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타운 지정과 동시에 시가 4배 이상 껑충… 85% 착공조차 못해 '심각'
여·야 근본적 해결책 제시 않고 관련법 개정만 발의하니 주민들 한숨만

  

"지난해 5월 개최된 '도시재생 법제개편을 위한 공청회'에서 황금알을 낳는 사업에서 애물단지로 전락한 뉴타운 사업의 현 상황을 여실히 보여줬습니다. 북촌 등 서울은 물론 경기도 지역에서 몰려든 뉴타운 반대자들이 난입해 공청회가 무산됐기 때문입니다. 물론 이 과정에서 반대자들의 행위 자체가 정당화 될 수 없지만 관련법 주요내용 발표 다음날 공청회를 개최한 국토해양부의 행위도 비상식적이었습니다."
전국 재개발·재건축 사업의 불을 댕기고 부동산을 들썩이게 했던 주인공이었기에 현재 뉴타운 사업의 말로는 비참하기까지 하다. 물론 이 과정에서 2008년 불어닥친 세계금융위기의 여파를 생각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일명 타운돌이로 불리는 18대 국회의원들의 공약 역시 문제삼지 않을 수 없다.

최근 매스컴에서 연일 보도되듯 부동산 경기가 침체되면서 사업이 중단되거나 지지부진해 주민들의 재산권 피해가 속출하고 있는 상황에서 뉴타운 사업을 벌이고 있는 지자체들은 잇따라 추가 지정 중단과 해제를 선언하거나 검토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지난 총선과 지방선거에서 뉴타운사업공약을 내걸고 당선됐던 '타운돌이'들 역시 근본적 문제를 해결하려 들지 않고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일부를 개정해 해결하려 드니 민심이 더욱 뿔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대표적으로 한나라당 경기도당 뉴타운사업대책특위원장인 임해규 의원 등 13명이 지난해 4월 재개발 조합 운영경비의 일부와 뉴타운 정비기반시설의 설치비용을 자치단체가 부담하도록 하는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했다.

이 법안에 따르면 정비사업 비용 중 기초조사비, 임시수용시설 사업비, 추진위원회 및 조합 운영경비의 50% 이내를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가 보조토록 했다. 또 지방도시계획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현재 200~250% 수준인 뉴타운 용적률 상한선을 500%까지 대폭 늘릴 수 있도록 했다. 다시 말해 뉴타운의 용적률을 높이고 재개발조합 운영경비 등을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부담하도록 하는 등 특혜를 주겠다는 것이다.
당연지사 이를 두고 야당 측은 "여당 의원들이 지난 총선 당시 선심성 공약이었던 뉴타운사업에 문제가 발생하자 이를 국가 예산으로 해결하고 내년 19대 총선에 대비하려는 것 아니냐"는 강도 높은 비판이 이어졌다.
그럼 야당은 뉴타운 공약을 내걸지 않았던가. 여·야를 막론하고 18대 총선 공약의 핫키워드가 뉴타운이었는데 없었다면 이상한 일이다. 아울러 여당의 이런 대책마련에 야당 역시 가만있을 리 만무했다. 여당의 입법발의안에 대해 싸잡아 욕하던 모습은 어디가고 바로 다음날 김진애 민주당 의원 등 야권 의원 12명도 엇비슷한 도정법 개정안을 입법발의 했다.
야당의 법안은 뉴타운 조합의 정상적인 운영이 어렵다고 판단될 때 시장 군수가 조합의 분쟁을 방지하기 위해 도시분쟁조정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조합의 주요업무를 수행할 임시이사를 선임할 수 있도록 했다.  
정치권이 이처럼 대책마련에 고심하고 있는 것은 앞서 뉴타운사업이 2006년 지방선거와 2008년 총선의 당락을 좌우한 핵심공약이었기 때문이다. 일례로 민주노동당도 뉴타운 사업 관련 공약을 내세웠는데 더 이상 무슨 말이 필요하랴.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정치권에서 손대기엔 처음부터 무리수가 따를 수밖에 없었다.
이에 시·도지사들이 직접 칼을 빼들었다. 그 시작은 경기도였다. 지금까지 경기도는 금정뉴타운과 만안뉴타운 등 7개 뉴타운 지구를 주민 찬·반 주민투표를 통해 해제했다. 또 서울시의 경우에도 박원순 시장이 오는 6월부터 전수조사를 통해 최대 610개 구역을 해제한다는 방침을 발표했다.
문제는 뉴타운 해제 후 걷힐 가격거품을 주민들이 과연 받아들일 수 있느냐는 것이다. 일례로 뉴타운이 해제된 만안지구만 하더라도 뉴타운 지구지정 당시 20㎡이하 소형지분이 3.3㎡당 3000만~4000만원을 호가했지만, 해제된 현재 3.3㎡당 1500만원 이하로 떨어진 것으로 파악됐기 때문이다. 이는 비단 만안뉴타운 만의 문제가 아닌 구역해제가 결정된 대다수 지역에서 나타나고 있는 공통된 사항으로 정비사업의 혼란만 가중시킬 공산이 크다.

