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계천박물관 11월 11일까지 ‘메이드 인 청계천:대중문화 빽판의 시대’ 무료전시

음반수입이 전무했던 1960년대 세운상가에 가면 라디오 DJ 이름으로 만들어진 앨범부터 정부가 방송을 금지했던 가수 이미자의 ‘동백아가씨’ 일본판 버전, 서구의 팝송까지 LP로 구할 수 있었다. 불법 복제된 일명 ‘빽판’이다. 저작권에 대한 개념조차 없었던 시대였다.

플레이보이, 허슬러, 각종 복제된 빨간 비디오나 만화도 세운상가에 가면 은밀하게 거래되곤 했다. 일본 비디오게임과 오락실용 게임 카피판도 세운상가에선 원판의 1/4 값으로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었다.

서울역사박물관 분관 청계천박물관(관장 사종민)은 이처럼 1960~80년대 청계천 세운상가를 중심으로 성행했던 추억의 빽판, 빨간책, 전자오락을 한 눈에 볼 수 있는 특별기획전 「메이드 인 청계천 : 대중문화 ‘빽판’의 시대」를 개최한다고 밝혔다. 청계천박물관 기획전시실(1층)에서 11월11일(일)까지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

‘메이드 인 청계천’은 청계천박물관이 청계천에서 만들어진 유·무형의 자산을 보다 깊이 있게 들여다보기 위해 기획한 시리즈 전시다. 대중문화 ‘빽판’의 시대는 첫 번째 전시다.

전시회에선 라디오 전성시대였던 1960년대에 유명 DJ들이 이름을 걸고 음악방송에서 나온 음반을 편집해 만든 ‘라디오방송 빽판’을 볼 수 있다. 빨간 비디오가 유통됐던 세운상가를 상징적으로 연출한 ‘빨간 방’을 통해 세운상가 인근에서 유통했던 잡지들도 전시했다. 추억의 오락실 게임인 너구리와 갤러그도 체험할 수 있다.

이번 전시회를 기획한 청계박물관은 “한 때 세운상가 주변을 찾는 다는 것은 대중문화를 찾는 것이란 의미가 있었다”며 “전시회를 통해 대중문화의 언더그라운드 청계천이 서울에서 대중과 대중문화에 끼친 영향을 시민들이 느낄 수 있도록 보여주고자 한다”고 기획의도를 설명했다.

빽판은 특히 LP판을 한정하는 말로 은밀히 뒤에서 제작돼 Back에서 기인했다는 설과 복제판을 흰색종이로 포장해 백색 포장에서 나왔다는 설이 있다. 우리나라의 해적판은 1950년대부터 만들어 졌으며 80년대 최전성기를 맞이했다.

세운상가 주변은 누군가에게는 볼 빨간 기억으로 남아 있는 장소다. 플레이보이, 허슬러, 각종 복제된 비디오와 빨간 만화들이 은밀하게 거래된 곳이다. 특히 어린 시절 치기어린 호기심에 큰 맘 먹고 구입한 비디오에서 전국노래 자랑이 엉뚱하게 튀어나와 당황했던 그 시절로 돌아 가본다.

전시에 등장하는 ‘빨간 방’은 마치 세운상가의 음란물의 유통과 소비의 과정을 극적으로 연출했다. 당시에 음란물을 취급했던 상가는 셔터가 미쳐 다 닫혀 있지 않았다. 사람들은 그곳에서 서로의 안전을 담보한 후 새로운 신세계를 만나볼 수 있다.

일본의 비디오게임이나 오락실용 기판을 카피해 수출하며, 국내 전자시장의한 한 축을 담당했었던 곳 역시 세운상가였다. 보통 게임을 카피하여 원판의 1/4도 안 되는 싼 값에 공급했다. 1990년대까지도 지적재산권에 대한 인식이 부족했기에 별다른 단속도 없었다. 오락실에서 이용했던 대부분의 아케이드 게임 기판은 세운상가에서 만든 복제 기판들이었다. 이번 전시장에 연출된 오락실에서 너구리, 갤러그 게임 등을 체험할 수 있다.

전시 관람 시간은 평일, 토·일·공휴일 오전 9시부터 오후 7시까지(11월부터 토·일·공휴일 관람시간은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다.

문의 02-2286-3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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