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시공사 선정결의는 무효”

변선보 변호사 · 감정평가사 / 법무법인 한별

조합은 도시정비법 제11조과 조합 정관에 따라 조합설립인가를 받은 후 조합총회에서 국토교통부장관이 정하는 경쟁입찰의 방법으로 건설업자 또는 등록사업자를 시공자로 선정하여야 한다.

만약에 어떤 시공사가 총회에서 선정되기 위해, 조합원들에게 금품을 제공해서 조합원들을 매수했다면 어떻게 될까?

이에 대해서는 조합원들을 매수하여 시공자를 선정하였다면 무효라는 주장이 있을 수 있다, 한편 그 반대 의견으로는 설령 조합원들에게 금품을 살포하여 시공자로 선정되었다고 하더라도 이는 해당 조합이 내부 절차를 거쳐 자율적인 판단 아래 해당 시공자의 입찰자격의 박탈여부를 결정할 수 있는 것에 불과하며, 시공자 선정과정에서 일부 부적절한 행위가 있었다고 할지라도 그와 같은 행위로 말미암아 조합원의 의결권 또는 시공자 선택권이 중대하게 침해되는 결과에 이르지 아니하였다면 조합원들은 각자 자유로운 판단과 선택에 따라 시공자를 선정한 것이므로 조합원 총회에서 해당 시공사를 시공자로 선정하는 결의가 있었다면 해당 시공자 선정결의 자체는 유효하다는 의견이 있을 수 있다.

실제 사건은 다음과 같다.

A조합의 정관 제12조 제1항 은 시공자의 선정은 일반경쟁입찰 또는 지명경쟁입찰방법으로 하되,1회 이상 일간신문에 입찰공고를 하고,현장설명회를 개최한 후 참여제안서를 제출받아 총회에서 선정한다고 규정하고 있었다. A조합은 시공자 선정을 위한 공고를 다시 하였다.

B건설은 A조합으로부터 시공자로 선정되기 위하여, B건설의 D이사가 용역업체인 C주식회사명의의 계좌로 합계 11,683,890,000원을 송금한 후,D이사과 C주식회사 운영자이 공모하여 2010.6.초순경 A조합의 조합원들에게 1인당 500,000원에서 35,000,000원까지의 금원을 각 지급하여 B건설을 지지하는 서면결의서와 조합원들이 다른 건설회사에 건네준 서면결의서에 대한 철회서를 징구하여 6월 총회에 제출하였다. B건설은 이로 인해 건설산업기본법위반죄로 기소되어 입찰에 참여한 다른 건설업자의 입찰행위를 방해하였다는 범죄사실이 인정되어 2013.1.11.유죄판결을 받았고 이에 대한 A조합인들의 항소 및 상고가 모두 기각되어 그대로 확정되었다. 위 형사판결 이유에 의하면 6월 총회는 B건설의 위와 같은 매수행위로 인하여 중복된 서면결의서가 제출됨으로써 그 진위 여부를 판단하기 어렵게 되어 개표가 보류되고 폐회가 선언된 것이고, B건설은 용역업체인 C주식회사에 본용역계약과 관련된 용역비 59억여 원 이외에도 6월 총회일직전인 2010.6.15.30억 원,같은 달 18일 5억 원을 지급하였고, 9월 총회일직전인 2010.9.17.에도 20억 원을 지급하였다.

이 경우 B사를 시공사로 선정한 총회결의는 유효일까 무효일까?

이에 대해 하급심과 대법원의 판결은 달랐다.

1,2심은 "B건설이 조합원 매수 혐의 등으로 유죄 판결을 받은 사실은 인정할 수 있지만 그것만으로 그 후에 다시 개최된 총회에서 이뤄진 시공자 선정 안건에 관한 결의까지 조합 정관에 위배돼 무효라고 볼 수는 없다"며 조합 측의 손을 들어줬다.

대법원 특별1부는 A조합의 조합원 E씨가 조합을 상대로 낸 총회 결의 무효확인소송에서 원고패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재판부는 "주택재개발조합의 정관에서 시공자 선정을 '일반경쟁입찰 또는 지명경쟁입찰'로 하도록 정하고 있는 경우 정관이 정한 바에 따라 총회에서 시공자의 선정 결의가 이뤄졌다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러한 총회결의가 무효라고 볼 수는 없을 것이지만, 형식적으로는 경쟁입찰의 방법에 따라 총회에서 시공자 선정 결의를 했다고 하더라도 조합이나 입찰 참가업체가 시공자 선정과정에서 도시정비법령이나 조합 정관에서 정한 절차나 금지사항을 위반하거나 조합원들에게 금품을 제공해 '시공자 선정동의서'를 매수하는 등 부정한 행위를 했다면 이같은 부정행위가 시공자 선정에 관한 총회 결의 결과에 영향을 미쳤다고 볼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입찰에 참여한 B건설사가 조합원들에게 상당한 금원을 제공하는 대가로 서면결의서 등을 받아 이를 총회에 제출하거나 금원을 받은 조합원으로 하여금 총회에 출석해 투표하도록 한 것은 경쟁입찰의 공정성을 해하고 조합원들의 자유로운 결정권이나 선택권을 침해하는 것으로 조합 정관이 경쟁입찰 방식으로 시공사를 정하도록 한 취지에 정면으로 반한다"며 "따라서 이 같은 결의는 정관이 정한 바에 따라 이뤄졌다고 볼 수 없으므로 무효"라고 판시했다.

대부분의 조합에서 시공자 선정은 도시정비법 제11조 제1항 및 시공자 선정기준 등을 준수하여 경쟁입찰의 방법으로 이루어지고 있으므로, 형식적인 경쟁입찰 요건은 충족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단순히 형식적인 경쟁입찰의 요건을 충족하고 있다고 해서 해당 시공자 선정 결의가 완전하게 유효하게 되는 것이라고 볼 수는 없고, 실질적으로도 경쟁입찰이 이루어져 입찰의 공정성이 지켜지고 조합원들의 자유로운 결정권이나 선택권이 보장되는지 여부까지 챙겨야 할 것이다.

문의) 02-6255-7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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