이에 대다수 부동산 전문가들은 찬·반 투표제와 자동일몰제를 통해 구역을 해제하는 방침에 대해서도 회의적인 반응 일색이다. 아울러 경기도와 달리 서울시의 경우 구역해제를 실제 진행할 경우 발생할 파열음이 심각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유인 즉, 경기도의 경우 해제된 구역들 대부분이 추진위원회 구성조차 끝마치지 못한 지역이 대거 포함돼 있어 별다른 매몰비용이 발생하지 않았지만, 서울시의 경우 정비예정구역마다 사업이 본격화되기 전 투입된 자금이 수억원에서 최대 수십억원까지 이르기 때문이다.

따라서 서울시의 뉴타운 출구전략의 향방은 매몰비용을 어떻게 처리하느냐에 따라 크게 달라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현재까지는 국토부와 서울시 그리고 추진위 간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갈리고 있는 상태다. 관련법에 조례를 통해 보상범위와 규모 등을 정하도록 규정해 놓았으나 아직 조례에 이 같은 내용이 반영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추진위에서는 총회를 준비하고 운영하는데 들어간 비용, 인건비, 식대와 같은 복리후생비까지 보상을 요구하고 있는 반면 서울시는 추진위가 사용한 불투명한 사용금액에 대해서는 전혀 책임질 이유가 없다며 선을 긋고 있는 상태다.
또 국토부는 관련법에 시·도 조례에서 정하도록 규정해 놓았기 때문에 정부가 나설 이유가 없다며 수용불가 입장을 밝히고 있다. 따라서 박 시장이 매몰비용을 둘러싼 이해관계를 풀지 못할 경우 몽환으로 끝날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김진수 건국대 교수는 "박원순 서울시장이 뉴타운 대체방안으로 내놓은 주민참여형 개발방식은 유럽과 미국 그리고 일본 등의 도시재생 사례를 벤치마킹 한 것으로 전면추진보다는 보완수단으로 활용해야 한다"며 "인구 밀도를 비롯해 소유자 중 원주민 비율 등 개발 환경 자체가 다르기 때문에 밀어붙이기 식 도입은 주택공급 부족 등 여타 문제를 야기시킬 가능성이 농후하다"고 지적했다.
한편, 주택산업연구원(이하 주산연)이 발표한 '도시재정비촉진사업 기반시설에 관한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뉴타운 사업의 경우 도로와 공원, 녹지 등 주민들이 부담해야 할 기반시설 설치비율이 높아 사업성이 악화되고 주민갈등이 심화된 것으로 파악됐다.

따라서 기반시설 설치수준, 부담주체 및 범위, 방식 등이 재검토돼야 한다는 것이 주산연의 주장이다. 예를 들어 순부담률이 10% 이상인 지구에 대해서는 초과분에 대한 별도의 공공지원을 마련함으로써 사업비 증가나 분양주택 가격 상승 등을 방지하고, 중장기적 관점에서는 도시재생기금프로그램을 신설해 사업추진동력이 부족한 지구를 지원하고 현행 국고보조금 제도 대신 '매칭펀드' 방식을 도입해 자지체의 적극적인 재정 지원을 유도하자는 것이다.

부동산 경기침체가 장기화되고 주택가격의 하향안정화가 지속되는 시점에서는 사업 후 막대한 개발이익을 기대하기보다는 적정사업성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김덕례 주산연 박사는 "서울시의 뉴타운 신정책은 실현성이 불확실하고 매몰비용 등 정부와의 갈등이 예상되며 주민재산권 등의 가치와 상충할 수 있다"며 "기반시설 설치비용이 주민부담으로 전가되면 사업 지연이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또 윤상필 주거환경연합 사무처장 역시 "뉴타운 사업의 근본 취지는 분명 좋았으나 무분별한 구역지정이 이 같은 문제점을 야기했던 만큼 출구전략의 가닥을 단순히 해제로 잡는 것이 아닌 현실성 있는 향후 대책이 모색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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