에는 입장을 피력하기 꺼려했고, 국토부는 "입법발의 한 통합법과 별개로 민원이 많이 제기돼 법제처에 관련 내용을 문의하게 된 것"이라고 밝혔기 때문이다.

그러나 일선 전문가들은 "시공자 선정시기의 경우 이미 공공관리제가 법제화되기 전부터 꾸준히 문제제기가 있었던 만큼 당연한 일"이라는 입장이다.

사업 도중 문제가 빈발하는 재개발·재건축의 특성상 현행 방식에 또다시 메스를 되는 것 자체가 무리수로 작용할 수도 있다는 일선의 주장을 서울시가 외면해 왔기 때문이다.

나아가 지난해 서울시가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조례 개정안 세부운용기준'을 발표한 직후 법조계 내에서도 위헌 여부를 놓고 의견이 상충될 만큼 뜨거운 감자였기 때문에 언젠가는 불거질 문제였단 것이다.

이와 관련해 익명을 요구한 A변호사는 "위헌이라고 주장하는 측에서는 하위법인 조례가 상위법에 명시돼 있는 부분과 충돌한다는 것이고, 위헌이라고 볼 수만은 없다는 쪽에서는 신설된 법에서 이 같은 내용을 위임해줬을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하는 등 논란이 심했었다"며 "시공사 선정과 관련해 도정법에서 조합설립인가 이후라는 다소 모호하게 명시해 놓았기 때문이었다"고 사유를 설명했다.

현행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에서 시공사 선정(제11조1항)에 대해 '조합은 제16조에 따른 조합설립인가를 받은 후 조합 총회에서 국토해양부장관이 정하는 경쟁입찰 방법으로 건설업자 또는 등록사업자를 시공자로 선정하여야 한다'고 명시해 놓았다.

이 때문에 서울시는 조합설립인가를 받은 후라는 부분을 현행 기준과 다르게 판단, 사업시행인가가 조합설립인가 이후니 괜찮다는 '이현령비현령'식 해석을 내놓게 된 것으로 관련업계는 풀이했다.

이런 가운데 일각에서는 서울시가 공공관리제를 기획하고 만든 수장을 잃으며 사실상 추진동력을 상실한 것으로 보인다는 의견도 내놓았다.

지난해 시공자 선정시기로 논란이 불거진 직후 서울시에서 보여왔던 자신감 자체가 올해 들어 전혀 보이지 않고 있어서다.

실례로 작년까지만 하더라도 서울시는 "법률 검토를 충분히 거친 결과 도정법에서 시공자 선정을 조합설립인가를 받은 후에 하라고 명시하고 있기 때문에 사업시행인가가 조합설립인가 이후니 괜찮다"는 식의 발언이 주를 이뤘다.

반면 올해 들어 운영자금 부족 등의 문제가 불거진 후 "사업을 정상적으로 수행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돕겠다"고 밝히는 등 기존 강경한 모습에서 한발 물러난 모습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한편, 헌법재판소에서 이변이 없는 한 법제처 해석에 손을 들어줄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공공관리제 도입 후 운영자금 조달문제 등으로 사업진척에 어려움을 겪었던 일선 조합의 숨통이 다소 트일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지난해 10월 이후 공공관리제를 피해 경기도로 눈을 돌렸던 시공사들 역시 희망의 등불이 켜짐에 따라 다시금 수주를 위해 집결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와 관련해 B대형시공사 부장은 "서울시 내 정비사업을 가로막았던 독소조항에 대한 종지부를 찍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며 "이에 따라 강남과 서초 등 조합설립인가 후 시공자를 선정하지 못한 구역을 중심으로 수주활동을 준비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또 C정비업체 대표 역시 "도정법이 제정된 이후 지금까지 자금문제 등 갖가지 이유로 시공사 선정을 앞당겨 왔다"며 "위헌 판결이 나오는 것이 합당하다"고 주장했다.

