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작정 버티고 이주하지 않는 일부 조합원들에게 경종

주택재건축사업 진행과정에서 다수의 행정소송을 내면서 이주를 거부하고 사업을 지연시키는 조합원들에게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한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제3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서울 용산구 소재의 한 아파트 주택재건축정비사업조합(이하 조합)이 “아파트 인도의무 불이행, 재건축 사업 방해 및 지연에 따른 손해를 배상하라”며 이주를 거부한 조합원 5명을 상대로 낸 상고심(2014다88093)에서 원고일부승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조합과 반대파 조합원 간의 법적 싸움은 2010년부터 시작됐다. 반대파 조합원은 용산구청이 내린 조합의 재건축 사업시행 및 관리처분 계획 인가 처분에 문제가 있다며 무효를 주장하는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대법까지 간 행정소송에서 사업시행계획인가와 관리처분계획인가의 무효확인 등을 구하는 조합원들의 청구는 모두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 과정에서 소송을 제기한 조합원들은 조합 정관에 따라 이주의무를 부담해야 하지만 계속 이주를 거부했다. 이에 조합은 2011년에 부동산인도청구소송을 제기했고 승소했으나 해당 조합원들은 계속 이주를 거부했고 법원에서 건물인도단행 가처분신청이 기각되는 등 사업 지연이 계속됐다.

결국 조합은 2013년에 이주를 거부한 조합원에게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냈다.

조합은 “일부 조합원들이 부동산 인도를 지체해 사업시행이 지연됐다”며 “사업지연에 따른 금융비용 등 25억6000만원에 달하는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이주를 거부한 조합원들은 “인도 의무를 지체하지 않았고 설령 인도의무를 지체했다 하더라도 행정소송의 경위를 비춰보면 인도 지체에 정당한 사유가 있었다”고 반박했다.

1심과 2심을 거쳐 대법에서는 “조합원들이 부동산 인도일까지 정당한 이유 없이 인도의무를 지체했다고 판단한 원심은 정당하다”며 조합의 손을 들어줬다. 대법은 조합의 손해액에 대해 기본이주비와 사업비에 대한 조합의 대출금 중 인도의무가 지체된 기간 추가된 이자와 이주비를 신청하지 않은 조합원에 대해 조합이 추가로 부담해야 할 이자 등으로 판단했다. 다만 손해의 공평부담이나 형평의 원칙상 피고 조합원들의 책임을 20%로 제한했다.

이에 따라 이주를 거부한 조합원 5명이 조합에 배상해야 하는 금액은 원금만 5억원에, 원심판결 후 현재까지 지연이자까지 포함하면 총 9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판결은 막무가내식 반대를 외치며 이주의무를 지키지 않은 일부 조합원들에게 경종을 울리는 계기가 됐다.

그동안 정비사업 현장에서는 각종 소송 등을 이유로 이주 거부를 하는 조합원들로 인해 사업지연으로 인한 금융비용 등으로 막대한 피해를 입는 경우가 있었다.

하지만 이번 판결로 인해 사업에 반대하는 조합원들도 무조건적으로 이주를 거부하는 경우 손해배상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점이 분명해진 만큼 과거와 같은 ‘무작정 버티기’는 쉽지 않으리라는 전망이다. 조합에서도 큰 금전적 피해로 이어질 수 있는 이주단계에서의 사업지연을 방지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된 판결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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