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한강 조망권 등 위해 불가피” VS 조합, “사업성 저하 물론, 도시 미관 해친다”

한강변 공동주택 최고 높이를 둘러싼 갈등이 끊이지 않고 있다. 서울시측은 “시 곳곳에 위치한 산과 한강의 조망권을 지켜내기 위해서는 층수 제한이 불가피하다”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반면, 재건축조합들은 여전히 “사업성은 물론, 도시미관을 위해서라도 층수제한은 어불성설(語不成說)”이라고 강조하고 있기 때문이다.

 

∥ 갈등의 시작, ‘한강변 관리 기본계획’

이와 같은 갈등이 구체화된 것은 벌써 1년 6개월이 넘었다. 서울시가 지난 2015년 10월 한강변 공동주택의 최고 높이를 35층 이하로 규제하기로 결정하면서부터 갈등이 구체화됐기 때문이다.

서울시는 지난 2015년 10월 29일 “지난 20여 년간의 한강 관련 계획을 아우르고 기존 계획과 연속성․정합성을 유지하면서 주변 지역 전체를 포괄하는 종합 관리계획을 수립했다”며 ‘한강변 관리 기본계획’을 발표했다. 서울시가 ‘2030 도시기본계획’에 근거를 두고 수립한 최초의 한강 관련 기본계획이다.

문제는 해당 기본계획이 “도시경관 부문에서 자연과 도시가 조화로운 한강을 만들며, 어디서나 한강의 자연과 도시경관을 쉽게 조망할 수 있도록 하는데 초점을 맞췄다”라며 도심과 여의도, 용산, 잠실 일부지역의 광역중심은 복합건축물 조성 시 최고 51층 이상이 가능하도록 하되, 주거용은 35층 이하로 제한하기로 하고, 북한산, 남산, 관악산 등 주요 산이 위치해 열린 경관이 필요한 망원, 합정, 서강마포, 한남 등의 지역을 ‘주요 산 자연조망 관리지역’으로 구분해 개발사업을 진행할 때 배후 산이 잘 보이는지 경관시뮬레이션을 통해 높이를 제한하기로 한 것에서 불거졌다.

이와 같은 계획이 발표됨과 동시에 한강변 인근 재건축단지들의 반발이 거세진 것은 어쩌면 당연한 수순이었다.

해당 계획을 반대하는 조합 등은 “한강변 아파트의 높이를 35층 이하로 일률적으로 규제한다면 각 재건축단지들의 사업성 저하는 차치하더라도, 오히려 도시미관을 해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서울시측은 “한강변 재건축아파트의 최고 높이가 35층으로 제한되긴 했지만 ‘특별건축구역’ 제도를 적용할 경우 건폐율이나 동간 거리 등의 규제를 완화 받을 수 있다”고 완화책을 언급하기도 했지만, 재건축사업을 진행하는 각 조합으로서는 큰 의미가 없는 목소리였다.

또한, 서울시는 한강변 관리 기본계획 발표 이후 4대 권역별로 시민들의 의견을 수렴하기 위한 주민설명회를 개최했지만, “한강변 관리기본계획은 시대에 역행하는 정책”이라고 강조하는 조합원 및 정비사업 관계자들로 인해 설명회는 결국 서울시 정책을 비판하는 규탄장이 됐었다.

 

∥ “생존권 문제”…조합원 등 집단행동 나서기도

특히, 한강변 관리 기본계획은 최고 50층 등의 계획을 세우고 재건축사업을 진행하던 반포, 잠실, 대치 등의 강남권 재건축단지들에게 직격탄이 됐다. 최고 층수를 기존 계획보다 축소할 경우 사업성이 저하되는 것은 물론이고, 사업계획 변경으로 인한 시간 소요도 무시할 수 없는 부분이었기 때문이다.

이에 각 조합들은 서울시 온라인 청원코너인 ‘서울천만인소’를 활용해 온라인 청원을 진행하는 한편, 주거환경연합과 함께 지난해 3월 서울시청 앞 광장에서 ‘서울시의 부당한 행정갑질 규탄 및 재건축·재개발 규제철폐 100만 조합원 가족 총 궐기대회(이하 총 궐기대회)’를 개최하기도 했다.

