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계변경에 따른 건축심의와 고분양가 논란은 풀어야 할 숙제
시공사 교체로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킨 과천주공1단지가 포스코의 점유권 행사로 출입하지 못했던 공사현장의 점유권을 확보했다.
과천주공1단지 주택재건축정비사업조합(조합장=이동인)은 지난 1월 과도한 공사비 증액 요구를 이유로 기존 시공사였던 포스코건설에 계약해지를 통보하고 총회를 통해 대우건설을 새로운 시공자로 선정했다. 이에 대해 포스코건설은 시공자 계약해지가 부당하다며 계속 재건축 현장을 점유하고 관계자들의 출입을 막아왔다.
시공자 선정 당시 8월 착공을 약속한 대우건설은 착공일자를 지키기 위해서는 하루속히 철거가 진행되어야 한다고 판단해 조합과 협의 끝에 지난 18일 철거공사 수행업체를 파견, 현장진입을 시도했다.
당시 점유권을 행사 중이었던 전 시공사인 포스코건설 측에서 중장비 등을 동원해 대우건설 측의 진입을 막으면서 한때 대치상황이 연출되기도 했다. 다행히 물리적 충돌 없이 대우건설 측에서 공사를 위한 부동산 점유권을 확보하고 이후 철거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포스코건설은 지난 22일 조합과 대우건설, 철거업체 등을 상대로 점유방해금지 가처분신청을 제기했으며 24일에는 대우건설과 철거업체를 상대로 재건축 공사현장을 무단 침입한 혐의로 형사고소까지 진행했다.
또한 가처분 신청 결과에 따라 조합을 상대로 한 손해배상청구소송도 제기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조합에서는 “적법한 절차에 따라 총회에서 시공자 계약 해지를 진행한 만큼 포스코건설이 불법으로 점유권을 행사하고 있던 현장에 대해 조합의 권리를 행사했을 뿐”이라며 “포스코건설의 가처분신청이나 형사고소 등은 받아들여지지 않을 것으로 예상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아울러 “현재 철거작업과 함께 마감재 협의 등을 진행하고 있다”며 “새로운 시공자로 선정된 대우건설과 협력해 차질 없이 사업이 진행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대우건설 설계변경 논란 증폭
과천주공1단지가 새로운 시공자 선정 절차를 진행하면서 세간의 우려와 달리 치열한 수주전이 펼쳐졌다. 현대건설, 대우건설, 지에스건설 3개사가 전력을 다한 홍보전을 펼친 결과 프리미엄 브랜드인 ‘푸르지오 써밋’을 적용해 앞세워 전세대 4Bay 설계와 커튼월, 입면분할이중창, 평면특화설계 등을 도입하겠다고 약속한 대우건설이 조합원들의 선택을 받았다.
하지만 시공자 선정 이후 대우건설이 내건 조건으로 인해 몇 가지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먼저 같은 대우건설이 시공자로 참여하고 있는 과천7-1단지에서 1단지에만 ‘푸르지오 서밋’을 적용하는 것은 형평성에 어긋난다며 문제를 제기하고 나섰다.
7-1단지에서는 입지나 규모 면에서 뒤질 게 없는데 1단지에만 프리미엄 브랜드를 적용하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보이면서 대우건설을 압박하고 있다.
대우건설은 과천1단지 수주 당시 1단지에만 푸르지오 써밋을 적용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어 이에 대한 처리에 어려움을 느끼고 있는 상황이다.
4Bay 설계변경 역시 논란이 되고 있다.
과천1단지에서는 대우건설 특화설계에 포함된 59㎡와 84㎡의 4Bay 적용과 커뮤니티 시설 확대 등의 내용을 포함해 과천시에 건축심의 변경을 신청했다.
하지만 인근 단지에서 “과거 59㎡의 평면을 4Bay로 신청했었으나 과천시 건축심의위원회에서는 60㎡이하의 소형평형에 무리하게 전면 폭을 확대할 경우 병풍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며 3Bay로 줄일 것을 요구해 어쩔 수 없이 수용한 바 있다”며 “형평성에 어긋나지 않기 위해서는 1단지의 4Bay 변경 신청을 받아들이지 않거나 다른 곳들도 경미한 변경을 통해 4Bay로 변경할 수 있도록 해야한다”는 입장을 나타내고 있다.
