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30일 시공자 선정 유찰 … 기존 프리미엄 사업단(GS 롯데 포스코건설) 압박도 영향

종전 시공사의 사업비지원 계약 불이행으로 촉발된 방배5구역 재건축사업의 일반경쟁방식 시공자 재선정이 유찰됐다.

지난달 30일 진행된 방배5구역 시공자 입찰 마감 결과 현대건설 1곳만 참여해 유찰됐다. 지난 입찰은 일반경쟁입찰 방식으로 진행됐기에 2곳 이상의 건설사가 응찰해야 입찰이 성립된다.

지난 5월 진행된 현장설명회에는 삼성물산, 대우건설, 현대건설, 대림산업, GS건설 등 메이저 건설사 대부분을 포함해 총 16개사가 참여하면서 흥행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특히 지난 현설에는 삼성물산이 2015년 서초 무지개아파트 수주전 이후 처음으로 참여하면서 한동안 행보가 없었던 정비사업의 재진입을 방배5구역으로 시도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기도 했으나 결국 불발로 그쳤다.

방배5구역 주택재건축정비사업조합(조합장=김만길)은 빠른 시일 안에 다시 시공자 입찰을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기존 시공자 손해배상 소송, 조합 압박 카드

방배5구역의 기존 시공자인 프리미엄사업단(GS건설, 포스코건설, 롯데건설)은 시공자 계약해지 무효를 주장하며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조합에서는 그동안 프리미엄사업단이 사업비 대여 지연, 사업비 2금융권 조달, 부당한 계약 등으로 사업진행에 어려움을 겪어왔다며 지난 3월 총회를 통해 조합원 90%의 동의로 기존 시공자의 해지를 결정했다.

이에 대해 프리미엄사업단은 조합의 시공권 해지가 부당하다는 입장을 보이면서 대여금 938억원 반환과 함께 시공권 박탈에 따른 손해배상금 2,230억원 등 총 3,200억 가량의 소송을 제기했다.

조합에서는 프리미엄사업단의 소송과 관련해 “대여금은 검증절차를 거쳐 새로운 시공자를 선정하는 대로 상환하겠지만 손해배상에 대한 부분은 인정할 수 없다”며 “이번 시공자 계약해지는 명백히 기존 시공자의 귀책사유로 인해 어쩔 수 없이 진행된 것이고 조합원 총회 등 적법한 절차를 거쳐 진행된 만큼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정비사업 관계자들 역시 “계약에 대한 권한은 조합에서 갖고 있는데다 시공자의 귀책사유가 보이는 만큼 프리미엄사업단의 이번 거액 손배소는 받아들여지기 어려울 것”이라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이번 소송은 실제 손해배상을 받아내겠다는 것보다는 조합을 압박하는 카드로 활용하고 있다는 것이 중론이다.

현장 관계자들은 “승소 가능성이 매우 낮은데도 프리미엄 사업단이 막대한 금액의 소송을 제기하고 나선 것은 조합을 압박해 재협상을 진행하고 새로운 시공자를 선정하는 데 부담으로 작용하게끔 압력을 행사하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일부 조합원 프리미엄사업단 입찰방해 의혹 제기

이번 시공자 선정 유찰과 관련해 전문가들은 방배5구역은 강남의 요지에 위치한데다 대단지의 프리미엄까지 있어 많은 시공사들의 관심이 집중됐으나 기존 프리미엄사업단의 소송과 압박, 초기 사업비 부담 등으로 인해 실제 응찰에 나서지 못한 것으로 진단했다.

방배5구역 입찰에 참여한 건설사는 입찰보증금 400억원을 내고 매도청구대금으로 인해 시공사 선정 후 45일 이내에 1,100억원을 현금으로 내야 했기에 새 시공자가 짧은 기간에 1,500억원을 마련해야하는 부담이 있었다.

하지만 조합측은 “입찰보증금 400억원 중 350억원은 보증보험으로 대체하는 만큼 건설사 부담이 크지 않고 이미 관리처분까지 진행된 사업장이기에 내년 착공 등으로 조속한 사업비회수가 가능하다는 점과 강남권 요지라는 입지여건, 대단지의 장점 등을 고려하면 초기 사업비 투입에 대한 부담은 충분히 상쇄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상당수 정비사업 관계자들은 “이번 방배5구역의 유찰은 사업비 부담보다는 기존 시공자의 압력으로 인한 것”이라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일부 조합원들은 “기존 프리미엄사업단에서 현장설명회에 참석했던 시공사들에게 현재 3,200억의 소송이 진행 중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다양한 방법으로 압력을 행사하는 등 부당한 입찰방해를 계속해왔다”며 “이러한 행위가 계속된다면 청와대와 공정거래위원회 등에 민원과 신고를 진행하고 입찰방해죄에 대해 고발도 진행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재입찰 절차 착수, 제한경쟁입찰 진행 예정

현재 조합에서는 재입찰을 진행하는 절차를 밟고 있다. 매도청구대금 등 사업비대여를 원활히 하기 위해 지난 10일 개최된 대의원회에서 참석 대의원의 압도적 찬성으로 제한경쟁입찰 방식을 도입하기로 결정했다.

