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효성 낮은 소규모 정비사업 보다 재건축․재개발 활성화가 효과적

김진수 교수 / 건국대학교 행정대학원 도시 및 지역계획학과

한 달간의 서울 강북구 옥탑방살이를 마친 박원순 서울시장이 지난 19일 ‘강남북 균형 발전 계획’을 발표했다. 방향은 ‘강북 우선투자’다.

강북지역의 교통, 도시계획, 주거 등 생활기반시설을 대폭 확충해 강북만의 차별화된 경쟁력을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강북문화예술회관에서 열린 정책설명회에서 박원순 시장은 “강북 우선투자라는 균형발전정책 패러다임 대전환을 통해 내실 있는 변화, 주민들이 체감하는 실질적인 변화를 만들어가겠다”며 “강남집중 개발로 수십 년 간 이뤄진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 시장은 ▲非 강남권 4개 철도 노선 재정사업 전환 ▲빈집 1,000호 매입 및 신축불가능지역 소규모 정비모델 적용 ▲주민 주체 ‘선순환 경제 생태계’ 구축 및 마을 단위 ‘생활상권 프로젝트’ 실행 ▲대학 연계 교육 프로그램과 인프라 확대로 교육 양극화 해소 ▲서울주택도시공사, 서울연구원 등 서울시 산하 공공기관 강북 이전 ▲1조원 균형발전특별회계 마련 및 낙후집중 투자기준 대전환 등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일단 박 시장의 강북 투자 계획은 그동안 강남권에 집중됐던 개발과 투자계획의 축을 강북으로 옮겨가 균형을 맞추려고 하는 시도로 보여 일면 긍정적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강북권에서 성장 동력으로 활용할 수 있는 대규모 개발계획이나 기반시설, 인프라 확충은 그다지 포함되지 않아 속 빈 강정으로 끝날 가능성도 있다.

박 시장은 강북의 노후주택과 낙후된 주거환경을 정비‧재생하겠다고 밝혔다.

장기 방치된 빈집을 매입해 청년 중심 창업공간, 청년주택 그리고 커뮤니티 시설 등으로 활용하는 ‘빈집 활용 도시재생 프로젝트’를 시작할 계획이며 내년에 빈집 400호를 매입하고 오는 2022년까지 총 1,000호를 매입해 청년·신혼주택 4,000호를 공급할 방침이다.

아울러 주민이 자율적으로 할 수 있는 소규모 정비를 활성화할 계획이다. 맹지나 부정형·과소필지 등 신축이 불가능한 지역은 재개발 이외의 방법으로는 개발이 어려운 만큼 여건에 따라 ▲유지보수 ▲집수리 ▲리모델링 ▲건축협정, 자율주택정비사업, 가로주택정비사업 등을 통한 신축과 같은 다양한 방법을 지원하기로 했다.

하지만 이와 같이 서울시에서 의욕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소규모 정비사업은 강북의 주거지에서 가장 문제점으로 제기되고 있는 도로, 공원, 커뮤니티 시설 등 기반시설을 확보하는데 어려움이 있다.

강북에 살고 있는 주민들은 불이 나도 소방차가 진입할 수 없는 좁은 골목길, 매일 저녁 반복되는 주차전쟁, 주민들이 편하게 이용할 수 있는 각종 커뮤니티 시설 부재 등을 주거 불편 1순위로 제기하고 있다.

소규모 정비사업은 노후한 주택 자체는 개선시킬 수 있지만 정작 필요한 기반시설을 확보하기는 어려운 사업방식이다. 또한 대규모 개발에 비해 사업성이 낮아 열악한 주거환경에 놓인 주민들이 얼마나 스스로의 부담으로 주택을 신축하거나 보수할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강북권의 주거환경을 획기적으로 개선하기 위해서는 오히려 기반시설 확보가 용이한 재개발, 재건축 사업이 효과적이다.

그동안 서울시가 재건축․재개발 구역에 대한 직권해제를 지속적으로 추진해오면서 상당수 강북권 재개발 사업이 중단되거나 무산되었다. 서울시는 직권해제 구역에 대해 대부분 사업성이 낮아 원활한 진행이 어려운 곳으로 주민갈등이 심해 주민투표를 통해 구역해제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러한 정비사업 구역들은 대부분 각종 기부채납과 임대주택 등으로 개발이익의 상당부분을 공공에서 환수하기에 사업성이 낮아져 문제가 발생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강북에 투자하겠다는 서울시가 강남북 균형발전을 위해 가장 효과적인 재건축․재개발 사업에 대해서는 규제를 계속하고 실효성을 발휘하기 어려운 소규모 정비사업에만 치중하는 것은 현명하지 못한 방법이다.

이번 발표에서 박 시장은 1조원 규모의 균형발전특별회계를 별도로 조성해 균형발전 재원으로 활용하겠다고 밝혔다. 특별회계는 국가균형발전특별회계 교부액과 일반·특별회계 전입금, 과밀부담금 등을 비롯해 도시개발 및 재건축과정에서 발생하는 공공기여금, 초과이익환수금도 재원으로 활용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이미 올해 초부터 강남권 재건축사업장 등에서는 서울시가 층고규제 완화 등을 통해 재건축 사업을 원활히 진행할 수 있게 지원한다면 개발이익의 상당 부분을 강북에 재투자할 수 있도록 적극 협조하겠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이들은 전반적인 규제완화를 통해 도시정비사업이 활성화된다면 도시․주거환경정비기금 등 강북 투자를 위한 재원을 손쉽게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일각에서 우려하는 것처럼 박 시장의 강북 집중투자 방침이 강북의 지원에만 편중된 나머지 강남권에 대한 규제 유지 혹은 규제 강화로 이어진다면 이는 자칫 도시의 균형발전을 저해하는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

강남북 균형발전을 위해서는 지속가능하기 어려운 소규모 지원보다 불필요한 규제 완화와 함께 도시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도시정비사업에 대한 적극적 지원이 더욱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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