과천에서는 올해 말과 내년 초에 여러 단지의 분양이 몰려있어 경쟁이 치열할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공정한 경쟁을 위해서는 건축심의와 같은 행정행위에 있어 형평성이 확보되어야 한다는 지적이 있다.
또한 과거 인근 단지 건축심의 시 지붕을 경사지붕으로 하라는 지침이 있었기에 대부분 단지들에서는 박공모양의 지붕을 조성했다. 하지만 대우건설은 외관특화를 위해 박공과 반대모양이 되는 역경사의 지붕을 제시했다. 일각에서는 경사지붕으로 하라는 지침은 자연친화적인 과천의 특성에 맞게 박공모양을 도입하라는 것인데 이를 역경사로 한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나타내고 있다.
∥고분양가 논란도 넘어야 할 산
과천1단지가 또 하나 극복해야 할 관문은 고분양가 논란이다.
대우건설은 사업참여조건으로 3.3㎡당 평균분양가 3,313만원을 제시했고 미분양시 미분양분에 대해 3.3㎡당 3,147만원의 대물변제를 약속했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는 지난 3월말 ‘고분양가 사업장 분양보증 처리기준’을 발표하고 고분양가 관리지역의 경우 고분양가 사업장은 분양가 보증을 거부할 것이라고 밝혔다.
고분양가가 타 사업장으로 확산되면 입주시점에 시세가 분양가에 못 미칠 경우 다수의 사업장에서 미입주 사태가 발생할 수 있고 주택시장 침체 시 HUG에 심각한 손실을 가져올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서울 강남 4구와 함께 과천시 역시 고분양가 관리지역에 포함되어 있어 고분양가 사업장으로 판단되면 분양보증을 받을 수 없게 된다.
HUG가 고분양가로 규정해 보증심사를 거부하는 경우는 분양 사업장의 평균 분양가가 주변 아파트 평균 분양가 또는 평균 매매가의 110% 이상이거나 해당 사업장의 평균 분양가나 최고 분양가가 해당 지역에서 1년 이내에 분양했던 아파트의 최고가를 넘은 경우다.
또한 HUG는 분양보증 심사 때 비교 대상 아파트를 입지·세대수·브랜드 등이 유사한 곳으로 최근 1년 이내 분양한 아파트, 분양 진행 중인 아파트, 준공아파트 순으로 선정하겠다는 기준을 밝혔다.
때문에 지난해 5월 인근 래미안 과천 센트럴스위트의 분양가가 3.3㎡당 평균 2,700만원대였던 것을 고려하면 과천1단지가 계획하고 있는 평균분양가는 120%에 이르게 심사통과가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아울러 올해 하반기로 예정되어 있는 과천지식정보타운의 분양도 과천1단지 분양가에 부담을 줄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총 8,481가구가 건설되는 과천지식정보타운에는 민간분양 물량으로 3,562세대가 배정되어 있어 과천지역 분양시장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아직 정확한 분양가는 발표되지 않았지만 중소형은 3.3㎡당 1,500~2,000만원 정도, 대형은 3.3㎡당 2,000만원이 좀 넘을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과천시가지와 바로 인접해 있는데다 향후 4호선 지하철 역사도 신설될 예정이어서 동일한 생활권으로 편입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1단지가 프리미엄 브랜드를 도입해 차별화 전략을 펼친다 하더라도 1,000만원이 훨씬 넘는 분양가 차이를 극복하고 분양을 성공시킬 수 있을지 확신할 수 없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대우건설이 내건 파격조건은 분명 1단지 조합원에게 큰 이익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특화설계가 건축심의를 통과하지 못하거나 책정된 일반분양가가 HUG 보증을 받지 못해 조정이 필요한 상황이 된다면 그에 대한 혼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수 있다.
과천1단지의 행보에 정비사업 관계자들의 이목이 집중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