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단대출 규제 실수요자 부담만 가중, 주택경기 침체 위험

김진수 교수 / 건국대학교 행정대학원 도시 및 지역계획학과

정부의 대출 규제로 인해 실수요자들이 받는 고통이 늘어나고 주택시장 침체가 우려되고 있다.

지난 18일 주택산업연구원과 한국주택협회, 대한주택건설협회가 광화문 프레스센터에서 개최한 ‘주택금융규제 긴급진단 세미나’에서 정부의 집단대출 규제가 가계부채 건전성 관리 효과는 미미하지만 주택시장 침체를 가속화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정부가 늘어나고 있는 가계부채에 대한 대책으로 주택담보대출과 집단대출의 규제를 들고 나왔지만 이는 가계부채 건전성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것이다. 정부의 대출 규제가 가계부채에는 큰 소득 없이 주택시장 침체만 야기할 뿐 이라는 지적이다.

정부는 지난해 8월 집단대출을 규제하는 것부터 시작해 대출 규제를 강화해왔다.

지난해 주택도시보증공사(HUG)와 주택금융공사의 중도금 대출을 90%로 낮추고 1인당 보증 건수도 최대 4건에서 2건으로 줄였으며 금융감독원을 통해 시중은행의 대출심사를 강화하도록 했다. 올해 1월부터는 잔금대출에 대출자의 상환능력 평가와 분할상환을 의무화하는 내용이 추가됐으며 3월부터 상호금융권과 새마을금고 등 제2금융권의 대출심사도 대폭 강화했다.

가계신용대출은 가계대출과 판매신용으로 나뉘는데 이 중 정부가 문제 삼고 있는 가계대출은 주택과 기타 부문으로 나뉘고 주택 부문은 주택담보대출과 집단대출로 구성된다.

하지만 가계대출에서 주택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은 41.8%로 기타 부문 52.8%보다 낮다. 전문가들은 가계대출 증가세가 주택부문이 아닌 기타 부문에서 비롯된다고 분석하고 있다.

가계 부채 증가는 주택 분야만이 아니라 저금리 기조, 경기침체로 인한 실질소득 감소 등 금융정책과 사회·경제적인 다양한 원인으로 인해 증가한 것이라는 지적이다.

최근 2년간 가계대출 증가는 제2금융권의 비주택담보대출을 중심으로 한 기타 대출이 견인했다는 분석이다.

더욱이 집단대출은 분양보증이 있어 리스크가 적은 상황으로 연체율을 따져보면 0.29%로 가계신용대출 0.54%의 절반 정도에 불과한 수준이라 가계부채 위험요인으로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

이처럼 주택담보대출과 집단대출이 가계부채 증가의 주범이라 할 수 없는데도 정부가 지속적으로 규제를 강화하면서 대출금리 인상 등 실수요자의 피해가 늘어나고 있다.

중도금 대출규제와 금감원을 통한 은행권의 주택담보대출 옥죄기가 시작되면서 대출심사를 강화하는 과정에서 대출금리가 대폭 상승했다. 이로 인해 주택사업자 뿐 아니라 애꿎은 실수요자들이 피해를 입는 상황이 발생했다.

올해부터 제2금융권에도 대출규제를 도입하면서 지난 16일 기준 제2금융권 중도금대출 금리는 연 5.30~5.50%로 올 2월의 연 3.88~4.5%보다 1~1.5% 급등했다.

또한 지난해 중도금 대출규제가 강화되면서 실제 은행권의 대출심사를 통과하지 못해 많은 사업장에서 금리를 1% 이상 높여 집단대출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결국 정부의 규제로 인해 불필요한 금융비용이 발생했으며 이는 고스란히 주택소비자에게 전가된 것이다. 이로 인해 일각에서는 가계부채 감축을 내세우는 정부가 오히려 실수요자들에게 고금리 대출을 강요하고 금융권의 이익만 늘려줬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중소형 건설사를 중심으로 건설업계에서는 대출규제로 인해 사업자체가 어려워지고 있다는 하소연이 줄을 잇고 있다.

중도금 대출을 못 받을 것을 우려해 신규 분양을 아예 중단하는 중소형 건설사가 속출하고 있다는 것.

한국주택협회에 따르면 금융권에서 계약률이 90%를 넘어도 중도금 집단대출을 해주지 않고 있어서 작년 10월부터 올해 1월까지 분양된 계약률 95% 이상 30개 사업장 중 중도금 대출처를 구하지 못한 곳은 무려 17곳, 56.7%에 달한다고 밝혔다.

건설업계 관계자들은 작년 8월 이후 분양한 사업장 중 수십 곳이 1차 중도금 납부를 유예한 상황에서 정부의 규제로 인해 조만간 도래하는 2차 중도금 납부 전까지 대출처를 구하지 못하면 공사를 중단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도래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그동안 자체자금과 계약금으로 간신히 공사를 진행해오던 사업장들의 공사중단이 이어지면 협력업체 도산 등 그 파장이 경제 전반으로 확대될 수 있다. 회복세가 꺾인 주택시장에 다시금 찬물을 끼얹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정부는 이와 같은 지적에도 기존 정책을 고수할 방침을 밝혔다. 아직도 가계부채 관리를 위해 과도하게 늘어난 집단대출을 집중 관리할 필요가 있다는 판단이다.

오히려 아파트 중도금대출 승인액이 지난해 1월 4조7000억원에서 올해 1월 2조5000억원 정도로 줄었으며 청약경쟁률도 대폭 낮아졌다는 점을 들어 대책을 통해 과열 양상을 보였던 분양시장이 지난해 말부터 안정을 되찾고 있다고 평가했다.

금융위원회에서는 지난해 8월 아파트 집단대출 규제를 내놓으면서 과열 양상을 보였던 아파트 분양시장이 다소 안정을 찾아가고 있어 일부 사업장에서 대출받기가 어렵다고 해서 가계부채 대책 기조를 바꿀 수는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예전 강남권 일부의 상황을 확대 해석해 부동산 규제를 강화하면서 주택시장이 침체가 장기간 이어진 것과 같이 이번에도 일부 지역에 불과한 과열 양상을 두고 전반적 대출규제를 확대하면서 실수요자들의 피해와 함께 경기침체가 우려되는 상황이다.

일부 강남권의 열기를 잡겠다고 규제의 칼을 모든 곳에 휘두른다면 사업성이 낮아 가뜩이나 어려운 지방의 분양시장부터 먼저 초토화될 수 있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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