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세 차익으로 인한 ‘청약 로또’ 등 투기 조장 부작용도 우려

김진수 교수 / 건국대학교 행정대학원 도시및지역계획학과

정부가 주택법 개정을 통해 분양가상한제 적용을 확대하기로 했지만 채권입찰제를 연동시키지는 않겠다는 입장을 보였다.

정부는 그동안 민간택지에도 분양가상한제를 적용해왔지만 그 조건이 엄격해 실제 적용한 사례는 없다. 하지만 앞으로는 이 조건이 완화돼 상당수 지역이 분양가상한제의 적용을 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국토부는 주택가격이 급등하거나 급등할 우려가 있는 지역 중 최근 3개월간 주택가격상승률이 물가상승률의 2배를 초과하면서 ▲최근 12개월간 해당지역 평균 분양가격상승률(전년동기대비)이 물가상승률의 2배를 초과하는 경우 ▲분양이 있었던 직전 2개월의 청약경쟁률이 각각 5:1 초과 또는 국민주택규모 이하의 청약경쟁률이 10:1을 초과한 경우 ▲3개월간 주택 거래량이 전년동기대비 20% 이상 증가한 경우 등 3가지 중 하나에 해당하는 지역은 주거정책심의위원회 심의를 거쳐 상한제를 적용할 수 있도록 했다.

분양가상한제 적용 지역으로 선정되면 정비사업의 경우는 시행 이후 최초로 관리처분인가를 신청한 곳부터 적용하게 되고 일반 분양주택은 시행 이후 최초로 입주자모집승인을 신청한 주택부터 적용 대상이 된다.

적용 지역은 제도 시행시점을 기준으로 이전 3개월간 주택가격상승률을 봐야하겠지만 현재로는 서울 전역이 분양가 상한제의 사정권에 들어온 것으로 보인다. 이밖에 부산, 과천, 성남 등 투기과열지구로 지정된 곳들은 일단 분양가상한제 적용 가능성이 있다.

분양가상한제의 가장 큰 타격을 입는 곳은 재건축․재개발 등 도시정비사업이다. 분양가상한제로 인해 일반분양가를 높이지 못하면 이는 그대로 조합원들의 부담금 증가로 이어지게 되고 가뜩이나 기반시설 부담, 임대주택 건설 등으로 사업성이 나빠진 정비사업에 직격탄으로 작용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더욱이 내년부터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가 부활하게 되면 재건축사업장은 늘어난 부담으로 인해 사업진행 자체가 어려워지는 곳도 속출할 것으로 보인다.

분양가상한제 시행이 주택시장 전반에 악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의견도 제기된다. 장기적으로 볼 때 공급부족으로 인한 주택시장 불안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분양가상한제가 시행되면 당장 건설사들은 수익성 악화를 들어 분양시기를 조정하게 되고 일반분양에 따라 수익성이 달라지는 재건축․재개발사업장 역시 사업진행이 어려워져 결국 주택공급 감소로 인한 시장불안이 야기될 수 있다.

그동안 분양가상한제는 그 효과를 단정하기 어렵고 시장경제를 왜곡시키는 등 부작용의 우려가 끊임없이 제기되어 왔다.

분양가는 경제상황과 주택시장 분위기, 주택 수급 상황 등에 더 큰 영향을 받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기에 자유시장경제 원칙을 침해하는 분양가상한제의 도입은 신중해야 한다는 지적이 있다.

분양가상한제를 적용해 인위적으로 일부 단지의 분양가를 제한하더라도 시간이 지나면 제도적으로 제한한 가격이 아닌 실제 시장상황에 따른 시세로 복원된다는 점도 문제다. 분양가를 낮춰 분양하더라도 입지여건과 단지의 장점 등에 따라 프리미엄이 붙어 소수의 청약 당첨자에게 시세차익이 돌아가면서 오히려 투기를 조장할 수 있다. 분양가상한제로 인해 주변 시세보다 낮은 분양가로 분양이 되는 경우 이른바 ‘청약 로또’로 불리는 청약과열현상을 빚게 된다.

이러한 지적에 따라 과거 분양가상한제 시행시에는 채권입찰제를 병행해 실시했다. 상한제 적용으로 분양가가 시세와 격차가 커 청약당첨자에게 과도한 이익이 돌아가는 것을 막기 위해 당첨자에게 2종국민주택채권을 사들이게 하고 채권 매입액을 국고로 환수했다. 물론 시세차익에 비해 환수되는 금액이 적어 큰 실효성을 거두지는 못했지만 과도한 차익에 대한 환수장치를 마련해뒀던 것이다.

하지만 국토부는 다음 달부터 분양가상한제를 시행하더라도 당장은 채권입찰제 도입을 하지 않고 상황을 지켜보겠다고 밝혔다. 분양가상한제가 소비자를 위한 정책이라는 점에서 채권입찰제를 도입하면 사실상 분양가 인하 효과가 반감되기 때문이라는 이유를 들고 있다.

결국 정부는 개발이익의 향유 주체를 재건축․재개발 조합원에서 청약당첨자로 바꾸겠다는 입장이 깔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재건축․재개발 사업은 이미 기반시설 부담, 임대주택 건설, 초과이익환수제 등 갖가지 규제를 통해 상당 부분의 개발이익이 환수되고 있는 상황에서 분양가를 제한해 그 이익마저 청약당첨자의 몫으로 돌린다면 다양한 갈등요소와 장기간의 사업기간 등 리스크가 큰 재건축․재개발 사업이 지속되기 어려울 수 있다.

그동안의 부동산 대책에서 확인할 수 있듯 정부는 재건축․재개발을 그저 투기의 온상으로 인식하고 있으며 규제일변도의 정책을 펼치겠다는 시그널을 보이고 있다.

열악한 주거환경에서 장기간 거주하다 좀 더 나은 집을 꿈꾸는 조합원들까지 그저 투기세력이라고 매도하는 그릇된 인식은 이제 바꿀 때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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