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비구역 해제 기준 완화로 해제 신청 구역 대폭 늘어

부동산 경기악화와 정비사업 침체의 직격탄을 고스란히 맞은 곳이 바로 경기도 뉴타운들이다.

주택시장 활황기에 지자체별로 정치적 목적까지 가미되며 과도하게 지정됐던 경기도내 재정비촉진지구들이 이제는 애물단지로 전락해 출구전략의 희생양이 되고 있다. 혼란이 가중되면서 해당지역 주민들만 실질적인 피해를 고스란히 떠안고 있는 상황이다.

경기도에서는 지난 3월 뉴타운 출구전략을 가속화시키기 위해 정비구역해제 기준을 대폭 완화했다.

'경기도 정비구역 해제 기준'에 따르면 기존에 토지등소유자 50% 이상의 동의가 있어야만 정비구역 해제신청을 할 수 있었던 것을 대폭 완화해 25%의 주민동의만 있으면 해제를 신청할 수 있도록 했다.

이로 인해 뉴타운사업을 반대해왔던 일부 주민들은 각 구역별로 해제동의서 징구에 열을 올리고 있으며 이미 상당수 구역에서 해제신청이 접수됐다.

경기도의 해제 기준은 현장의 거센 반발을 사고 있다. 법에서는 추진주체가 있는 경우 50% 이상, 추진주체가 없는 경우 30% 이상의 동의로 해제할 수 있도록 했는데 경기도의 기준은 상위법령의 위임범위를 벗어났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경기도의 해제 기준은 인구 50만 이상의 9개시를 제외한 22개 시·군에 적용됐다. 수원, 성남, 부천 등 50만 이상의 시는 지자체장이 별도로 정비사업 관련 조례와 기준을 정할 수 있기에 경기도의 해제 기준이 곧바로 적용되지 않는다.

때문에 경기도의 해제 기준에 직격탄을 맞은 곳은 광명 등의 중규모 지자체다.

광명시에는 광명재정비촉진지구가 지정되면서 23개 구역이 사업을 추진해왔으나 이미 11개 구역이 해제되어 12개 구역만이 남은 상태다. 현재 조합단계는 8곳이며 이중 6곳은 시공사선정을 마쳤고 추진위단계는 4곳이다.

하지만 경기도 구역해제 기준이 바뀌면서 각 구역별로 활동하던 뉴타운반대 주민들이 25%이상의 해제동의서를 징구해 정비구역 해제 신청을 한 곳이 이미 1, 9, 10, 16, 23구역 등 5곳에 달한다. 다른 구역에서도 일부 해제동의서 징구가 진행되고 있어 향후 구역해제 신청은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지난 21일에는 광명뉴타운추진반대 비대위가 경기도청앞에서 뉴타운사업추진 반대 집회를 갖는 등 적극적 활동을 펼치고 있어 향후 사업추진에 큰 걸림돌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광명시에서는 “일단 사업추진이 가능한 곳은 적극적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고 주민들의 뜻에 따라 구역해제를 원하는 곳은 해제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원론적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하지만 일선 현장에서는 경기도와 광명시가 정비사업에 소극적 태도를 보이며 비대위들의 의견만을 듣고 있다고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일례로 광명10R구역에서 시는 국공유지를 동의율 산정에 포함시키지 않고 조합설립 동의율 75%에 미달한다는 이유로 조합설립인가 신청을 반려해 사업의 발목을 잡아왔다. 이에 광명10R구역에서는 ‘조합설립인가신청 불인가 처분에 대한 취소’ 소송을 제기했고 서울고법에서 “광명시가 촉진계획을 수립하고 추진위 승인까지 내준 이상 조합설립에 동의했다는 의사를 밝힌 게 분명하다”는 취지의 판결을 내린 바 있다.

시에서는 구역해제 신청 접수와 관련해 “현재 해제동의서를 25% 이상 징구해 접수한 곳들에 대해 현장 표본조사를 진행하고 있으며 8~9월 안에 시 위원회를 구성해 심의를 거친 뒤 경기도에 제출해 최종 결정될 것”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추가적으로 해제 신청이 접수되면 같은 절차를 거쳐 구역해제 여부를 결정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광명시 담당자는 “뉴타운 사업을 반대하는 주민들의 활동은 매우 도드라져 보이는 반면 사업추진을 원하는 주민들은 경기침체의 여파로 별다른 움직임이 없어 가시적인 사업진척을 보이는 곳이 거의 없다”고 말했다.

