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선보 변호사 · 감정평가사 / 법무법인 한별

최근 재개발, 재건축 등의 정비사업에서 신탁회사와 신탁방식에 의해 사업을 추진하는 구역이 늘어나고 있다. 신탁방식에 의해 정비사업을 진행할 경우, 통상 구역 내의 토지를 신탁회사에게 수탁하게 되는데. 이 경우 부동산이나 정비사업에 부과되는 각종 세금의 귀속 주체와 관련하여 논란이 있었다.

이와 관련하여 대법원에서 주목할만한 판결이 나왔다.

사실 관계는 다음과 같다.

원고는 성남시 분당구에 있는 6개 상가건물(이하 ‘이 사건 건물’이라고 한다)의 매수자금에 사용하기 위하여 피고보조참가인 OO저축은행 주식회사(이하 ‘OO저축은행’이라고 한다)로부터 42억 원을 대출받았다.

원고는 위 대출금채무를 담보하기 위하여 2008. 6. 30. 수탁자인 OO부동산신탁 주식회사(이하 ‘OO부동산신탁’이라고 한다)와 이 사건 건물에 관하여 신탁원본의 우선수익자를 OO저축은행으로, 수익권증서 금액을 58억 8,000만 원으로 정한 부동산담보신탁계약(이하 ‘이 사건 신탁계약’이라고 한다)을 체결하면서, 신탁부동산이 환가되는 경우 OO저축은행의 채권을 우선적으로 변제하고 잔액은 원고에게 지급하기로 약정하였다.

이 사건 건물에 관하여 2008. 7. 1. 원고 명의의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친 다음, 곧이어 신탁을 원인으로 하여 OO부동산신탁 명의의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쳤다.

원고가 위 대출금채무를 제때 변제하지 못하자 OO저축은행은 OO부동산신탁에 환가를 요청하였으나 공개매각이 수차례 유찰되었고, 이에 OO저축은행이 2009. 2. 23. 수의계약으로 위 대출원리금과 같은 액수인 4,517,005,143원에 이 사건 건물의 소유권을 취득하였다.

피고는 위탁자인 원고가 OO저축은행에게 이 사건 건물을 공급함으로써 부가가치세의 납세의무자가 되었다고 보아 2010. 1. 16. 원고에게 2009년 제1기분 부가가치세를 부과하는 이 사건 처분을 하였다.

이 사건에서는 신탁재산의 관리·처분시 재화나 용역의 공급자, 즉, 부가가치세 납세의무자가 누구인지가 쟁점이 되었다.

종전의 대법원 판례는 “신탁재산의 공급에 따른 부가가치세의 납세의무자는 그 처분 등으로 발생한 이익과 비용이 최종적으로 귀속되는 신탁계약의 위탁자 또는 수익자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었다(2003. 4. 22. 선고 2000다57733, 57740 판결 , 대법원 2003. 4. 25. 선고 99다59290 판결 , 대법원 2003. 4. 25. 선고 2000다33034 판결 , 대법원 2006. 1. 13. 선고 2005두2254 판결 , 대법원 2008. 12. 24. 선고 2006두8372 판결 등)

이에 대해 대법원은 전원합의체 판결을 통해 종전 대법원 판결을 변경하고 “수탁자가 이탁자로부터 이전받은 신탁재산을 관리 처분하면서 재화를 공급하는 경우 수탁자 자신이 신탁재산에 대한 권리와 의무의 귀속주체로서 계약당사자가 되어 신탁업무를 처리한 것이므로, 이때의 부가가치세 납세의무자는 재화의 공급이라는 거래행위를 통하여 그 재화를 사용/소비할 수 있는 권한을 거래상대방에게 이전한 수탁자로 보아야 하고, 그 신탁재산의 관리/처분 등으로 발생한 이익과 비용이 거래 상대방과 직접적인 법률관계를 형성한 바 없는 위탁자나 수익자에게 최종적으로 귀속된다는 사정만으로 달리 볼 것은 아니다”라고 판시하였다.

대법원은 그 이유로 다음과 같은 근거를 제시하였다.

구 부가가치세법(2010. 1. 1. 법률 제9915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1조 제1항 제1호 는 ‘재화 또는 용역의 공급’이라는 거래를 부가가치세 과세대상으로 규정하고 있고, 제2조 제1항 제1호 는 ‘영리목적의 유무에 관계없이 사업상 독립적으로 재화 또는 용역을 공급하는 자’인 사업자를 부가가치세 납세의무자로 정하고 있으며, 제6조 제1항 은 재화의 공급을 ‘계약상 또는 법률상의 모든 원인에 의하여 재화를 인도 또는 양도 하는 것’으로 정하고 있다.

