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가대책 준비하는 정부 … 투기 억제 아닌 공급 확대에 초점 맞춰야

김진수 교수 / 건국대학교 행정대학원 도시및지역계획학과

문재인 정부의 첫 부동산 대책이 나온 지 한 달이 지났지만 강남 지역의 아파트 가격이 대책 발표 이전 수준으로 회복하는 등 집값 오름세가 잡히지 않아 정부가 추가대책을 준비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오고 있다.

지난달 19일 정부는 청약조정 대상 지역의 주택담보인정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을 10%포인트씩 내리고 서울의 분양권 전매제한을 기존 강남4구에서 서울 전 지역으로 확대하기로 했으며 청약조정지역에서는 재건축조합원에게 원칙적으로 한 채만 분양받을 수 있도록 하는 등의 내용을 포함한 부동산 대책을 발표했다.

당시 정부는 투기 수요로 인해 부동산 시장인 불안양상을 보이고 있다고 판단해 핀셋 규제를 통해 투기 수요를 차단하면서도 경기 침체 위험은 피하는 대책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대출 분야와 청약 부분, 재건축 규제 등 당장 사용할 수 있는 카드를 골고루 꺼내 투기 수요를 차단하고 과열 분위기를 진정시키겠다는 복안이었다.

지난달 취임한 김현미 국토부장관 역시 취임사를 통해 6·19 부동산 대책은 투기를 조장하는 사람들에게 보내는 1차 메시지라며 부동산 정책은 투기를 조장하는 사람들이 아니라 정부가 결정해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하지만 6·19 부동산 대책 이후 잠깐 위축되었던 부동산 시장은 2주 연속 상승세를 보이며 6·19 대책 이전 수준으로 돌아갔다. 강남 4구의 상승세가 두드러졌으며 그 중 재건축 아파트가 상승을 주도하고 있다.

이렇듯 집값 상승이 계속되면서 정부에서는 추가적인 부동산 대책을 준비하고 있다.

다음 달 발표될 가계부채 종합대책에 DTI 규제 강화와 청약제도를 손보는 내용이 포함될 가능성이 크다.

청약제도는 현재 국토부에서 1순위 요건을 지역 구분 없이 통장 가입 1년으로 통일하거나 2년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어 1순위 자격 요건을 더욱 강화하고 가점제 비중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개편될 것으로 전망된다.

무엇보다 지난 대책 발표시 강조했던 대로 강남권 등 일부지역을 중심으로 과열 추세가 지속되거나 심화될 경우 투기과열지구 도입 등 강도 높은 규제가 도입될 가능성도 있다. 투기과열지구로 지정되면 전매제한기간 연장, 청약1순위 자격제한, 민영주택 재당첨 제한, 대출규제, 재건축 조합원 지위양도 금지, 재건축 공급 주택 수 제한 등 다양한 규제가 가해진다.

아울러 투기과열지구 지정과 함께 거론된 부산 등 국지적 과열이 발생한 지방 민간택지에 전매제한기간을 새로 설정하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다.

하지만 정부의 이런 대책이 실효성을 거두기 위해서는 정확한 시장진단이 필요한데 아직까지 정부는 강남권을 비롯한 집값 상승이 투기수요에 의한 것이라는 판단에 따라 대책을 마련하고 있어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현재 강남권을 중심으로 한 서울의 아파트 가격 상승은 기본적으로 새 아파트 공급 부족과 저금리 기조의 지속, 재건축 본격화에 따른 영향 등이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점을 간과한 것이다.

국토연구원의 발표에 따르면 2015년 96%였던 서울의 주택보급률은 2019년에도 100%를 밑돌 것으로 예상된다. 일반가구수가 2015년보다 8만 가구가량 늘어난 387만가구이고 주택수는 이보다 많은 15만 가구 늘어나 378만가구가 되지만 여전히 9만 가구 부족한 98% 선에 불과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주, 공실 등을 고려한다면 주택보급률이 120%가 되어야 안정적인 주택공급이 이뤄질 수 있기에 100%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치는 그만큼 주택공급이 부족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더욱이 서울의 경우 지은 지 30년이 지난 노후 아파트의 비율이 높아 새 아파트에 대한 수요가 충분한 상황이다. 현재 서울의 경우 전세가율이 70%에 육박해 탄탄한 실수요층을 보여주고 있다.

이처럼 현재 서울을 중심으로 아파트 가격이 상승하고 있는 것은 단순히 투기수요가 몰렸다고 판단하기보다는 새 아파트에 대한 실수요가 적체되어 있는 것이 더 큰 이유라 할 수 있다.

때문에 공급을 늘리지 않고 수요만 억제하는 부동산 대책은 실효성이 낮을 수밖에 없다. 정부의 잘못된 판단으로 투기 세력을 차단하겠다는 명분하에 도입한 부동산 대책으로 오히려 내 집 마련을 위한 실수요자의 고충만 커질 수도 있는 상황이다.

더욱이 지난 노무현 정부에서도 집값을 잡겠다며 시장경제체제 원칙에서 벗어나 수많은 고강도 대책을 쏟아냈지만 결국 공급 확대책이 없어 시장안정을 이루지 못했다는 점을 볼 때 이번 정부의 부동산 대책이 다시금 수요 억제에 집중된다면 과거와 같은 부동산 시장 과열을 초래할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다.

보다 편안한 주거환경에서 거주하고자 하는 실수요자들의 요구를 단순히 투기 세력으로 치부해버리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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