 


광명2R, 답보상태 사업 재추진 의지 밝혀

아직 조합원 갈등 마무리되지 않아 향후 진행에 관심 집중


최근 광명2R구역이 사업추진에 의지를 다지고 있다.

광명제2R구역 주택재개발정비사업조합(조합장=이건국)은 그동안의 사업부진을 딛고 시공자 선정을 다시 준비하는 등 사업추진에 의지를 다지고 있다.

광명2R에서는 시공자 선정과 관련해 잡음이 발생하면서 그간 내홍에 시달려왔다.

 

∥시공자 선정 당시 입찰조건 좋은 대림산업 자격 박탈하려 해 물의

2012년 광명2R의 시공자 선정에는 기호 1번 대림산업, 기호 2번 명품사업단(GS건설, 금호건설, 한라건설), 기호 3번 프리미엄사업단(현대건설, 롯데건설, SK건설) 등 3개사가 입찰에 참여했다.

당시 2개사만 입찰에 참여해 적극적인 수주활동을 보이지 않으리라는 예상을 깨고 대림산업이 의욕적으로 입찰에 참여함으로서 본격적인 경쟁이 펼쳐졌다.

당시 광명지역 시공자 선정은 대부분 컨소시엄으로 구성되어 별다른 경쟁구도 없이 진행되어왔으나 광명2R에서는 3개사가 입찰에 참여하고 대림산업에서 의욕적인 수주활동을 펼치면서 타구역보다 조합원들에게 유리한 입찰제안이 나왔다.

문제는 뛰어난 입찰조건을 제시해 조합원들로부터 환영을 받았던 대림산업을 조합에서 허위사실 기재와 개별홍보 금지 위반을 들어 이사회를 통해 자격 박탈하겠다고 밝히면서 불거졌다.

이에 대해 상당수 조합원들은 “조합에서 특정 업체를 밀어주기 위한 수단이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며 조합사무실로 몰려가 농성을 하는 등 실력행사에 들어갔고 법원에 ‘이사회결의에 대한 효력정지’를 신청해 효력정지 결정을 받아냈다.

이 문제를 논의한 대의원회에서도 조합장이 직접 참석한 대의원들의 투표를 반영하지 않은 채 서면결의서의 집계만으로 대림산업 자격 박탈이 가결됐다고 선포하는 상황이 연출됐다. 이후 현장에 있던 대의원들은 집계를 다시 해 대림의 자격박탈에 대한 안건이 부결되었음을 분명히 했다.

우여곡절 끝에 3개사 모두 총회에 올려졌지만 총회 당일에도 문제는 계속됐다.

개회 예정시각을 2시간여 지난 상황에서 조합장이 총회성원 요건인 조합원 과반수에서 250명정도 부족하다며 성원 미달로 인한 총회무산을 알리는 폐회선언을 하고 자리를 뜨려 한 것.

이에 참석조합원들은 “성원을 충족시키기 위한 노력은 하지 않고 3시간도 지나지 않은 상황에서 갑자기 폐회선언을 하는 것이 말이 되느냐”며 조합장의 퇴장을 막았다. 조합원들은 “조합이 총회를 무산시키기 위해 총회 홍보를 제대로 하지 않고 준비도 하지 않았다”고 성토하며 성원이 될 때까지 기다릴 것을 요구해 밤 10시가 넘어 극적으로 성원을 충족시키고 안건을 심의했다.

총회결과 시공자 선정의 건에서는 대림산업이 조합원들의 압도적 지지를 받았으며 나머지 안건은 모두 부결됐다.

이 일로 조합임원에 대한 불신이 깊어진 조합원들은 1/10 이상 발의로 조합임원 해임총회를 개최하려하기도 했으나 법원은 분쟁의 소지를 들어 해임 총회의 개최 금지 결정을 내렸다.

 

∥총회 효력정지 가처분으로 시공자 지위 확보되지 않아

문제는 여기서 일단락되지 않았다. 몇몇 조합원들이 이날 시공자 선정 총회에 대한 효력정지 가처분을 신청한 것.

