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 지속하려는 정부·서울시와 어떻게 협의 이끌어낼지 관심

정부가 재건축·재개발에 대한 규제를 계속하고 있는 가운데 지방선거에 나선 여야 강남 3구 구청장 후보들은 모두 원활한 재건축 사업 추진을 주요 공약으로 내세웠다.

이들은 지역의 가장 중요한 관심사가 재건축·재개발 관련 공약이라는 점을 인식하고 정부와 서울시의 규제로 인해 사업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재건축 현장의 의견을 적극 수용하는 태도를 보였다.

특히, 첫 진보 진영의 강남구청장으로 당선된 정순균 당선인은 선거당시부터 표심을 얻기 위해 재건축 현장을 찾아다니고 대표자들과 면담을 진행하는 등 적극적인 모습을 보여 왔다.

그는 당선 이후 지난 21일 강남구청장 인수위원회 사무실에서 강남구 내 각 재건축 추진위·조합 대표자들을 초청해 의견을 수렴하는 간담회를 가졌다.

이날 간담회에는 은마아파트 이정돈 위원장, 압구정5지구 권문순 위원장을 비롯해 조합·추진위 대표자 30여명이 참석해 층고규제 완화, 재건축 지원 등 현장의 요구사항을 전달했다.

 

∥정순균 강남구청장, 재건축사업 정상화 적극 지원

이번 지방선거에서 가장 관심을 끌었던 곳 중 하나가 강남구다. 강남구민들은 1995년 지방자치제도가 전면 시행된 이후 23년 만에 처음으로 진보 진영 더불어민주당 소속 구청장을 선택했다.

강남구청장으로 당선된 정순균 당선인은 선거 기간 동안 “잃어버린 구민의 재산권을 되찾겠다”며 재건축 사업 정상화에 강한 의지를 보였다.

정 당선인은 주요 공약으로 ▲압구정, 은마 등 재건축사업 정상화 적극 지원 ▲노후 공동주택 재건축 조속 추진과 과잉규제 해소 정부·여당에 적극 촉구 ▲과도한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와 1가구 1주택 실수요주 구제책 마련 ▲재건축, 재개발 전담부서 독립 신설 등을 내걸었다.

공약만 놓고 본다면 보수진영 후보로 생각될 만큼 재건축 사업에 대한 적극적 지원책을 약속했다.

그는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에 대해 “기본적인 취지는 좋지만 선의의 피해자가 없도록 해야 한다”며 “1가구로서 10년 이상 소유하고 5년 이상 보유한 분들에게 피해가 가지 않도록 중앙정부에 건의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정 당선인은 취임 후 재건축 현장에 ‘현장 구청장실’을 마련해 주민들과 소통을 이어갈 계획이다. 아울러 디자인 강남, 테마 강남, 글로벌 강남을 만들어 연간 1000만명의 외국인 관광객이 찾는 명품 도시로 만들겠다는 포부도 밝혔다. 이를 위해 영동대로 통합개발을 통해 강남의 자랑, 수도 서울의 랜드마크로 육성하겠다는 방침이다.

재건축 규제를 앞세우고 있는 서울시와 정책 방향이 다른 것과 관련해서는 서울시와 대립각을 세우지 않고 최대한 협의하고 협력해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전직 구청장 시절 서울시와의 갈등이 지속되면서 구민들에게 피해가 가중됐다”며 “박원순 시장, 지역구 국회의원인 전현희 의원 등과 긴밀히 협의해 재건축 문제, 영동대로 복합개발 등을 구민의 이익이 최대한 반영되도록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서울시와의 관계 개선을 통해 강남주민들의 재산권을 최대한 지켜낼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아울러 정 당선인은 “가장 큰 현안인 재건축 문제와 교통 문제 등을 효율적으로 다룰 수 있도록 행정직 부구청장을 임명하는 것에서 벗어나 기술직 부구청장을 영입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조은희 서초구청장, 초과이익 환수제 폐지 노력

조은희 서초구청장 당선인은 서울 25개 구청장 후보 중 유일하게 당선된 자유한국당 후보다. 보수 진영의 조 당선인이 재선에 성공했다는 것은 그만큼 지난 4년간의 행정을 주민들이 높게 평가했다는 의미다.

조 당선인은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 폐지 등 재건축 활성화를 공약으로 내세웠다.

