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구잡이식 구역해제 부작용 많아, 신중한 접근 필요”

정비구역 해제처분의 위법성 여부를 다투는 소송(2017구합70145)에서 ‘구역지정 해제처분 취소’ 판결을 받으며 구역 해제 위기에서 벗어났던 경기도 수원시 장안111-3구역이 또 다시 사업정체 위험에 처하게 됐다.

수원지방법원이 “유효한 해제동의를 한 토지면적을 다시 계산하면 46.69%로, 해제요건으로 규정한 동의율에 미치지 않는다”고 판결한 것을 두고 수원시측이 항소한 탓이다.

그러나, 많은 전문가들은 “위 소송에서 재판부가 구역해제 취소 판결을 내린 것은 다른 이유가 아닌 구역 해제 동의서 중 ‘소유자 사망 후 상속인들 전원 명의로 작성되지 않은 동의서’와 ‘공유자 중 일부만 작성한 동의서’를 무효로 봤기 때문인 만큼 항소심에서 결과가 뒤집어지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입을 모은다.

실제로 당시 재판부는 토지면적 비율을 해제 동의율 기준으로 정할 수 있는 지 여부 등 수원시 정비구역 해제기준 자체의 위법성과 관련한 조합측의 주장은 물론, 해제 동의율 산정에서 국‧공유지 면적을 배제할 수 있는 지 여부, 해제동의의 철회 가능 여부 등과 관련된 조합측의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았었다.

이에 장안111-3구역 조합측도 수원시측의 예상치 못했던 항소에 크게 흔들리기 보다는 소송을 준비하며 사업일정을 재정비하고 있는 모습이다.

장안111-3구역의 구역지정 해제 관련 1심 소송을 승소로 이끈 법무법인(유) 현 도시정비사업팀 김은미 변호사를 만나 해당 소송의 주요 쟁점과 추진위․조합이 정비구역해제 관련 소송에 당면했을 때 주의해야할 점 등에 대해 들어봤다.

 

▲정비구역해제 소송에서 주의해야 할 점이 있다면?

정비구역해제 처분이 내려지면 정비구역 지정으로 인한 행위제한이 풀려 건축허가가 가능해진다. 문제는 행위제한이 풀려 신규 건물이 다수 발생하게 되면 추후 정비구역해제 처분 취소의 본안 소송에서 승소하더라도 신규 건물로 인해 정비사업 진행에 장애가 발생하고 사회경제적으로 손해가 발생하게 된다는 점이다. 따라서 본안소송의 제기와 함께 집행정지신청이 반드시 이루어져야 한다.

행정소송의 집행정지 신청은 민사소송의 가처분과는 달리 본안소송의 제기가 그 요건이므로 신속한 집행정지 결정을 위해서는 구역해제 소송의 제기 자체도 신속하게 이루어져야 한다. 본 사안에서도 소 제기 후 열흘 안에 신속하게 집행정지 결정을 받음으로써 추가적인 위험부담 없이 본안 소송을 진행할 수 있었다.

 

▲수원111-3구역 소송의 쟁점은 무엇이었나?

수원시가 정비구역해제 처분을 하면서 든 해제사유는 수원시 고시 제2016-271호로 고시된 <정비구역 등의 해제기준> 제4조 제1항 제2호의 “토지면적(국공유지 제외)의 100분의 50을 초과하는 토지등소유자의 동의로 정비구역의 해제를 요청하는 경우”에 해당한다는 것이었다.

이와 관련하여 ①<정비구역 등의 해제기준>이라는 수원시 고시가 해제요청 동의율을 산정함에 있어서 국공유지 소유자를 동의 대상에서 제외하고 있는 등 고시 자체의 위법성 ②동시에 수원시의 주장처럼 설령 고시가 적법하다고 하더라도 고시에서 정하는 100분의 50을 초과하는 토지등소유자의 동의가 없었다는 점이 소송의 주된 쟁점이었다.

재판부는 고시 자체의 위법성은 인정하지 않았지만, 수원시의 구역해제 처분이 수원시 고시 <정비구역 등의 해제기준>에서 정하는 동의율을 충족하지 못하여 위법하다고 판단하여 원고 전부 승소 판결을 선고했다.

구체적으로 공유토지 일부 공유자가 제출한 해제동의서의 효력에 관하여 수원시는 “면적을 기준으로 동의율을 산정하는 이상 전체 토지 면적에 공유지분을 곱한 면적을 동의율에 산입할 수 있다”고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조합측 주장에 따라 “해제동의서의 동의자수 산정에도 구 도시정비법 시행규칙 제28조가 유추 적용”되는 것으로 해석하여 “수인을 대표하는 1인의 토지등소유자의 동의가 있어야 유효한 해제동의 표시가 된다”고 전제한 다음, 그와 같은 방식으로 제출되지 않은 공유토지 소유자들의 해제동의서를 무효로 판단했다.

