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관리 → 공공지원으로 변경됐지만 현장에선 규제책으로 인식

지난 11일 16개의 개정안을 통폐합한 ‘도시및주거환경정비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일몰제 범위 확대, 정비구역 직권해제 위임규정 도입, 무상양도 대상에 현황도로 추가, 정비사업에 뉴스테이 공급 근거 마련, 신탁업자의 사업시행자 지정사유 추가신설, 동의서 재사용 허용, 서면 또는 대리인을 통한 의결권 행사 허용 등의 내용이 포함됐다.

이번 법 개정안에 대해 현장 관계자들이 관심을 가진 부분은 공공관리제 하에서의 시공사 선정시기에 관한 내용이었다.

정비사업에서 가장 큰 어려움으로 꼽히고 있는 초기자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공공관리제 적용 사업장에서도 시공사 선정시기를 조합설립인가 이후로 환원시키는 것이 중요하다는 여론이 확산되어 있는 상황에서 법 개정에 관심이 집중돼 왔다.

하지만 법 개정안은 여야 협의, 지자체 협의 등이 진행되며 당초 국토부의 계획과는 다르게 조합과 시공사간 공동시행 또는 LH등이 조합의 업무를 대행하는 경우에만 조합설립인가 이후 시공자 조기선정을 허용하기로 해 실효성 없는 개정으로 전락했다.

이번 법 개정에서는 공공관리의 명칭을 공공지원으로 변경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이에 대해 조합관계자들은 “시공사 선정시기와 같이 사업에 도움이 되는 내용은 빠지고 명칭만 공공지원으로 바꾼다고 무엇이 달라지겠냐”며 “공공관리 도입 이후 사업이 지연되는 등 피해가 속출하는데다 공공관리의 효과마저 뚜렷이 나타나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제도를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한지 의문”이라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최근 공공관리를 적용받고 있는 사업장에서 연이어 부정비리와 혼탁 양상이 불거지면서 서울시에서 공공관리의 명분으로 내세우고 있는 투명성이 보장되지 않는 상황이 늘어나고 있다.

지난 2월 공공관리제를 적용받는 잠실의 모 조합장이 협력업체를 선정하는 과정에서 억대의 뇌물을 수수한 혐의로 구속되는가 하면 서초구에서는 반포동의 한 재건축사업 시공자 선정 수주전에서 입찰에 참여한 시공사들이 조합원들에게 금품을 제공한 의혹이 생겨 경찰이 수사에 나서기도 했다.

이처럼 공공관리제 사업장에서 지속적인 문제가 발생하자 현장에서는 공공관리 무용론이 확산되고 있는 상황이다.

공공관리로 인해 시공사 선정시기가 늦춰지면서 초기자금 확보에 어려움을 겪는데다 융자 지원의 경우 신청조건이 까다로워 실효성을 담보하지 못하고 있어 전반적으로 사업지연을 야기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여기에 공공관리제의 핵심인 투명성을 담보하지 못한다면 공공관리제를 유지하는 것이 의미가 없다는 여론이 힘을 얻고 있다.

건국대학교 행정대학원 도시및지역계획학과 김진수 교수와 건국대학교 도시행정연구소 이정은 연구원은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사업의 공공관리제도 개선방안 연구’ 논문에서 서울시 소재 조합·추진위 임원, 일반 주민(조합원), 관련 전문가, 공무원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 500여명의 설문조사를 통해 공공관리제도의 현 상황과 문제점을 분석했다.

논문에 따르면 공공관리제도의 문제점에 대해 응답자들은 ‘공공관리자의 비리발생, 능력부족’ 문제를 가장 많이 선택했으며 일반 주민의 경우 ‘사업추진이 종전보다 지연되는 점’을 가장 큰 문제점으로 지적했다.

아울러 주목해야 할 부분은 정비사업 추진에 있어 가장 보완해야할 정책으로 ‘공공관리제 시행여부 선택권을 조합원에 부여’하거나 ‘공공관리제 전면 폐지’을 꼽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정비사업에서 공공관리제를 지원책이 아닌 규제책으로 인식하고 있다는 반증이다.

전문가들 역시 “도시정비사업 추진 과정에서 회계 투명성 확보 등 긍정적 기능은 수용하되, 공공관리제 적용 여부는 주민과 조합의 자유로운 의사에 맡기는 방향으로 개선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현장에서 규제로 인식하고 있는 제도를 무리하게 유지하는 것보다 투명성을 제고하기 위한 별도의 장치를 마련하고 공공관리 자체는 주민들의 선택에 맡기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전문가들의 의견에 귀를 기울여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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