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부, 새로운 기준 도입으로 오히려 허용기준 낮춘 상황

본지는 사회적 이슈가 되고 있는 층간소음 문제의 원인과 그 해결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3회에 걸친 분석기사를 게재하고 있다.

이번호에서는 지난해 국토부가 공동주택의 층간소음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구조적 기준인 ‘바닥충격음 인정 및 관리기준’을 개정하면서 새롭게 도입한 ‘임팩트볼’ 방식에 대한 문제점을 짚어본다.

 

공동주택의 층간소음 문제를 해결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주택을 신축하는 시점에서 구조적으로 층간소음을 차단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국토부는 2003년 층간소음에 대한 구조적 기준인 ‘바닥충격음 인정 및 관리기준’을 마련해 관리해 왔는데 2013년 이를 대폭 개정한 내용을 고시하고 2014년부터 본격 시행에 들어갔다.

개정된 기준을 살펴보면 일단 이전의 공동주택 층간소음 법기준 중에서 중량충격음 50dB을 기준을 의무화했고 이전의 층간소음 인정제도를 폐기하고 새로운 인정제도를 도입했으며 층간소음 측정법을 기존 ‘뱅머신’ 측정법에서 새로운 ‘임팩트볼’ 측정법을 추가해 이원화 했다. 아울러 두 측정법의 성능 차이를 +3dB 보정하도록 했다. 예를 들어 임팩트볼 측정법으로 47dB이 나왔을 경우 이 수치에 3dB을 더해 50dB을 층간소음 법제도상의 측정치로 삼는다는 것이다.

그동안 층간소음 중 가장 문제가 되고 있는 중량충격음 측정을 위해 표준 충격원 도구로 사용해 온 것이 뱅머신이다. 무게가 약 7.3kg의 타이어를 기계장치를 통해 아파트 바닥에 타격해 그 충격음 크기를 측정하는 방법으로 충격력이 약 420kg에 달한다.

국토부에서 새롭게 도입한 임팩트볼 측정법은 무게가 약 2.5kg 정도 되는 배구공 크기의 고무공을 사람이 들고 아파트 바닥에 떨어뜨려 그 충격음 크기를 측정하는 방법으로 충격력 약 150∼180kg이다.

국토부는 임팩트볼 측정법을 도입하면서 “뱅머신은 충격력이 실생활 충격력보다 과도하고 주파수패턴이 달라 정확한 충격력을 반영하지 못한다”며 “어린이들이 뛰는 수준인 약 100∼250kg의 충격력을 측정하기 위해 일본에서 사용하고 있는 임팩트볼 측정법을 도입했다”고 밝혔다.

여기에 뱅머신보다 약한 충격력 차이를 상쇄하기 위해 임팩트볼로 측정 시 3dB를 더한 값으로 성능을 인정하도록 한 것이다.

하지만 환경부가 서울·경기 일대 아파트들의 층간소음 실태를 조사한 ‘공동주택 층간소음 실태조사 최종보고서’를 살펴보면 이전의 뱅머신 측정법에 따르면 법적기준을 충족한 아파트가 27세대 중 4세대로 15%에 불과하던 것이 임팩트볼 측정법에 따라 측정한 결과 법적 기준을 충족한 아파트 비율이 27세대 중 16세대 59%로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토부에서는 층간소음 규제를 강화하겠다며 새로운 기준을 내놓았지만 동일한 조건에서 법적기준 충족률만 높아져 오히려 기준을 완화시켜 준 꼴이 된 것이다.

환경부 조사에 따르면 27세대에 대한 뱅머신 측정값과 임팩트볼 측정값의 전체 평균차가 5.8dB이고 5dB 이상 차이가 나는 아파트가 27세대 중 22세대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심지어 8dB 이상 차이가 나는 아파트가 27세대 중 6세대나 되는 데도 국토부에서는 두 측정법의 차를 불과 3dB로 하고 있어 오히려 기준을 3dB 가량 낮춰준 상황이 된 것이다.

문제는 이 3dB이라는 수치가 미미한 차이가 아니라는 것이다. 소음진동 공학에서 3dB은 음압 차이가 배 이상 차이가 나는 수치이고 현행 층간소음법상의 등급으로도 최소 한 등급에서 두 등급까지 차이가 나는 수치다.

또한 제도도입 이후 인정기관인 한국건설기술연구원과 한국토지주택공사에서 바닥충격음 차단구조 인정신청 37개 제품을 대상으로 뱅머신과 임팩트볼에 대한 성능측정을 실시한 결과, 뱅머신과 임팩트볼의 평균적인 측정값 차이는 5.7∼6.2dB의 차이가 나타나고 있다.

여기에 ‘실제 충격원과 가장 유사하다’는 이유로 도입한 임팩트볼 측정법에서도 층간소음의 가장 문제 주파수대 소음인 63Hz 측정치에서 최대 8dB까지 경감하여 평가하도록 하는 기존의 평가법을 그대로 적용함으로써 사실상 가장 저감해야할 100Hz이하 저주파수대 소음을 줄이는 제품과 그렇지 않은 제품간의 층간소음 저감 성능을 심하게 왜곡시키고 있다.