일부 조합원들이 대리투표를 진행하는 등 성원에 문제가 있었기에 시공자 선정이 무효라는 주장을 제기해 이것이 받아들여졌다. 총회가 너무 길어지자 몇몇 조합원들이 기표한 투표용지를 다른 조합원들에게 맡기고 퇴장한 일이 확인된 것이다.

이에 대해 일부 조합원들은 “가처분 신청자들을 보면 친 조합 인사들로 구성돼 있다”며 “대림산업을 탐탁지 않아 하는 조합에서 대림을 시공자로 인정하지 않기 위해 벌인 일”이라고 강조했다.

이로 인해 같은 조건을 놓고 3개월 만에 시공자 선정총회를 다시 개최하기로 했으나 이 역시 성원부족으로 무산됐다.

이 총회는 상당수 조합원들에게 사실상 시공자 선정을 위한 총회라기보다는 이전 총회에서 부결됐던 조합 운영 예산을 조합원에게 인준 받기 위한 총회로 받아들여지며 과반수의 직접참석이 필요한 시공자선정에 대한 안건이 성원을 이루지 못한 것.

2번째 총회도 성원부족으로 시공자 선정 건이 처리되지 못해 대림산업은 광명2R에 대한 적법한 시공자 지위를 확보하지 못한 상태가 됐다.

 

∥입찰보증금을 둘러싸고 갈등 증폭

대림은 첫 번째 시공자 선정총회를 하며 입찰보증금 80억을 조합에 납부했다. 총회 효력정지 가처분이 받아들여지면서 시공자 지위를 확보하지 못한 대림에서는 2번째 총회도 무산되자 조합에 일단 입찰보증금을 돌려달라 요청했다.

하지만 조합에서는 제대로 선정된 시공자가 맞다며 입찰보증금을 돌려줄 수 없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입찰보증금 문제가 불거지자 신청인들이 효력정지 가처분을 취하한 것.

대림에서는 “일단 취하는 됐다고 하지만 이미 첫 시공자 선정 총회에 흠결이 있다고 법원에서 판단을 내린 만큼 또 다시 누군가 효력정지를 신청하면 받아들여질 수밖에 없어 법적으로 시공자의 지위를 확보했다고 할 수 없다”는 판단을 내렸다. 더욱이 “조합의 주장대로 시공자가 맞다면 가계약이라도 체결해야 하지만 조합에서는 계약체결은 하지 않고 시공자가 맞다며 입찰보증금을 돌려주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 와중에 추진위 당시부터 업무를 진행해왔던 일부 협력업체들이 용역비용에 대한 지급명령 소송을 제기해 대림의 입찰보증금에서 일부 지급되면서 문제가 커졌다.

대림에서는 추후 시공자 지위가 확보되면 다시 입찰보증금을 납부하겠다며 일단 기 납부된 입찰보증금의 반환을 요청했지만 조합에서 거부함에 따라 결국 소송을 제기했고 지난해 조정판결을 통해 입찰보증금 문제가 일단락되었다.

입찰지침에 시공자선정 총회에 사용된 비용은 입찰에 참여한 시공사들이 나눠 부담하기로 되어 있어 1차 총회 비용의 1/3과 2차 총회비용을 합쳐 11억을 대림에서 부담하고 조합은 나머지 69억 가량을 반환했다.

조합의 “대림에서 소송을 제기하며 사업추진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입장에 대해 대림은 “애초부터 조합에서 대림을 동반자로 인정하지 않아 발생한 문제”라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한 업계관계자는 “조합에서는 그간 지지부진한 사업추진의 책임을 대림에 떠넘기는 모습을 보이고 있으나 이는 타 구역 상황에서도 드러나듯 전반적인 경기침체와 정비사업 분위기 악화로 인한 여파가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이며 당초 조합에서 무리하게 대림을 배제하려하면서 조합원 갈등이 증폭된 것도 한 원인일 것”이라고 밝혔다.

 

최근 조합은 소형평수 비율 확대, 용적률 상승 등을 포함한 촉진계획 변경을 꾀하고 있다. 아울러 “하반기 사업시행인가 총회와 시공자 선정을 다시 진행하고 연말 안에 건축심의까지 마치는 것을 목표로 사업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아직까지 재개발 사업자체를 반대하는 주민들과 그동안의 내홍으로 조합에 대한 불신을 갖고 있는 조합원들도 많아 이들의 갈등을 어떻게 봉합하며 사업을 진척시킬지 광명2R의 행보에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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