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선보 변호사 · 감정평가사 / 법무법인 한별

재개발 조합 설립인가가 난 뒤에 소송에서 조합설립 인가처분의 위법성이 인정되어 조합설립인가가 취소되는 경우가 있다.

조합설립인가가 취소되는 경우에 추진위원회는 다시 부활하게 될까 아니면 추진위원회는 이미 해산되었으므로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는 상태가 되는 것일까?

이에 대해서 몇 년간 재개발 전문 변호사들 간에도 많은 논란이 있었고, 법원에서도 많은 갑론을박이 있었다.

사안은 다음과 같다. 서울시 중구에 소재한 A 재개발정비사업조합은 조합설립인가취소소송에서 취소판결을 받았다. 그러자 종전에 있던 A 재개발정비사업조합설립추진위원회 명의로 다시 조합설립을 준비하려고 관할 구청에 추진위원회 변경신고를 했는데, 관할 구청은 추진위원회가 부활했다고 볼 수 없다고 해석하며 추진위원회 변경신고를 반려하였다. A추진위원회는 관할 구청을 상대로 행정소송을 제기하였다.

소송에서 관할 구청은 일단 조합이 설립된 이상 추진위원회는 그 목적을 달성하여 확정적으로 소멸하고 그 후에 조합설립인가처분이 취소되더라도 그 지위를 회복할 수 없다고 주장하였고, 원고인 A 추진위원회는 조합설립인가처분이 취소된 경우 추진위원회가 그 지위를 회복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대법원은 추진위원회는 조합의 설립을 목적으로 하는 비법인사단으로서 추진위원회가 행한 업무와 관련된 권리와 의무는 구 도시정비법 제16조에 의한 조합설립인가처분을 받아 법인으로 설립된 조합에 모두 포괄승계되므로, 원칙적으로 조합설립인가처분을 받은 조합이 설립등기를 마쳐 법인으로 성립하게 되면 추진위원회는 그 목적을 달성하여 소멸한다. 그러나 그 후 조합설립인가처분이 법원의 판결에 의하여 취소된 경우에는 추진위원회가 그 지위를 회복하여 다시 조합설립인가신청을 하는 등 조합설립추진 업무를 계속 수행할 수 있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판시하였다.

대법원은 판결의 논거로 다음과 같은 이유를 들었다.

조합설립인가처분이 법원의 판결에 의하여 취소된 경우에는 조합설립인가처분이 소급하여 효력을 상실하고, 그 조합은 청산사무가 종료될 때까지 청산의 목적범위 내에서 권리·의무의 주체로서 잔존할 뿐이므로, 이러한 경우까지 추진위원회가 그 존립목적을 달성했다고 보기 어렵다.

일단 조합이 설립된 이상 추진위원회는 그 목적을 달성하여 확정적으로 소멸하고 그 후에 조합설립인가처분이 취소되더라도 그 지위를 회복할 수 없다고 본다면, 조합은 이미 청산 목적의 범위 내에서만 존속할 뿐이어서 정비사업을 추진할 수 없으므로, 당해 정비구역 내에서 정비사업을 계속 추진할 아무런 주체가 없게 되어, 법원의 판결에서 들었던 조합설립인가처분의 하자가 아무리 경미한 것이라 하더라도, 당해 정비구역 내에서 정비사업을 추진하기 위하여는 추진위원회 구성 및 동의서 징구 등 최초부터 모든 절차를 새롭게 진행해야 하는 사회·경제적 낭비가 따를 수밖에 없다.

조합설립인가처분이 취소된 경우 추진위원회가 그 지위를 회복한다고 보더라도, 정비사업의 계속 추진에 반대하는 토지 등 소유자로서는 추진위원회가 다시 조합설립인가신청을 하기 이전까지 법령이 정한 바에 따라 동의를 철회할 수 있다고 할 것이므로, 토지 등 소유자의 권익 보호에 중대한 지장을 초래한다고 보기 어렵다.

2015. 9. 1. 법률 제13508호로 개정되어 2016. 3. 2. 시행된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제17조의2 제1항, 제2항은 법원의 판결로 조합설립인가의 무효 또는 취소가 확정된 경우 ‘추진위원회’가 일정한 요건하에 동의서의 유효성에 다툼이 없는 동의서를 다시 사용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는 앞서 본 사정들을 고려하여 조합설립인가처분이 취소된 경우 추진위원회가 그 지위를 회복함을 전제로, 토지 등 소유자의 권익 보호에 지장이 없는 범위에서 조합설립인가신청을 하는 등 정비사업을 계속 추진할 수 있게 한 것으로 보인다.

해당 재판은 대법원에서 공개변론을 할 정도로 법리적 논쟁이 치열했었다. 대법원에서 최종 판결이 나옴에 따라, 조합설립인가 취소 후 추진위원회의 업무 추진 가능성에 대한 논란은 해소될 것으로 기대된다.

문의: 02-6255-7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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