부가가치세는 재화나 용역이 생산ㆍ제공되거나 유통되는 모든 단계에서 창출된 부가가치를 과세표준으로 하고 소비행위에 담세력을 인정하여 과세하는 소비세로서의 성격을 가지고 있지만, 앞서 본 바와 같이 부가가치세법은 부가가치 창출을 위한 ‘재화 또는 용역의 공급’이라는 거래 그 자체를 과세대상으로 하고 있을 뿐 그 거래에서 얻은 소득이나 부가가치를 직접적인 과세대상으로 삼고 있지 않다. 이와 같이 우리나라의 부가가치세는 실질적인 소득이 아닌 거래의 외형에 대하여 부과하는 거래세의 형태를 띠고 있으므로, 부가가치세법상 납세의무자에 해당하는지 여부 역시 원칙적으로 그 거래에서 발생한 이익이나 비용의 귀속이 아니라 재화 또는 요역의 공급이라는 거래행위를 기준으로 판단하여야 한다. 그리고 부가가치세의 과세원인이 되는 재화의 공급으로서의 인도 또는 양도는 재화를 사용 소비할 수 있도록 소유권을 이전하는 행위를 전제로 하므로, 재화를 공급하는 자는 위탁매매나 대리와 같이 부가가치세법에서 별도의 규정을 두고 있지 않는 한 계약상 또는 법률상의 원인에 의하여 그 재화를 사용/소비할 수 있는 권한을 이전하는 행위를 한 자를 의미한다고 보아야 한다.

그런데 구 신탁법(2011. 7. 25. 법률 제10924호로 전부 개전되기 전의 것) 제1조 제2항 은 ‘신탁이라 함은 위탁자와 수탁자가 특별한 신임관계에 기하여 위탁자가 특정의 재산권을 수탁자에게 이전하거나 기타의 처분을 하고 수탁자로 하여금 수익자의 이익을 위하여 또는 특정의 목적을 위하여 그 재산권을 관리, 처분하게 하는 법률관계를 말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와 같이 신탁법상의 신탁은 위탁자가 수탁자에게 특정한 재산권을 이전하거나 기타의 처분을 하여 수탁자로 하여금 신탁 목적을 위하여 그 재산권을 관리/처분하게 하는 것이다. 이는 위탁자가 금전채권을 다보하기 위하여 금전채권자를 우선수익자로, 위탁자를 수익자로 하여 위탁자 소유의 부동산을 신탁법에 따라 수탁자에게 이전하면서 채무불이행 시에는 신탁부동산을 처분하여 우선수익자의 채권 변제 등에 충당하고 나머지를 위탁자에게 반환하기로 하는 내용의 담보신탁을 체결한 경우에도 마찬가지이다.

따라서 수탁자가 이탁자로부터 이전받은 신탁재산을 관리 처분하면서 재화를 공급하는 경우 수탁자 자신이 신탁재산에 대한 권리와 의무의 귀속주체로서 계약당사자가 되어 신탁업무를 처리한 것이므로, 이때의 부가가치세 납세의무자는 재화의 공급이라는 거래행위를 통하여 그 재화를 사용/소비할 수 있는 권한을 거래상대방에게 이전한 수탁자로 보아야 하고, 그 신탁재산의 관리/처분 등으로 발생한 이익과 비용이 거래 상대방과 직접적인 법률관계를 형성한 바 없는 위탁자나 수익자에게 최종적으로 귀속된다는 사정만으로 달리 볼 것은 아니다. 그리고 세금계산서 발급/교부 등을 필수적으로 수반하는 다단계 거래세인 부가가치세의 특성을 고려할 때, 위와 같이 신탁재산 처분에 따른 공급의 주체 및 납세의무자를 수탁자로 보아야 신탁과 관련한 부가가치세법상 거래당사자를 쉽게 인식할 수 있고, 과세의 계기나 공급가액의 산정 등에서도 혼란을 방지할 수 있다.

이 대법원 판결로 인하여 신탁과 관련한 부가가치세 납부 주체가 명확해졌다. 다만, 신탁재산과 관련해 수탁자가 납부한 부가가치세에 대해서는 이를 신탁비용으로 처리할 것인지에 대해 신탁계약 당사자 간에 신탁계약에서 명확한 합의를 정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문의) 02-6255-7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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