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인 김진수 교수_건국대학교 도시 및 지역계획학과
서울시가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조례'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이번 개정안은 법개정에 따른 후속조치로 이미 윤곽이 드러났던 내용들이라 새로운 점은 거의 없다.
우선 이번 개정안의 핵심내용을 보면  토지등소유자 과반수 또는 동의자 과반수 반대시 추진위원회 조합설립 인가 취소후 정비구역 해제  추정분담금 등 구청장 정보공개 규정 신설  공공관리제도 관리처분까지 확대 적용  사업시행인가, 관리처분인가 1년 이내 시기조정  세입자 기초생활수급자 권리 확대  재개발 용적률 완화시 증가된 용적률의 50% 소형주택 건립 등의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뉴타운·재개발 출구전략의 큰 틀인 추진위원회 조합 해산의 경우 주민 과반수의 반대가 있는 경우 인가를 취소하도록 했다. 이는 개정된 도시정비법에 "추진위원회 및 조합의 인가 취소요건을 조합 등 설립 동의자의 1/2~2/3 범위에서 지자체 실정에 맞게 조례로 정하도록" 하고 있어 이를 명확히 한 것이다. 하지만 여기서 문제가 되는 것은 동의자의 과반수라면 전체 토지등소유자의 일부, 즉 추진위원회 경우 1/4, 조합의 경우 3/8의 반대만 있으면 인가가 취소될 수 있어서 인가조건과 형평성, 비례원칙에 위배된다는 비판이 있다.  또한 인가가 취소되고 구역이 해제될 경우 매몰비용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에 대한 대책은 빠져있다는 점도 큰 문제점 중 하나다.

토지등소유자 10% 이상이 동의하면 구청장에게 개략적인 정비사업비와 추정분담금 등의 정보 제공 신청을 할 수 있는 조항도 신설됐다. 주민들의 알권리를 충족시키기 위한 취지는 공감하지만 여러 가지 문제로 인해 사업비와 분담금이 애초 추정치보다 상당부분 늘어날 경우 이에 대한 책임 논란으로 혼란을 겪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인가 시기조정 문제는 더욱 예민한 문제다. 서울시는 주변지역의 주택 멸실호수가 공급호수를 30% 초과하거나 멸실호수가 2,000호 초과하는 경우, 주택시장을 고려해 주택정책심의회에서 조정이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경우 등에는 사업시행인가, 관리처분인가를 1년 이내에서 조정할 수 있게 했다.
재건축 재개발 등 도시재생 사업은 사업기간이 곧 사업비용과 비례하게 된다. 조합운영비와 각종 사업비 대여금의 이자, 물가인상에 따른 공사비 상승 등을 고려했을 때 사업이 지연되면 그만큼 해당 주민들은 경제적 손실을 입을 수밖에 없다. 또한 사업지연은 주민갈등을 야기시켜 더욱 큰 피해를 가져올 수도 있다. 이런 물질적 피해를 아무 잘못 없는 조합원들이 고스란히 떠안아야 한다는 것은 매우 불합리한 일이다.

이밖에 임대주택 공급 방법에 있어서 저소득층의 입주기회를 높인 점이 눈에 띈다. 공람공고 3개월 전부터 거주해야만 임대주택 입주자격을 주는 일반 세입자와 달리 기초생활수급자는 사업시행인가 신청일 이전부터 거주하면 임대주택 공급할 수 있도록 했다. 이와 별도로 세입자간에는 거주기간이 긴 순으로 임대주택을 배정하도록 해 세입자 수에 비해 부족한 임대주택을 공급하는 합리적 기준이 마련됐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임대주택 공급 자체를 늘리는 방안에 대한 내용은 빠져있어 실제 세입자의 주거안정에 효과를 기대하긴 어렵다는 지적이 나타나고 있다.

또한 지난 2월 법이 개정되면서 재개발 구역의 용적률을 법정상한선까지 완화할 수 있도록 하고 이 경우 증가된 용적률의 일정 비율을 소형주택으로 건립해 임대주택과 장기전세주택으로 활용하게 했는데 50~75%내에서 정하도록 한 것을 서울시에서는 50%로 결정했다. 이는 재건축과 동일한 비율로 형평성의 논란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의도로 볼 수 있다.

최근 서울시에서는 박 시장이 공약한 임대주택 8만호 건설과 관련해 고심을 거듭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시프트 공급축소와 재건축 재개발 침체 등 민간 공급물량이 곤두박질치고 있어 올해 공급하기로 계획한 1만6천여 가구의 목표치에 턱도 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박 시장 임기 내 8만호 공급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박 시장은 그간 가져왔던 도시재생사업에 대한 부정적 시각을 견지하면서도 공공택지가 부족한 상황에서 임대주택의 공급수단은 도시정비사업밖에 없다는 딜레마를 안고 아직 이에 대한 입장정리를 명확히 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제는 도시정비사업 자체에 대한 불필요한 색안경은 벗어야 할 때가 됐다. 물론 사업이 불가능한 곳에 대한 정리작업은 필요하고 주거약자에 대한 보호도 필요하다. 하지만 서민주거안정을 위해 공급물량 확보가 중요한 상황에서 도시정비사업의 긍정적 효과를 감안해 사업이 가능한 곳에 대한 적극적인 지원방안을 마련하여 즉각적인 실행에 들어가야 할 때다.
발행인 김진수 교수 / 건국대학교 도시 및 지역계획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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