그는 ▲재건축 활성화 위한 대규모 단지 재건축 관리처분인가 승인 추진 ▲재건축 분쟁지역 스피드 재건축 119 설립 및 특별중재단 파견 ▲방배동 어린이공원 일대 미니 센트럴파크 조성 ▲렉스콘 공장 부지 주민편익시설 건립 추진 ▲경부고속도로 지하화 추진 ▲내곡지구 교통개선 위한 내곡지구외 도로 신설 ▲위례~과천 동서철도 도입, 선바위~양재 지선 지하철 추진을 약속했다.

무엇보다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는 미실현 이익에 대한 이중 과세고, 산정 기준 자체도 합리적이지 않다”며 “국토부의 잘못된 재건축 초과이익 부담금 산정 매뉴얼과 산정 기준을 바로잡겠다”고 밝히고 “반포현대뿐만 아니라 역시 초과이익환수제에 걸려있는 반포3주구 등 주민 재산권 보호에 앞장서겠다”고 강조했다.

조 당선인은 서울시의 재건축 정책에 대해서도 비판적인 입장을 보였다. 그는 “서울시가 조정위원회를 통해 재건축 관리처분 인가를 늦췄는데 이로 인해 조합들이 큰 피해를 보고 있다”고 밝히고 “재건축은 빠른 사업추진이 가장 중요하다는 점을 잘 알고 있고 구청 차원에서 최대한 행정 절차를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지부진한 롯데칠성 용지 개발 사업도 본격적으로 재개할 계획이다. 서초구는 올해 4월 롯데칠성 용지를 포함한 서초로 일대 지구단위계획안을 자체적으로 마련했다.

경부고속도로 지하화도 지속적으로 국토부와 협의한다는 방침이다. 정부·서울시와 방향은 다르지만 구청장은 정치인이 아닌 행정가인 만큼 불필요한 대립은 자제하고 필요한 경우 충분한 협의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박성수 송파구청장, 재건축 촉진 및 주거환경 개선

강남구 못지않게 재건축 단지가 밀집해 있는 송파구에서도 민주당 출신 구청장이 당선됐다. 정부와 긴밀한 협조가 가능한 여당 후보가 재건축 사업을 지원하겠다는 공약을 걸면서 유권자들의 표심을 얻은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박성수 후보는 ▲재건축 촉진 및 주거환경 개선 ▲주거지원, 주택개조지원 점진적 확대 ▲가락시장 현대화 지원과 옥상 공원화 ▲삼표레미콘 조기 이전 ▲잠실종합운동장 일대 국제교류복합지구 추진 ▲전시박람회(MICE)산업 육성 ▲중앙전파관리소 부지 ICT보안산업 클러스터 조성 ▲송파구 관광특구 활성화를 위해 민·관 전문가가 참여하는 거버넌스 구축 등을 공약했다.

박성수 당선인은 ‘누구나 살고 싶은 복지’ 공약에 재건축 촉진과 주거환경 개선을 포함시켰다.

그는 “다양한 지역의 재건축과 재개발이 진행 또는 추진되고 있다”며 “오랫동안 송파에 거주해온 시민들, 투기가 아닌 선량한 거주민들이 정당한 보상을 받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송파구에는 재건축·재개발 문제 뿐 아니라 잠실운동장 개발을 비롯 탄천 동측도로 건설, 가락시장 시설 현대화, 성동구치소 및 중앙전파관리소 활용 등 시급히 해결해야 할 현안이 산적해 있다”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 중앙정부와 서울시 등과의 협력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선거에서는 표심을 얻기 위해 여야를 막론하고 재건축 지원 공약이 쏟아졌다. 하지만 정부와 서울시가 규제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각 당선인들이 내건 공약이 실현될 수 있을지 우려와 기대가 교차하고 있다.

과거 강남권 구청장들은 정부나 서울시와 정치적 견해를 달리하면서 지역 현안과 관련해 대립각을 세우는 경우가 많았다. 일각에서는 이번 지방선거에서 여당의 구청장들이 대거 당선되면서 오히려 소통의 계기가 마련될 수도 있다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선거과정에서 재건축·재개발 관련 공약이 상당부분 표심을 좌우할 수 있다는 점이 나타남에 따라 정부와 서울시에서도 지역의 민심을 계속 외면하기는 쉽지 않으리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선거기간 재건축·재개발 현장의견을 반영시키기 위해 매니페스토 운동을 전개했던 ‘서울, 미래도시 재개발·재건축 시민연대(미재연)’는 이번 선거에서 나름 소기의 성과를 거뒀다고 판단하고 “2년 뒤에 치러질 21대 총선과 이후 대선에까지 지속적으로 활동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저작권자 © 주거환경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