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건축 동별 동의요건 완화, CEO조합장 제도 등은 현장 의견 수렴

김진수 교수 / 건국대학교 행정대학원 도시 및 지역계획학과

국토부가 지난 2일 ‘서민․중산층 주거안정강화 방안’을 발표했다.

주거취약 계층 등 서민들의 주거지원 강화와 중산층 주거혁신을 위한 뉴스테이 활성화 방안, 정비사업 규제 합리화를 통한 도심 내 주거환경 개선책 등을 포함하고 있다.

이번 주거안정강화 방안은 기존의 주거대책을 모으고 재개발․재건축 등의 정비사업에 대한 규제를 합리화하는데 초점이 맞춰졌다.

하지만 주거취약계층 지원강화 방안과 뉴스테이 활성화 방안 등은 기존에 이미 공개된 내용들이 많고 일부 방안은 실효성이 낮아 현재의 심각한 전월세시장을 안정시키기에는 부족한 면이 있다.

특히 전세임대 확대의 경우 전세물건 자체가 줄어들어 공급이 없는 상황에서 LH를 통한 임대가 실효성을 가질 수 있을지 의문이다. 또한 집주인 리모델링 임대사업의 경우 저리의 주택개량자금을 지원하더라도 최소 8년에서 20년까지 시세의 50∼80% 수준의 임대료를 받고 임대하려는 사람은 극소수에 불과할 것이다.

하지만 이번에 함께 내놓은 정비사업 규제 합리화 방안은 원활한 정비사업 추진을 위해 필요한 제도개선안이 포함되어 긍정적 효과를 가져 올 것으로 보인다.

국토부는 상가 등 일부 동 소유자의 반대로 인한 사업지연 방지를 위해 재건축시 동별 구분소유자 동의율을 2/3에서 1/2로 인하하고 정비사업 관련 모든 동의는 동의서를 제출한 후 30일이 경과하면 철회하지 못하도록 제한하기로 했다.

또한 도(道) 지역은 정비계획 수립 및 정비구역 지정권한을 도지사에서 시장·군수로 이양하고 기반시설 기부채납의 경우 현금납부 방식을 도입하기로 했으며 준주거·상업지역 내 정비사업 시 전체 연면적의 20% 이내에서 오피스텔 공급을 허용하고 용적률 인센티브에 따른 임대주택 공급시 대지가격을 일정비율 보상해 조합의 부담을 완화시키기로 했다.

여기에 정비사업의 투명성 제고를 위해서 ‘CEO 조합장(전문 조합관리인)’ 제도를 도입해 외부 전문가가 조합운영에 적극 참여토록 유도하고 추진위 구성이나 조합설립 관련 동의서는 기초지자체의 검인을 받은 후 사용토록 하는 ‘검인(檢印) 동의서’ 제도도 도입하기로 했다.

정비사업 규제완화책들은 현장에서 지속적으로 요구한 사안들이 일부 받아들여져 고무적으로 평가된다.

특히 재건축 동별 동의요건은 상당수 재건축 단지에서 조합설립을 가로막는 가장 큰 걸림돌이었기에 기대감이 증폭되고 있다.

현재 많은 재건축 단지에서 전체 조합설립동의율은 충분히 확보했으나 일부 동의 반대나 상가의 반대로 종별 2/3 이상의 동의율을 확보하지 못해 사업을 진행시키지 못하고 있다.

동별 동의요건은 일부 재건축 단지에서 상가나 일부 동이 무리한 요구를 하며 알박기의 형태로 변질되고 있어 사단법인 주거환경연합 등 시민단체와 일선 현장에서 지속적으로 개선요구를 해왔다.

또한 국토계획법 상한까지 용적률을 상향시키는 경우 공급하는 임대주택에 대지가격 일부 보상하기로 한 점은 정비사업장의 사업성을 개선시키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현재 임대주택은 건축비만 표준건축비로 보상하고 대지는 기부채납하도록 하고 있었으나 앞으로는 대지에 대해서도 감정평가액의 일정비율을 보상하기로 했다.

준주거나상업지역내 정비사업시 전체 연면적의 20% 정도의 일정비율 범위에서 오피스텔 공급을 허용하기로 한 점도 고무적이다. 분양부담이 큰 상가 대신 오피스텔을 공급할 수 있는 길이 열리면 상가를 다수 공급해야하는 정비사업장에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또 하나 주목해야 할 점은 CEO 조합장제도를 도입하기로 했다는 점이다.

현재 정비사업에서 추진위원장, 조합장이나 이사, 감사 등 임원들은 사업장내의 토지등소유자에서 선출하도록 되어 있다. 하지만 사업비 규모가 막대하고 고도의 전문 지식이 필요한 정비사업을 이끌기에는 전문성의 한계가 드러나기 마련이고 이로 인해 건설사 등 협력업체에 휘둘리거나 부정․비리가 발생하는 등 다양한 문제점이 표출되어왔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그간 사단법인 주거환경연합 등 시민단체들에서는 체계화된 교육과정을 통해 정비사업에 대한 전문자격을 부여하고 자격소지자에 조합의 전문경영을 맡겨 투명성과 효율성을 높이는 것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해왔다.

국토부에서는 전문 조합관리인에 대해 일단 법률‧회계‧도시계획 등 자격증 소지자나 건설사 등 관련기관 종사 경력자 등을 거론하고 있지만 정비사업을 이끌어가기 위해서는 보다 전문적이고 종합적인 지식과 소양이 필요하기에 ‘주거환경정비사’와 같은 정비사업 관련 공식 자격제도를 만들고 이를 활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국토부의 이번 주거안정방안은 정비사업에 대한 합리적 제도개선을 포함하고 있으나 과거 분양가상한제 등의 사안에서 나타났듯이 향후 법제화 과정에서 개선작업이 늦어지거나 당초의 원안보다 크게 후퇴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국토부에서는 시행령·시행규칙은 연내 개정완료하고 법 개정사항은 이달 중 국회에 제출할 계획이라는 입장이지만 공이 국회로 넘어갈 경우 이전의 사례와 같이 여․야 협의, 지자체 협의 등의 과정에서 입법 지연, 내용 후퇴 등으로 유명무실한 법 개정이 될 수도 있다는 점이 우려스럽다.

시장 탄력성이 낮은 주택시장에서 정책의 불확실성은 매우 큰 악영향을 끼친다. 모쪼록 정비사업에 대한 후속 입법과정이 조속한 시일 안에 합리적인 방향으로 마무리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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