조합은 대의원회 논의를 거쳐 2016년 시공능력평가 15위 이내, 한국신용평가 기준 신용등급평가 A+ 이상 등의 조건을 적용한다는 방침이다. 또한 현장설명회에 참석해 조합이 배부한 입찰참여안내서를 수령해야 입찰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이와 같은 조건으로 제한경쟁입찰을 진행한다면 조건을 충족하는 건설사는 삼성물산, 현대건설, 대림산업, 현대엔지니어링, 현대산업개발 5개 건설사로 압축된다.

조합 관계자는 “지난 입찰에서 현장설명회에는 총 16개 건설사가 참여했지만 최종입찰마감에는 현대건설만 참가해 조합원들의 실망이 컸다”며 “이번 입찰에는 조합에서 필요로 하는 건설사 위주로 꼭 입찰에 참여할 건설사만 참가시키기 위해 제한경쟁입찰 방식을 도입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당장 매도청구대금 등 사업비를 지출해야 하기에 재무구조가 탄탄한 건설사가 들어오게 하기 위해 입찰 조건을 변경했다”고 설명했다.

현재 방배5구역에서는 조속한 시일 내에 매도청구대금 약 1,300억원을 지급해야 하는 상황이다.

따라서 하루 속히 시공자를 선정해 대여금을 지급받아야 하는데 일반경쟁입찰로 진행할 경우 지난번과 같이 유찰이 된다면 시공자 선정까지 4개월 이상 소요될 수도 있다.

문제는 매도청구대금을 지급하지 못하면 자칫 조합설립동의서를 다시 징구해야할 상황까지 몰릴 수 있다는 점이다.

또한 기존 프리미엄사업단처럼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제1금융권 사업비 대출과 일반분양 중도금 대출을 자체 지급보증이 가능하도록 신용평가등급에 제한을 두는 것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강남권 요지 입지강점과 뛰어난 사업성으로 난관 정면돌파

방배5구역은 방배동 946-8 일대 176,496㎡의 단독주택지를 재건축 해 총 2,557 가구를 신축하는 대규모 단지로 향후 방배동 일대의 새로운 랜드마크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4·7호선 이수역(내방역 사당역) 2호선 방배역을 도보로 이용할 수 있는 데다 강남순환도시고속도로가 개통되면서 교통여건이 더욱 좋아졌다. 또한 2019년 초 장재터널이 뚫리면 지하철 서초역과 내방역 사이에 끊겨 있던 서초대로(테헤란로)가 연결되어 강남 일대 접근성이 획기적으로 개선될 전망이다. 더욱이 도구머리공원, 서리풀공원 등 주변에 녹지가 풍부하고 서울고 상문고와 서문여중·고, 세화고교 등이 가까워 교육 환경도 좋은 편이다.

조합관계자는 “시공자 선정만 제대로 진행된다면 내년이면 이주․착공을 진행할 수 있을 것”이라며 “뛰어난 입지여건에 일반분양이 1,000가구 이상 되는 등 사업성이 매우 뛰어나다”고 설명했다.

조합에서는 이와 같은 강점을 바탕으로 시공자 재선정 난관을 정면 돌파한다는 방침이다.

조합원들 역시 조합집행부에 대한 지속적인 지지를 보내고 있다. 이번 유찰로 인해 허탈한 심정을 표현하는 조합원들도 일부 있지만 대다수 조합원들은 기존 프리미엄사업단의 횡포에 대해 단호한 대처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인근 공인중개사에서도 “재건축에 대한 불안감이 있다면 매도 매물이 많아져야 하는데 현재 매물은 별로 없고 매수 대기자가 쌓이고 있어 시공자 교체에 대한 우려보다 사업방식 변경 등으로 향후 사업성 제고에 대한 기대가 큰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방배5구역의 시공자 재선정은 단순히 한 조합의 문제로 국한되지 않고 갑을관계가 뒤바뀐 정비사업에서 조합이 시공사에게 빼앗긴 주도권을 다시 확보하고 우리나라 고질적 시공문화의 혁신으로 자리 잡을 수 있을지에 대한 바로미터로 작용하고 있다.

막대한 자금력과 전문성을 앞세운 거대 시공사를 상대로 힘겨운 싸움을 계속하고 있는 방배5구역의 향배가 주목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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