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 71%, 사업성 확대보다 빠른 사업 추진 선택

은마아파트가 서울시 35층 층고제한의 문턱을 넘지 못하고 초고층 재건축의 꿈을 접기로 했다.

은마아파트 주택재건축정비사업조합설립추진위원회(위원장=이정돈)는 토지등소유자 4,803명을 대상으로 지난 19~25일 최고층수 35층과 49층안에 대한 주민투표를 실시했다.

1안은 서울시의 요구에 맞춰 최고층수를 35층으로 낮추고 용적률 300%, 임대주택 포함 총 5,905가구를 신축하는 계획이고 2안은 그동안 추진위에서 계획했던 대로 최고 49층에 용적률 308.3%, 총 6,054가구를 신축하는 계획이었다.

추진위는 지난 19일 이 두 가지 안에 대한 설명회를 진행하고 주민들의 의견을 수렴했다.

주민설명회에서는 건축·경관 계획에 대한 설명과 함께 서울시의 입장을 설명하는 자리가 마련됐고 이후 자유발언과 질의응답, 향후 추진계획 등에 대한 안내가 있었다.

추진위는 설명회 이후 주민들의 의견을 모으기 위해 주민투표를 진행했으며 의견을 제출한 3,662명 중 71% 인 2,601명이 35층을 선택했으며 49층은 1,061명에 그쳤다.

은마아파트는 서울시가 ‘2030 서울플랜’에 따라 주거지역의 건물 높이를 최고 35층으로 제한하면서 최고 층수 문제로 줄다리기를 해왔다. 서울시와 조합은 2015년 말부터 5차례에 걸쳐 층수 조정을 위한 사전협의를 해왔으나 서울시는 35층 제한을 고수하고 추진위는 49층 재건축 의지를 굽히지 않았다.

서울시는 도심 및 광역중심 지역은 상업 또는 준주거지역으로 종상향을 거쳐 50층 이상 건물을 지을 수 있지만 주거지역의 경우는 예외 없이 35층 이하로 제한된다며 은마아파트의 경우는 광역중심의 입지에 있지 않아 종상향을 통한 초고층 재건축을 허용할 수 없다고 못 박았다.

하지만 추진위에서는 인근 잠실5단지 49층 계획이 통과했고 단지 인근에 국제 수준의 전시컨벤션센터인 SETEC이 위치하는 등 중심지의 역할을 충분히 담당할 수 있기에 형평성에 맞게 최고 49층으로 완화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아울러 서울시의 권고에 따라 국제 현상설계 공모를 통해 49층 안을 마련하고 디자인 특화에 따른 특별건축구역 지정을 추진해왔기에 학여울역 인근을 종상향해 일부 동을 49층까지 높일 수 있는 근거는 충분하다는 입장이었다.

추진위는 주민들의 확고한 의지를 전달하기 위해 시청 앞 광장에서 ‘재건축·재개발 규제 철폐 총궐기대회’를 개최하고 조합 관계자들이 삭발식을 하는 등 단체행동도 불사했다.

하지만 서울시는 지난 8월 제14차 도계위를 열어 ‘은마아파트 주택재건축 정비계획 수립 및 정비구역 지정 경관심의안’에 대해 미심의 결정을 내리면서 기존의 입장을 다시 한 번 확인시켰다. 보류가 아닌 미심의 결정을 내리면서 시의 가이드라인을 어긴 정비계획안은 심의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결국 인허가 없이는 진행을 할 수 없는 재건축 사업이기에 추진위는 35층 수용으로 빠른 사업추진을 할 것인지 49층 고수로 높은 사업성을 담보할 것인지에 대한 주민투표를 진행할 수밖에 없었다.

결과는 다수 조합원들의 35층 수용으로 나타났다. 추진위가 35층으로 층고를 낮추더라도 세대수를 49층 추진시와 크게 차이나지 않도록 5,905가구까지 늘리는 안을 마련하면서 주민들은 부족한 사업성 역시 어느 정도 확보된다고 판단해 조속히 사업을 추진하는 쪽으로 의견이 모아진 것으로 보인다.

추진위는 주민투표 결과에 따라 11월 중 35층 안을 토대로 수정된 정비계획안을 마련해 서울시 심의를 거치고 조합설립 절차도 진행하기로 했다.

추진위 관계자는 “연말까지 정비계획안 수정 작업을 끝내면 늦어도 내년 초에는 서울시 심의를 통과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면서 “이미 대다수 주민들이 조속한 재건축을 바라고 있는 만큼 조합설립을 위한 동의율 확보는 수월하게 진행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서울시 관계자 역시 “지난번 정비계획안은 최고층수 문제로 미심의 되었기에 추진위가 35층으로 정비계획안을 마련해 접수한다면 심의가 이뤄질 수 있을 것”이라는 입장을 나타냈다.

계획대로 내년 초 서울시 심의를 통과하게 되면 상반기 조합설립도 가능해 14년째 추진위 단계에 머물러 온 은마아파트 재건축 사업이 획기적인 진전을 보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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