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래현 변호사 / 법무법인(유) 현

1. 문제의 소재

가. A재건축정비사업조합(이하‘A조합’)은 2013. 6. 17. A조합의 상가조합원들로만 구성된 ‘상가협의회’와 상가에 관한 관리처분계획안의 내용을 자율적으로 마련하는 것을 보장한다는 내용의 ‘상가 독립정산제’를 채택한다는 업무협약을 체결하였고 2013. 7. 15. 총회에서 조합원 80.87%의 동의를 받아 업무협약 체결을 추인하는 결의를 하였음에도, 2014. 12. 9. 총회에서 별도로 마련한 관리처분계획안을 승인하였다.

나. 이에 따라 위와 같이 상가관리처분계획안을 반영하지 않은 내용이 담긴 관리처분변경계획의 적법성 여부가 문제된다.

 

2. 관련법령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제40조(정관의 기재사항 등)

① 조합의 정관에는 다음 각 호의 사항이 포함되어야 한다.

8. 조합의 비용부담 및 조합의 회계

③ 조합이 정관을 변경하려는 경우에는 제35조제2항부터 제5항까지의 규정에도 불구하고 총회를 개최하여 조합원 과반수의 찬성으로 시장ㆍ군수등의 인가를 받아야 한다. 다만, 제1항제2호ㆍ제3호ㆍ제4호ㆍ제8호ㆍ제13호 또는 제16호의 경우에는 조합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으로 한다.

제45조(총회의 의결)

① 다음 각 호의 사항은 총회의 의결을 거쳐야 한다.

1. 정관의 변경(제40조제4항에 따른 경미한 사항의 변경은 이 법 또는 정관에서 총회의결사항으로 정한 경우로 한정한다)

10. 제74조에 따른 관리처분계획의 수립 및 변경(제74조제1항 각 호 외의 부분 단서에 따른 경미한 변경은 제외한다)

⑦ 총회의 의결방법 등에 필요한 사항은 정관으로 정한다

 

3. 법원의 판단

가. 원심의 판단

원심은 “상가부분에 관한 사항에서는 도시정비법 등 관련규정, 조합정관 등에 위반되지 않는 한 여전히 상가 독립정산제 업무협약에 따라 상가협의회의 이 사건 상가관리처분계획안을 반영하여야 할 의무가 있음에도 이를 따르지 않은 이 사건 관리처분계획 중 이 사건 상가관리처분계획안과 배치되는 부분은 위법하므로 그 부분을 취소한다”고 판시하였다.

나. 대법원의 판단 (대법원 2018. 3. 13. 선고 2016두35281 판결)

대법원은 “상가 독립정산제 약정은 조합원의 권리·의무에 관한 사항 및 관리처분계획에 관한 사항에 해당하므로 원칙적으로 조합의 정관에 규정하여야 하는 사항인데, 정관 변경을 위한 실질적인 의결정족수를 갖췄다면 업무집행기관을 구속하는 규범으로서의 효력은 가진다”라고 전제한 뒤, “총회는 종전 총회결의의 내용을 철회하거나 변경할 수 있는 자율성과 형성의 재량을 가지기 때문에 2014. 12. 9.자 총회결의가 2013. 7. 15.자 총회결의를 통해 채택한 상가 독립정산제의 내용을 적법하게 철회·변경하였는지에 관해서 심리·판단하지 않은 채, 업무협약에 따른 상가관리처분계획안을 반영하여야 할 의무가 있다고 전제하여 이를 따르지 않은 부분을 취소한 것은 조합 총회의 내부 규범 정립 권한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함으로써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판시하였다. 그리고 대법원은 새로운 총회결의를 통해 조합 내부의 규범을 변경하고자 하는 총회결의가 적법하기 위해서는 “①총회결의가 상위법령 및 정관에서 정한 절차와 의결정족수를 갖추어야 할 것, ②결의의 내용이 상위법령 및 정관에 위배되지 않을 것, ③내부 규범 변경을 통해 달성하려는 이익이 종전 내부 규범의 존속을 신뢰한 조합원들의 이익보다 우월 할 것”을 요건으로 제시한 뒤, “원심은 상가 독립정산제는 ‘조합의 비용부담’과 관련 있으므로 조합원 3분의 2라는 특별다수의 동의요건을 갖추었는지를 살펴보아야 하고, 나아가 상가 독립정산제의 내용을 일부 철회·변경하여야 할 객관적 사정과 필요 및 그로써 피고가 달성하려는 이익은 어떠한 것인지, 상가조합원들이 침해받은 이익은 어느 정도의 보호가치가 있으며 침해 정도는 어떠한지 등과 같은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비교·형량하여 신뢰보호원칙에 위반되는지를 살펴보아야 한다”고 하면서 파기환송 하였다.

 

4. 검토

총회는 사업참여의 주체인 조합원의 의사가 사업에 반영되는 유일한 기구로서, 도시정비법은 조합원 권익과 직접적인 관계가 있는 의사결정을 총회에서 하도록 ‘법률’로 정하고 있다. 한편, 총회의 결의에 의해 내부적으로 구속되는 규범적 성격의 약정이 있다 하더라도 그러한 규범적 약정 또한 공익적 목적에 또는 조합원들의 이익 등에 따라 일정한 요건(도시정비법 및 위 대법원 판례에서 판시하는 요건 등을 말한다)을 갖춘다면 규범적 약정의 내용도 얼마든지 변경이 가능하다고 보는 것이 공익적인 차원에서나 최고의 의사결정기관인 총회의 성격과도 상통하는 면이 있다고 할 것이다. 그러므로 위 대법원의 판시는 일응 타당한 면이 있고, 향후 원심이 규범을 변경하고자 하는 총회결의에 대한 적법요건을 어떻게 파악하여 결론을 내릴지에 귀추가 주목된다.

문의 02-2673-3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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