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플레 누리려면 집주인이 되어야

‘수도권 PIR(Price to income ratio) 역대 최고, 월급으로 집 사기 더 어려워져’

지난 2일 KB국민은행에서 가구소득 대비 주택가격 비율을 나타내는 PIR지수를 발표했다. 발표 자료에 의하면, 가구소득 대비 주택가격 비율을 나타내는 PIR지수가 수도권에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경기와 인천은 각각 7.4, 7.5, 서울은 9.4를 기록했다.

이 발표를 요약하자면, 서울은 약 10년 동안 가구소득이 1088만원 오르는 동안 집값은 1억 8500만원 상승했다는 내용이다. 많은 이들로 하여금, ‘이제 내 집 장만은 다음 생에나 가능하겠구나’라는 느낌을 받기에 충분한 발표였다.

그렇다면 정말 내 집 장만의 방법은 없는 것인가. 적어도 전세를 사는 사람에게는 방법이 있다. 우선 전세 사는 사람들을 두 가지 유형으로 나누어보자.

첫 번째 유형은 전세가에 해당되는 현금을 가지고 있어서 전세를 사는 사람들이 있다. 이들은 집을 매매로 사서 거주하는 것보다, 전세를 사는 것이 좀 더 현명하다고 생각한다. 전세는 매매가 보다 어찌 됐든 조금 더 저렴하면서도, 그 집을 매매로 사서 거주하는 것처럼 (일정기간이지만) 동일하게 누릴 수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집이란 것을 사면 취득세, 재산세 등의 비용이 나가기 때문에, 어쩌면 매매로 집을 사서 거주하는 것보다 전세살이가 더 돈을 아낄 수 있다고 생각할 것이다.

또 한 가지 유형은 은행에 전세자금 대출을 이용해 전세를 살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 전세가의 80%까지 전세대출이 가능하고 대출이자도 저렴하기 때문에, 월세로 거주하는 것보다 전세자금 대출을 이용해 전세 사는 것을 저렴하다고 여기고 있다.

물론 전세대출로 전세살이를 한다면, 전세 자금 대출의 이자가 저렴하기 때문에 일반적인 월세살이보다는 지출 면에서는 조금 더 아낄 수야 있을 것이다. (하지만 전세대출을 받아 살고 있다면 말이 전세지, 사실은 전세 자금 대출에 대한 이자를 다달이 은행에 내고 있기 때문에 은행에 월세를 산다고 봐야할 것이다.)

어찌 됐든 전세를 살고 있는 사람은 크던 작던 일정 금액의 목돈이 있다. 다만 그 돈이 전세금에 묶여있는 것인데, 전세 살 돈으로 월세를 사는 것을 권하고 싶다.

기본적으로 투자를 하려면 크던 적던 현금이 있어야한다. 그러나 이 현금이 전세금에 묶여있다면 투자는 요원해진다. 즉, 내 집 장만도 요원해진다는 뜻이다. 투자를 위해 보증금이 되도록 적은 월세를 살며, 쥐고 있는 목돈으로 투자를 해야 한다. 이 방법 외에는 가능한 빠른 시간 내에 내 집 장만을 하는 방법은 없다고 봐도 무방할 것이다. 현금이 조금이라도 있어야 작은 집이든, 큰 집이든 대출을 일으켜 매수할 수가 있다. (그리고 그 집에 들어가서 살던지, 전월세를 주든지 하면 된다.)

위 국민은행 보고서를 참고하더라도 전세살 돈이 있다면 집을 사서 거주하는 것이 낫다. 인플레라는 개념 때문이다. 임차인(세입자)들 혹은 아직은 내 집 장만이 꿈인 사람들이 생각하는 물가상승과 집주인이 생각하는 물가상승은 상당히 큰 차이가 있다.

인플레를 누리려면 집주인이 되어야한다. 그리고 세입자는 역사적으로 늘 그래왔듯 인플레를 감당하는 사람이 될 것이다. 2년에 한 번씩 이사를 다녀야하는 다람쥐 쳇바퀴 도는 생활을 끝내려면 한번쯤은 모험을 해야 한다. 지금의 자수성가형 집주인들은 모험을 해 본 사람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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