사단법인 주거환경연합(이사장=김진수)과 전국시민단체연합(사무총장=송용섭)은 성명서를 통해 “환경부의 조사결과에서 드러났듯이 임팩트볼을 새롭게 도입해 측정법을 이원화함에 따라 법적기준 충족률만 대폭 높이는 결과를 가져 오고 있다”며 “건설사들 입장에서는 법적 문제를 피하는데 유리한 임팩트볼 측정법을 선호할 것이고 층간소음 저감재 업체들 역시 저급 자재를 고평가 해주는 임팩트볼 측정법으로 성능인정을 진행할 것이 불을 보듯 뻔하다”고 밝혔다.

아울러 “결국 층간소음을 저감하지 못하는 저급의 엉터리 층간소음 저감재들이 퇴출되지 않도록 정부가 법으로 보호막을 쳐주는 셈이고 반면에 국민들은 그만큼 엉터리 층간소음 저감재로 인해 고통을 받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일본이 임팩트볼 측정법을 도입한 큰 이유는 일본 주택의 90% 가까이가 바닥을 완전히 띄우는 ‘완전 뜬바닥 공법’을 채택하고 있고 그 구성물이 목재로 구성되어 있어 뱅머신의 충격에 바닥이 손상되는 등의 문제가 발생했기 때문”이라고 밝히고 “이에 반해 99%가 콘크리트와 몰탈 등으로 아주 고강도 바닥구조로 이루어진 우리나라 공동주택에서 뱅머신 측정법을 사용하지 못할 이유가 전혀 없다”며 문제가 있는 임팩트볼 측정법의 폐기를 주장하고 나섰다.

 

 


 

새 측정기준 임팩트볼, 여론 악화에 국토부 결국 ‘백기’

시민단체들의 비판과 감사원 지적에 임팩트볼 측정법 잠정 폐지키로

 

층간소음 기준을 강화하기 위해 개정한 관련 규정이 오히려 기준을 완화시켰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는 가운데 감사원에서도 이를 지적하며 임팩트볼 측정법 도입 배경에 대한 감사를 진행하면서 국토부가 결국 임팩트볼 측정법을 잠정 폐지하기로 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임팩트볼 측정법은 한국산업표준(KS)과 국제표준화기구(ISO) 인증을 모두 받은 측정법으로 뱅머신 측정법과의 차이 보정을 위해 측정값에 3㏈의 가중치를 더해 평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제도 도입 이후 한국건설기술연구원과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성능안정시험을 시행한 결과를 보면 두 측정법의 실제 편차가 5∼9㏈로 조사됐다. 보정 값인 3㏈보다 높은 편차가 발생해 실제로는 법적 기준 허용치를 늘리는 결과가 나온 것이다.

이렇게 되자 완충재 생산 업체들은 기준을 충족시키기 쉬운 임팩트볼 측정법으로 등급을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소음 측정기준 개정 이후 인정받은 33개 제품 가운데 29개가 임팩트볼 측정법을 적용했다.

또한 임팩트볼 측정법으로 인정받은 중량 3급 인정 자재를 뱅머신으로 측정한 결과 4급 또는 법적 기준치 밖의 등외 제품 판정이 나왔다.

사단법인 주거환경연합과 전국시민단체연합 등이 이와 같은 내용의 성명서를 발표하고 여론이 악화되자 감사원은 국토부에 관련 기준 도입 배경 자료를 요구하고 관련 연구원의 진술을 들은 것으로 알려졌다.

여론의 압박을 느낀 국토부는 결국 공동주택 바닥충격음에 대한 측정방법을 뱅머신 방식으로 일원화하는 ‘공동주택 바닥충격음 차단구조인정 및 관리기준’ 개정안을 지난 28일부터 행정예고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임팩트볼 방식에 적용하고 있는 보정치 등 성능기준에 대한 보완 필요성이 제기됨에 따라 우선 바닥충격음 측정방법을 뱅머신 방법으로 일원화하고 추가 연구 등을 통해 임팩트볼 방식에 맞는 성능기준을 재점검한 후 임팩트볼 방식을 시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제도 개선을 이끌어 낸 사단법인 주거환경연합과 전국시민단체연합은 앞으로도 2014년 이후 착공된 대형 건설사들의 전국 주요 현장들에 대하여 층간소음과 관련한 자료를 수집하여 공개하는 등 층간소음 문제에 대해 지속적인 활동을 펼쳐나갈 계획이다.

전국시민단체연합 송용섭 사무총장은 “건설사들이 층간소음 저감을 위해 사용한 자재사양과 비용내역 그리고 층간소음 측정값 등을 공개함으로써 해당 건설사들이 국민들과 분양자들을 위한 층간소음 저감정책을 제대로 이행하였는지를 감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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