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부채 종합관리방안’ 주택 대출 규제에 초점

지난달 정부는 분할상환비율을 높이고 대출심사요건을 강화하는 ‘가계부채 종합관리방안’을 발표했다. 담보 위주의 대출을 소득 위주로 바꾸고 원금 상환 거치기간을 1년 이내로 줄여 상환이 가능한 대출을 늘리겠다는 생각이다.

정부는 미국의 금리인상 가능성이 큰데다 1100조원에 육박하는 가계부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필요한 조치라고 설명하면서 LTV(주택담보대출비율)ㆍDTI(총부채상환비율) 제도의 큰 틀은 변경하지 않는 상태에서 대출조건을 강화해 대출 총액을 제한하겠다는 입장이다.

정부는 “상환능력 제고를 위한 ‘가계소득 증대, 서민·취약계층 지원 강화’와 함께 ‘가계부채 관리방안’을 종합적으로 추진한다”며 “가계부채 관리방안은 분할상환 등 구조개선 및 관행 정착, 선진형 상환능력심사 체계 구축 등 시스템적·단계적 접근 방식으로 인위적인 대출 억제보다 사전 위험관리와 시스템 구축에 중점을 뒀다”고 밝혔다.

가계부채 종합관리방안은 ▲고정금리·분할상환으로 대출구조 개선 ▲금융회사 자율의 상환능력심사 방식 개선 ▲상호금융권 등 제2금융권 관리 강화 ▲금융회사·주택금융공사·가계의 대응력 제고 및 모니터링 강화 등을 담고 있다.

내년부터 주택대출시 분할 상환을 원칙으로 하고 기존 평균 3~5년 이던 대출 거치기간을 1년 이내로 축소하도록 유도하기로 했으며 담보보다 상환 능력 위주로 엄격한 심사를 하도록 했다. 또한 토지·상가 담보대출의 담보 인정기준을 강화해 향후 금리가 오를 경우 대비해 대출총액을 제한하겠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정부에서 이번 대책을 내놓은 것은 가계대출 문제가 심각해지고 있다는 우려 때문으로 보인다. 정부에서는 “전체 가계부채 증가율이 지난 2012년 5.2%로 떨어졌다가 지난해 6.5%로 상승했으며 올 1분기 7.3%까지 올라갔다”고 밝히고 “2014년 8월부터 2015년 6월 동안의 가계대출 증가액은 79조8000억 원으로 전년동기(35조7000억 원)의 2배 이상 수준으로 급증했다”고 강조했다.

여기에 가시적인 경기회복세도 뚜렷하지 않아 3~4%인 소득 증가 속도보다 6~7%에 달하는 부채 증가 속도가 훨씬 높아지면서 부채상환 부담 증가가 소비 위축 등을 초래해 거시경제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하지만 이번 정부의 대책에 대해 현장에서는 혼란스럽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불과 한달 전 “모처럼 살아난 부동산 시장이 위축될 우려가 있다”는 현장의 의견을 받아들여 LTV, DTI 완화 조치를 내년 7월까지 1년 연장 해주었는데 사실상 대출규제 강화가 주 내용인 이번 방침에 시장에서는 혼란을 겪고 있는 것이다.

이번 방침의 부작용에 대한 우려도 나타나고 있다.

일단 기본적으로 대출규제가 강화되면 아무래도 주택시장은 수요가 줄면서 회복세가 둔화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침체기를 겪다 이제 반짝 회복을 보이고 있는 주택시장에 다시금 부정적 요인으로 작용하게 돼 전반적 경기회복에 악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결정적으로 이번 대책이 소득이 낮은 서민들에 대해 대출 장벽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소득 심사가 강화되면 소득수준을 증명하기 어려운 자영업자들이나 소득수준이 높지 않은 사회초년생, 고령자 등 저소득자들이 대출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점이 지적된다. 특히 전세난으로 인해 주택 구입으로 눈을 돌릴 수밖에 없는 20~30대에서 주택자금을 확보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는 것도 문제다.

더욱이 주택시장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면서 주택을 구매하고자 하는 실수요자들이 관망세로 돌아서면 그 수요가 전월세시장으로 전가되어 전세난이 더욱 심각해질 수 있어 대출을 통해 주택을 구매하지도 전세를 얻지도 못하는 진퇴양난에 빠질 수도 있는 상황이다. 여기에 집주인들은 대출부담을 줄이기 위하여 전세금을 인상하거나 월세로 전환할 가능성이 높아 전반적 주택시장 불안을 야기할 수 있다.

또한 원리금 상환을 위해서는 소득에 여유가 있어야 하는데 소득수준이 낮은 서민들의 경우 채무 원금 상환 부담으로 가계 삶의 질 저하를 초래할 수도 있으며 결국 내수소비 감소로 이어져 경기침체까지 이어지는 악순환이 생길 수 있다.

또한 이번 대책은 결국 DTI와 비슷한 성격을 띠고 있어 기존에 DTI가 적용되고 있는 서울·수도권보다 그 동안 DTI가 적용되지 않았던 지방에서 더욱 큰 영향을 미치게 되어 상대적으로 취약한 지방 주택시장에 악재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안타까운 일은 이번 대책발표로 인해 정부 정책의 일관성이 중요한 주택시장에 또 한 번 혼란을 야기했다는 점이다. 주택구매자들은 향후 시장분위기와 주택가격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구매시기를 결정하게 되는데 정부의 정책이 혼선을 빚게 되면 시장에 대한 확신을 가질 수 없어 주택구매를 미룰 수밖에 없고 이는 결국 전월세난과 주거불안을 야기하게 된다.

현 상황에 문제가 있다면 그에 맞는 처방은 필요하다. 하지만 10년 이상을 내다봐야하는 주택정책에 있어 더욱 중요한 것은 향후 상황을 예측가능하게 하는 정책의 일관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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