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수 교수 / 건국대학교 행정대학원 도시 및 지역계획학과
정부가 분양가상한제 폐지를 향한 본격행보를 시작했다.

지난달 18일 국토해양부는 원칙적으로 분양가상한제를 폐지하는 내용을 담은 주택법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이번 개정안을 내면서 국토부는 "시장과열기에 도입됐던 규제들을 현 상황에 맞춰 정상화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개정안은 국무회의 등을 거쳐 8월 중 국회에 제출될 예정이다.

하지만 분양가상한제 폐지를 둘러싸고 여당, 야당은 물론이거니와 참여연대 및 경실련 등 시민단체들이 앞다퉈 문제제기 및 철회를 요구하는 등 논란이 가중됨에 따라 국무회의 통과여부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분양가상한제는 집값 안정화 조치의 일환으로 1989년 처음 도입되어 1999년 분양가 전면 자율화 때 폐지되었으나 이후 부동산 시장 불안으로 재도입되어 2005년 공공택지에 대해 2007년 9월부터는 민간택지에까지 확대 시행되고 있다.

이후 의원 입법발의를 통해 서너 차례 개정을 시도한 바 있으나 '부동산 시장 불안'을 문제삼는 야당의 반대와 여당의 소극적인 태도로 논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분양가상한제는 일단 공급자와 수요자의 협의에 의해 결정되는 시장경제원칙에 어긋나 있다. 원칙을 깨고 예외적으로 시장에 대해 개입하는 제도라면 그만큼 다수의 국민에게 이익을 가져다 주어야 할 것인데 그 효과 역시 크게 입증된 바를 찾기 어렵다.

2007년 민간에도 분양가상한제가 도입된 시점에는 부동산 경기 과열로 인해 아파트값이 폭등하던 시점이었다. 당시 참여정부에서는 부동산 가격안정을 위해 각종 규제책을 들고 나왔으나 효과적으로 부동산 가격 안정을 이루지 못했다. 건설·주택시장의 특성상 효과를 내는데 상당기간이 소요되다보니 이러한 규제들은 상황에 따라 급변하는 시장상황을 따라가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다양한 요소로 인해 변동하는 주택시장은 경직되어 있는 각종 규제나 정책보다는 시장경제에 맡겨두는 것이 더욱 유연한 대처가 가능하다.

더욱이 최근 부동산 시장은 침체 일로를 걷고 있다. 국토부에서도 "국내 부동산 경기가 극도로 악화됨에 따라 현 상황에서 지속될 경우 주택공급 위축과 품질저하 등의 부작용은 물론 주거수요 변화에 부응한 다양한 주택공급이 어렵기 때문에 발의하게 된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참여연대·경실련 등은 "분양가 상한제를 폐지하겠다는 것은 다시 부동산 거품을 만들어 건설업자의 배만 채우겠다는 것"이라며 "정부는 서민 주거안정을 위해 주변시세보다 싼 보금자리주택을 공급한다고 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분양가 상한제를 폐지하여 집 값 상승을 조장하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과연 분양가상한제를 폐지할 경우 집값 상승과 부동산 거품으로 이어질까. 최근 거시적인 경제상황을 고려할 때 그럴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다는 것이 중론이다. "워낙 경기가 악화되어 있어서 미분양이 쌓여가고 있는 가운데 분양가상한제가 폐지된다고 해서 무분별하게 분양가를 높일 수 있겠느냐"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더욱이 "주택시장 과열기에 도입됐던 규제를 정상화하는 조치만으로 극심한 침체를 겪고 있는 시장을 회복세로 돌리기엔 역부족이며 사실상 큰 의미는 없을 것"이라고 진단하는 전문가들도 많다.

오히려 이번 국토부의 조치는 정부가 시장활성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데 그쳤기에 시장에 긍정적 영향을 주기엔 다소 부족한 수준이라는 평가도 많다. 실질적 효과를 발휘할 것으로 기대되는 DTI 규제완화와 취득세 감면 등의 조치가 이뤄져야 주택 시장이 살아날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주택시장 침체 등 분양가상한제를 폐지할만한 상황은 갖춰졌지만 18대 국회와 비교했을 때 오히려 19대 국회에서 야당의 위상이 더 강해진데다 대선을 앞두고 여당 역시 여론의 향방에 민감할 수밖에 없는 시기이기에 이번 개정안이 정부의 뜻대로 통과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최근 주택·도시정책의 결정에 있어 민생은 뒷전인 것 같아 씁쓸하다. 실생활에 얼마나 도움이 되는지 시장에 어떤 효과와 영향이 있는지에 대한 객관적 판단보다 정치권의 이해관계와 맞물려 당리당략에 따라 결정되는 경우가 다반사다.

도시와 주택, 주거에 대한 문제는 '삶의 질'과 직결되어 있다. 이번 분양가상한제 폐지논의가 정치논리로 좌우되어 또 한 번 표류되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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