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 주택 공급의 유일한 수단인 정비사업에 대한 인식 변화 필요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면서 갖가지 부동산 대책과 가계부채 대책 등을 쏟아내며 정비사업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 8·2대책과 이후 쏟아진 규제들을 살펴보면 흡사 과거 참여정부 시절의 부동산 정책으로 돌아간 듯한 느낌이다.

문제는 정부가 이러한 부동산 대책을 내놓으며 부동산 시장불안의 원인이 투기수요에 있다고 단정하고 집값 불안의 근원지를 재건축·재개발 등 정비사업으로 파악한 점이다.

한동안 서울을 중심으로 아파트 가격이 상승하면서 정부는 투기수요 유입에 따른 시장불안이 가중되고 있다고 판단했지만 그보다는 양호한 신규 아파트가 부족한 서울에 공급을 웃도는 수요가 있기에 발생한 일로 판단된다.

국토연구원은 2019년에도 서울의 주택보급률은 98% 선에 불과할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았다. 이주, 공실 등을 고려한다면 주택보급률이 120%가 되어야 안정적인 주택공급이 이뤄질 수 있기에 100%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치는 그만큼 주택공급이 부족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더욱이 서울의 경우 노후 주택 비율이 높아 새 아파트에 대한 수요가 충분한 상황으로 전세가율이 70%에 육박한다는 것은 실수요층이 그만큼 탄탄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공급에 비해 수요가 많기에 수요공급의 원리에 따라 가격이 상승하고 가격이 상승하기 때문에 시세차익을 노리는 투기수요가 유입되는 것인데 투기세력으로 인해 가격이 상승한다고 판단하고 투기세력만 차단하면 가격이 내려갈 것이라고 전망하는 것은 매우 근시안적 사고라 할 수 있다.

또한 현재 지속되고 있는 저금리 기조로 인해 자금의 유동성이 커지면서 전반적인 부동산 가격상승을 유도하고 있는 측면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결국 부동산 가격상승의 원인은 수요에 미치지 못하는 공급이 가장 중요한 부분이라 할 수 있기에 근본적 해결책은 공급을 늘리는 일이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정비사업을 집값 불안의 근원지로 판단하고 재건축․재개발 규제를 강화하는 것은 공급을 축소시켜 결국 주택시장 불안을 야기할 수 있다.

부동산 가격 상승이 강남권 그 중에서도 재건축 단지들을 위주로 발생하고 있어 정부에서는 정비사업 자체를 투기세력의 근거지 정도로 판단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재건축․재개발 구역의 집값은 향후 기대되는 개발이익이 미리 반영된 것이고 도심의 뛰어난 입지에 사업이 완료되면 쾌적하고 편리한 주거환경을 누릴 수 있기에 수요가 몰림에 따라 가격 상승이 일어나는 것인데 이를 투기세력에 의한 것으로만 치부해 과도한 규제를 가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특히 서울 등 도심의 경우 가용택지가 없어 재건축․재개발 등의 정비사업 이외에는 마땅한 신규 공급방안이 없다. 일각에서는 정비사업은 기존 주택을 멸실하고 새로운 주택을 신축하기에 주택공급에 대한 기여도가 높지 않다는 지적을 하지만 실제 기존 세대에 비해 신축세대수가 상당 부분 늘어나기에 주택수를 늘릴 수 있고 무엇보다 실수요자들이 원하는 주거환경이 좋은 주택이 늘어난다는 점이 중요하다.

현재 서울시의 주택보급률은 100%에 가깝지만 이들 주택의 상당수는 도로나 주차장, 공원 등 기반시설이 양호하지 않고 주택 자체의 성능도 뛰어나지 않은 오래된 집들이 많다.

정비사업을 통해 직주근접이 가능한 도심 내에 좀 더 양호하고 쾌적한 환경의 주택이 늘어난다는 점에도 집중할 필요가 있다.

수도권에 거주하며 서울로 출퇴근하는 직장인들은 상당수는 삶의 질 향상을 위해 직주근접의 양호한 주택을 원하는 경우가 많기에 도심에 신규주택을 공급하는 일은 매우 중요하다.

이번 부동산 대책은 참여정부 주택정책과 비슷한 부분이 많다.

참여정부 당시 부동산 시장 과열을 이유로 각종 규제를 도입했지만 그럴수록 집값은 더욱 오르는 현상을 보였다. 당시는 상당기간 수요 대비 공급이 부족한 상황이었는데 정책을 수요억제에 집중하면서 오히려 부동산 시장 불안을 야기 시켰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정부의 주택 정책 역시 강력한 규제로 인해 당장은 거래가 급격히 위축되며 집값을 안정시킬 수 있겠지만 장기적 관점으로 볼 때 오히려 시장 불안을 야기 시킬 수 있다.

보다 편안한 주거환경에서 거주하고자 하는 수많은 실수요자들의 요구를 단순히 투기 세력으로 치부해버리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될 것이다.

주택시장은 계획부터 공급까지 길게는 10년 이상 걸리기도 하는 장기적 분야다. 때문에 주택․부동산 정책은 다른 어느 분야보다 장기적 관점에서 예측가능하고 일관성 있게 추진해야 한다.

눈앞의 급한 불을 끄기 위해 서둘러 대책을 마련하는 것보다는 다각도의 분석을 통해 정확한 원인 진단을 하고 장기적 관점에서 정책을 수립하는 것이 필요하다.

변우택 조합장 / 고덕주공2단지 주택재건축정비사업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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