 

▲이번 판결의 의의는 무엇인가?

최근 수원을 비롯한 경기도의 다수 정비구역이 거의 동시에 해제되어 상당한 수의 취소소송이 진행됐다. 구역해제 소송과 관련하여 판결례는 아직 유의미하게 축적되지 않은 상태인데다, 일부 아쉬움이 남기도 하지만 구역해제처분 취소소송에서 조합이 승소한 것 자체가 손에 꼽을 만큼 드문 사례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이번 소송에 있어 아쉬웠던 점이 있다면?

토지등소유자의 수뿐만 아니라 토지면적(전체의 50% 초과)까지 동의율 기준으로 삼는 것은 소수의 과점지주가 마음을 바꿀 경우 언제든 구역해제를 가능하게 한다는 점에서 도시정비법에 저촉된다고 주장했지만 법원이 받아들이지 않았던 것이 가장 아쉽다.

최근 고양시가 능곡과 원당 일대 뉴타운 정비구역 직권해제 요건 완화 조례 제정을 추진하면서 정비구역 해제요건에 토지면적 30% 이상의 소유주가 해제를 요청하는 경우를 포함해 지역주민들이 크게 반발하고 있다. 최근 고양시청과 고양시의회 앞에서 수많은 조합 및 조합원들이 연일 집회를 진행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의왕시도 최근 정비사업 해제 기준 변경(안)을 공람공고했는데 ▲추진위가 설립된 정비구역은 전체 토지등소유자 1/10 이상이 사업에 반대 또는 해제를 요청한 경우 ▲조합 설립 시 반대 또는 해제 요청하는 토지등소유자가 1/4 이상일 경우 ▲추진위‧조합이 설립된 경우 토지등소유자 또는 국‧공유지를 제외한 토지면적 50% 이상으로 해제를 요청하는 경우 등을 해제 요청조건으로 명시해 현장의 불만이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재개발지역 대부분의 토지등소유자가 협소한 주택 소유자라는 점을 감안할 때 과점지주에 의해 정비사업 추진여부가 결정될 수 있는 해제동의시 토지면적 포함 부분은 반드시 개선되어야 할 부분이라고 본다.

아울러 행정소송 1심에서 패소한 수원시가 항소한 것도 납득이 잘 가지 않는다. 사실, 장안111-3구역은 부동산 경기침체 등 여러 가지 사유로 인해 수년간 사업이 정체돼 있다가 지난해 4월 많은 조합원들의 참여 속에 임시총회를 개최해 “지지부진 했던 그동안의 정체를 잊고, 사업정상화에 힘쓰자”고 중지를 모으는 한편, 시공자측으로부터 중단됐던 사업비 대여금도 받아 정비사업에 대한 주민들의 기대가 커진 상황에서 위 소송으로 인해 어쩔수 없이 사업이 상당 부분 지연된 현장이다. 다시 한 번 사업정체로 주민들에게 피해를 초래할 항소심을 수원시가 진행하려는 이유를 모르겠다.

 

▲정비구역해제와 관련한 소송을 준비 중인 추진위나 조합이 주의해야 할 점은?

아직까지는 정비구역 해제 관련 도시정비법령에 미비한 점이 상당수 있다. 게다가 시·도 조례 또는 고시에 근거하여 처분이 이루어지다보니 지자체마다 해제의 기준이 일정치 않다는 것도 문제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규정 해석에 있어 담당 공무원의 재량이 개입되는 사례가 수시로 발생하고 있으나 실제로 해제처분의 위법성을 찾아내는 것은 쉽지 않다. 따라서 경험 많은 법무법인과 변호사를 선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정비구역해제 여부로 인해 혼란을 겪는 현장들이 상당수다. 정비사업 전문변호사로서 정비구역해제에 대해 어떻게 보는가?

인터넷 검색창에 ‘정비구역해제’라는 단어를 입력하면 무수히 많은 글들이 검색된다. 그만큼 해제로 인한 몸살이 심각하다는 것이다. 경기침체 등 여러 가지 사유로 인해 사업이 장기간 표류하는 구역이라면 구역해제를 통해 정비사업이 아닌 방식으로의 도시재생을 도모하는 방편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수원 111-3구역처럼 정비사업이 상당부분 진행된 곳까지 구역해제를 밀어붙이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본다.

실제로 구역해제가 된 곳들은 무분별하게 원룸이나 다세대 주택이 들어서는 난개발 양상이 벌어지고 있다. 또 어떤 곳들은 열악한 주거환경으로 인해 주민들이 떠나면서 빈집이 증가, 도시미관을 해칠 뿐만 아니라 범죄발생 위험도가 높아져 거주민들의 안전을 위협하는 상황을 초래하고 있다.

따라서 정비구역 해제는 신중하게 접근해야 하며, 전체 도시계획과 주민들의 의견, 사업의 진척 정도 등을 면밀하게 파악한 후 체계적이고 효율적으로 시행해야 한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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