총궐기대회에 참석한 조합원들은 “최고 층수를 일률적으로 제한할 경우 스카이라인이 획일적으로 계획될 수밖에 없어 도시미관을 해칠 수 있다”, “층고가 제한되는 상황에서 용적률을 최대한 활용하기 위해서는 동간 간격 및 녹지공간을 줄일 수밖에 없어 답답한 성냥갑 아파트가 양산된다. 층수제한은 오히려 주거환경의 악화를 조장하는 셈”이라고 강조했다.

 

∥ 끝나지 않는 갈등…서울시 손 들어주는 보고서 나오기도

한강변 관리 기본계획이 발표된 후 어느새 1년 6개월이 훌쩍 지난 지금, “규제반대”를 외쳤던 재건축조합 중 일부 단지들은 사업계획을 수정하는 등 어쩔 수 없이 노선을 다소 선회하기도 했지만, 사업을 진행하면서도 규제의 폐지여부를 눈여겨보고 있는 조합도 있고, 여전히 규제의 폐지를 목 놓아 외치는 단지도 존재하고 있는 것이 현 상황이다. 또한,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울시측에서 이렇다 할 움직임이 없는 것이 현실이다.

게다가, 규제를 반대하는 조합 등으로서는 안타깝게도 지난 3월 국회 입법조사처가 발행하는 ‘이슈와 논점’에 “주거지역 내 초고층 건물 건축에 대한 규제가 필요하다”는 내용을 담은 보고서가 게재돼 서울시의 입장에 힘이 실리는 모양새가 되기도 했다. 이슈와 논점은 국회 입법조사처가 국회의원의 입법활동을 지원하기 위해 최신 국내외 동향 및 현안에 대해 수시로 발간하는 정보 소식지다.

경제산업조사실 국토해양팀 김예성 입법조사관은 ‘공동주택 높이규제 논의와 쟁점’이라는 제하의 보고서를 통해 “도시경관의 정체성과 경쟁력 확보를 위해 개별 건축물 차원이 아닌 도시전체 차원에서 중장기적인 관점을 갖고 최고높이에 대한 일관된 기준과 원칙은 필요하다”며 “특히, 주거지역 내 초고층 건축물의 건축은 조망과 경관 훼손 뿐 아니라 일조권 피해, 미시기후 변화, 위압감 조성 등 주변 주거환경을 악화시키는 요인이 되기 때문에 높이규제를 마련하고 이를 준수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한, 김 입법조사관은 “서울시의 경우 높이규제의 필요성에도 불구하고 이미 용도지역으로 밀도와 높이를 규제하고 있는 상황에서 도시기본계획에 구체적으로 층수를 명시하면서 논란이 증폭된 양상이다. 35층으로 높이기준을 도시기본계획에 명시한 것에 대해서는 지속적인 논의를 통해 이해관계자들을 설득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판단된다”며 “높이관리는 단순히 경직된 규제가 아니라 공동체를 위한 더 나은 방안을 모색하기 위한 것이라는 점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이와 같은 보고서에 대해 정비사업 전문가들은 “주거지역 내 높이규제의 필요성에 대해 동감하더라도 ▲도시기본계획은 법정계획이기는 하나 일종의 행정지침으로, 대외적으로 법적 구속력을 갖는 것은 아닌 만큼 국토계획법, 건축법 등 각종 법령의 수권(授權)이 없는 상태에서 획일적인 규제를 하는 것은 위법한 점 ▲35층으로 높이를 규제한 논리적인 근거는 무엇인가 등에 대한 문제는 여전히 남아있다”고 강조한다.

또한, 이를 두고 서울시는 여전히 “도시기본계획은 건축물의 밀도와 높이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용도지역․지구의 지정 또는 변경에 관한 계획과 지구단위계획 등 도시관리계획 및 경관계획 등 다른 법정 계획에도 영향을 미치는 구속적 계획이므로 준수해야 한다”며 “35층 기준은 장기간 전문가 논의와 시민 공론화 과정을 거쳐 결정된 사회적 합의 사항이며, 용도지역에 따라 허용되는 개발밀도와 최고높이가 비례하도록 높이기준을 설정했기 때문에 근거가 충분하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각자의 입장 속에서 어느새 2년 가까이 갈등이 계속되고 있는 한강변 최고층수 규제문제가 어떤 식으로 결론을 맺게 될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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