 


 

조합과 시공사 웃게 만든 법제처 해석 'Goooooood'

법제처와 헌재 MOU 체결해 위헌 판단 가능성 높아
시공사 벌써부터 수주 위해 바닥작업 등 움직임 감지


"잃어버린 가족을 찾은 느낌입니다. 헌법재판소에서 어떤 결정을 내릴지 섣불리 판단할 수는 없지만 법제처 해석만으로도 십년 묵은 체증이 내려가는 것 같습니다."

조합과 추진위는 물론이거니와 시공사도 법제처의 유권해석에 대해 반색하고 있다.

운영자금 미비로 사실상 추진할 길이 막막했던 조합들은 시공사에서 자금을 대여 받아 사업에 속도를 낼 수 있고, 시공사는 사업성 좋은 현장을 수주할 수 있다는 기대감으로 들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서울시의회까지 오세훈 서울시장 퇴임 후 조례개정을 통해 시공자 선정시기를 앞당기기 위해 힘을 보태는 양상을 띠고 있어 변화의 조짐이 감지되고 있다.

이에 따라 지난 5월 조합장 20여명이 낸 헌법소원 결과에 따라 희비곡선이 엇갈릴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그러나 법제처와 헌재의 해석이 별반 다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유인 즉, 법제처와 헌재가 지난 2009년 '헌법정보 및 법제정보 교류·협력을 위한 협정서'를 체결함에 따라 헌재의 위헌결정례, 헌법논총 등과 법제처의 법령정보, 법령해석례 등을 실시간으로 상호 제공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조합은 물론 시공사 등 관련업계의 본격적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다. 업계에서 현재 가장 주목하고 있는 곳은 올해 조합설립인가를 많이 받은 반포, 방배, 영등포 지역이다.

이와 관련해 A수주기획사 대표는 "반포와 방배의 경우 강남 노른자위기 때문에 조례 개정 후 많은 시공자가 덤빌 것으로 예상된다"며 "이들 지역 외에도 조합설립인가 후 시공자를 선정하지 못한 곳이 많기 때문에 어느 정도 물량난은 해소될 것"이라고 전했다.

또다른 B수주기획사 대표 역시 "많은 시공사들이 헌재에서 위헌 결정이 나올 것으로 전망하고 벌써부터 바닥 작업에 들어간 상태"라며 "만에 하나 헌재에서 위헌 결정이 나오지 않더라도 수주물량 감소로 어려움을 겪었던 시공사들이 서울시의회가 연내 조례를 개정할 것을 염두해 적극적으로 움지이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금번 법제처 유권해석 후 공공관리제도 자체에 대한 조합과 관련업계의 문제제기 목소리도 점차 커지고 있는 상태다.

B건설사 부장은 "공공의 생색내기 식 자금지원으로 많은 조합들이 고사위기에 처해 있었는데 시공자를 다시금 조기에 선정해 지급보증 할 수 있도록 길이 열린다면 이야 말로 윈윈 전략이 아니겠냐"고 반문한 후 "공공관리제 의무적용을 폐지하고, 토지등소유자 또는 조합원 과반수 동의를 얻어 구청장에게 제도 적용을 요청한 사업장에 한해 임의적으로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C건설사 부장 역시 "시공사 선정시기를 사업시행인가로 늦춘 것은 공공에서 자금줄과 행정력 지원한다는 명목 하에 조합을 볼모로 만들기 위한 조치로 밖에 볼 수 없다"며 "공공이란 미명 아래 자신의 재산권을 행사할 수 없게 된다면 공산당과 다를 바 없기 때문에 시공자 선정시기 등 문제시 되고 있는 부분에 대한 전면 수정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서울의 D조합장도 "서울시가 공공관리자제를 도입하면서 사업기간이 빨라지고, 공사비를 낮출수 있다고 주장했는데 결국 지키지 못했다"며 "법적 당위성까지 잃었으니 계속 이 제도를 추진할 명분이 사라진 셈"이라며 꼬집었다.

상황이 이럼에도 국토부에서는 조례 개정을 강제하지는 않을 전망이다. 이는 '도시재정비 및 주거환경정비법' 제117조 '정비사업의 공공관리'에서 시공자 선정 등을 시·도 조례로 위임토록 해놓았기 때문이다.

저작권자 © 주거환경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