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선보 변호사 · 감정평가사 / 법무법인 한별

재건축조합에서 분양신청을 하지 않은 조합원은 현금청산 절차를 밟게 된다. 재건축에서는 현금청산에 대한 협의가 성립하지 않으면, 통상적으로 조합에서 청산자를 상대로 매도청구소송을 제기하고, 감정평가를 거쳐 청산금을 결정하고, 소유권을 취득하게 된다. 그런데 해당 부동산에 근저당이나 가압류가 설정되어 있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재건축 사업 과정에서 조합원이 분양을 포기하고 현금으로 청산금을 받기로 한 경우, 토지에 근저당권이 설정돼 있다면 조합원은 해당 근저당권 말소에 필요한 금액을 뺀 나머지만 지급받을 수 있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이 사건의 개요는 다음과 같다. 목동제일시장의 토지를 소유하고 있던 권씨 등은 2005∼2007년 시장 자리에 새로 생길 주상복합건물의 신축 추진 조합에 소유권을 넘겼지만, 분양 신청을 하지 않아 현금 청산을 받게 됐다. 구 도시정비법 제47조는 분양신청을 하지 않거나 분양신청기간 종료 이전에 신청을 철회한 조합원에 대해서는 관리처분계획 인가를 받은 날의 다음 날부터 90일 이내에 현금으로 청산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권씨 등은 2008년 12월 조합에 청산금을 달라고 했지만 조합은 권씨 등이 넘긴 토지에 근저당권이 설정돼 있다는 이유로 근저당권을 해소해주기 전까지는 청산금을 줄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 사건에서 고등법원과 대법원의 판결은 엇갈렸다.

2심에서 조합측은 권씨 등이 이전해 준 부동산에 근저당권이 설정돼 있는 것을 문제삼았다. 조합은 근저당권이 말소되기 전에는 현금청산 요구에 응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2심 재판부는 이같은 조합의 주장을 받아들였다. 권씨 등이 청산금을 전부 지급받으려면 근저당권설정등기를 말소해야 할 의무가 있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근저당권설정등기가 말소됨과 동시에 조합이 권씨 등에게 청산급을 지급하라고 판단했다.

서울고등법원은 조합의 손을 들어줘 청산자의 청구를 기각했지만, 대법원은 다르게 판단했다.

이 사건에서 대법원 재판부는 "구 도시정비법 제47조에 따라 토지 등을 현금으로 청산해야 하는 경우 사업시행자인 재건축조합이 부담하는 청산금 지급의무와 토지 등 부동산 소유자가 부담하는 권리제한등기 없는 완전한 소유권이전의무는 동시이행의 관계에 있다"면서도 "다만 부동산 소유자가 조합에 소유권이전등기와 인도를 이미 마친 때에는 동시이행의 항변권이 인정되는 근본 취지를 감안해 그 범위를 공평의 관념과 신의칙에 따라 다시 정해야 한다"고 판시했다.

또한 "토지 등 부동산 소유자는 분양신청을 하지 않으면 자신의 의사와 상관없이 구 도시정비법 제47조에 따라 현금으로만 청산 받아야 할뿐만 아니라 조합과 협의가 이뤄지지 않는 이상 청산을 받으려면 근저당설정등기를 말소해야 하는 부담까지 떠안게 된다"면서 "반면 조합은 이미 소유권을 이전받아 사업을 추진하는 이익 등을 누릴 수 있고, 민법 제364조 제3취득자의 변제(저당부동산에 대해 소유권, 지상권 또는 전세권을 취득한 제3자는 저당권자에게 그 부동산으로 담보된 채권을 변제하고 저당권의 소멸을 청구할 수 있다) 조항에 따라 근저당권의 채권최고액의 범위 내에서 확정된 피담보채무를 변제하고 근저당권의 소멸을 청구할 수도 있는데, 부동산 소유자가 근저당을 해소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조합이 청산금 전액에 대해 지급하지 않고 버틸 수 있다고 보는 것은 불공평하다"고 그 이유를 설명했다.

재판부는 "따라서 현금청산에서 토지 등 소유자가 토지 등에 관한 소유권이전등기 및 인도를 마쳤지만 근저당권설정등기를 말소하지 않은 경우 조합은 말소되지 않은 근저당권의 채권최고액 또는 채권최고액의 범위 내에서 확정된 피담보채무액에 해당하는 청산금에 대해서만 동시이행의 항변권에 기초해 지급을 거절할 수 있다"고 판시했다.

문의 02-6255-7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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