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조합은 분양대행사에게 대행수수료나 분양비용을 지급할 필요 없다”

변선보 변호사·감정평가사 / 법무법인 한별

정비사업에서 일반분양을 할 때 분양대행사에게 분양업무를 위탁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상가 일반분양은 더욱 그러하다. 그러나 분양시장의 상황이나 분양대행사의 업무처리 역량 등에 따라 분양실적은 크게 달라지곤 한다. 분양대행계약에는 최저 모집실적 기준을 정하는 경우가 있으며, 미달시 분양대행계약이 해제되는 경우도 발생한다.

이러한 경우에 조합과 분양대행사 간에 분양대행수수료나 분양대행비용 등에 대해 분쟁이 일어날 수 있으며, 소송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이러한 상황에 대해 최근 대법원에서 주목할만한 판례가 나왔다. 사안은 다음과 같다.

B조합은 대규모아파트 단지를 건설하기 위해 2011년 2월 강원도 춘천시 동내면 일대 토지 5500평(1만8504㎡)을 한국토지주택공사로부터 125억원에 매수하고 2013년 2월까지 매매대금을 분납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2012년 12월 A분양대행사와 총 340세대의 주택 조합원을 모집하는 분양대행계약을 체결했다. A분양대행사가 2013년 6월 30일까지 최소 80%, 최대 95%의 세대를 분양대행하고 관련 수수료를 받는 조건이었다. 만일 '분양이 전체 세대의 절반인 170세대에 달하지 못하면 분양대행수수료를 청구할 수 없다'는 특약도 했다.

그런데 A분양대행사는 수수료를 받을 수 있는 이 최저기준을 채우지 못했고, B조합은 2013년 7월 "책임분양률에 이르지 못했으므로 계약을 해지한다"고 통보했다. 이에 A분양대행사는 "B조합의 귀책사유로 2013년 4월에야 '모델하우스'를 오픈했다. 아직 대행기간 만료일이 도래하지 않았으며, 계약해지를 하려면 분양대행 수수료를 먼저 정산하라"고 요구했다. A분양대행사는 B조합이 응하지 않자 "책임분양률 95%를 달성했을 경우 우리가 받을 수 있었던 이익 19억3800만원을 달라"며 2013년 11월 소송을 냈다.

1심은 A분양대행사가 대행수수료를 받을 수 있는 최저기준도 달성하지 못해 B조합의 계약해지는 적법하다며 A분양대행사에 패소 판결했다. 2심은 B조합이 A분양대행사에 대행수수료를 지급할 의무는 없다고 판단했지만, 적어도 분양대행계약의 이행을 믿고 지출한 전단지 비용 등 4억1000만원은 신뢰이익으로서 B조합이 배상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그러나 대법원의 판결은 달랐다. 대법원 민사3부(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분양대행업체인 A분양대행사가 부동산개발업체인 B조합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원고일부승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최근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대법원은 주택조합원 모집을 위탁받은 분양대행사가 실적 저조로 최저 모집기준을 채우지 못해 분양대행수수료를 받을 수 없다면 광고비용 등 분양대행을 위해 쓴 지출비용도 배상받을 수 없다고 판시했다.

대법원은 판결 이유에서 “피고 회사는 A분양대행사에 지역주택조합의 조합원 모집에 관한 업무를 위임하는 이 사건 분양대행계약을 체결하면서, ① 세대당 분양대행수수료를 600만 원, A분양대행사가 달성해야 하는 조합원 모집비율(책임분양률)을 최소 80%, 최대 95%로 정하되, ② 조합원 170세대(전체 340세대 중 50%)를 모집한 때부터 위 분양대행수수료를 지급하기로 약정하였음을 알 수 있다. 원고는 피고 회사를 상대로 A분양대행사가 지출한 비용의 배상을 청구하기에 앞서 A분양대행사가 계약이행으로 얻을 수 있었던 이행이익의 배상을 청구하였다. 원고가 주장한 이행이익은, 이 사건 분양대행계약이 유효하게 존속하였다면 A분양대행사가 최대 책임분양률 95%를 달성할 수 있었음을 전제로 산정된 분양대행수수료 19억 3,800만 원(323세대분)인데, 원심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원고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① A분양대행사는 이 사건 토지에 관한 매매계약이 해제된 무렵까지 불과 74세대만을 정식 조합원으로 모집하고, 그 후 2013. 9. 23.경까지 계속하여 조합원을 모집하였는 데도 총 117세대의 조합원을 모집하는 데 그쳤다. ② 이 사건 토지에 관한 매매계약이 해제되는 등의 사정이 없이 A분양대행사가 위 2013. 9. 23. 이후 상당한 기간 조합원을 모집할 수 있었다고 가정하더라도, 분양대행수수료의 청구기준인 170세대의 조합원을 모집할 수 없었고, 95%의 책임분양률(323세대)에 해당하는 조합원을 모집하는 것은 불가능했을 것으로 보인다. ③ 그러므로 A분양대행사가 원고가 주장하는 이행이익을 얻을 수 있었다고 볼 수 없다. (나) 원심이 판단한 것처럼 A분양대행사가 상당한 기간 조합원을 정상적으로 모집하였더라도 계약상 분양대행수수료를 청구할 수 있는 기준인 170세대를 모집할 수 없었다면, A분양대행사로서는 피고 회사에 분양대행수수료를 청구할 수 없다. 따라서 피고의 채무불이행으로 인하여 A분양대행사가 손해배상으로 청구할 수 있는 이행이익의 손해는 없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 원심은 A분양대행사가 계약의 이행을 위해 지출한 비용 412,113,425원에 대하여 피고 회사가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판단하였다. 그러나 앞에서 본 법리에 따르면 이행이익이 인정되지 않는다면 지출비용의 배상을 청구할 수 없으므로, 이러한 원심의 판단에는 지출비용의 배상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리고 대법원은 "채무불이행을 이유로 계약을 해제하거나 해지하고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경우에, 채권자는 채무가 이행되었더라면 얻었을 이익을 얻지 못하는 손해를 입은 것이므로 계약의 이행으로 얻을 이익, 즉 이행이익의 배상을 구하는 것이 원칙이다. 그러나 채권자는 그 대신에 계약이 이행되리라고 믿고 지출한 비용의 배상을 채무불이행으로 인한 손해라고 볼 수 있는 한도에서 청구할 수도 있다. 이러한 지출비용의 배상은 이행이익의 증명이 곤란한 경우에 그 증명을 용이하게 하기 위하여 인정되는데, 이 경우에도 채권자가 입은 손해, 즉 이행이익의 범위를 초과할 수는 없다고 보아야 한다“고 설시했다.

그에 따라 대법원은 ”채권자가 계약의 이행으로 얻을 수 있는 이익이 인정되지 않는 경우라면, 채권자에게 배상해야 할 손해가 발생하였다고 볼 수 없으므로, 당연히 지출비용의 배상을 청구할 수 없다. A분양대행사의 실적이 저조해 이행이익에 해당하는 분양대행수수료의 지급을 청구할 수 없다면 지출비용의 배상도 구할 수 없다"고 판결했다.

문의) 02-6255-7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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