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역 내 1동짜리 연립도 75% 동의율 확보해야 … 조합 ‘알박기 용인한 판결’ 반발

관리처분인가를 받고 순항하던 방배13구역이 조합설립인가 취소 판결이라는 복병을 만났다.

서울행정법원은 지난 5일 일부 조합원이 제기한 조합설립인가 취소 소송에서 “방배13구역 주택재건축정비사업조합 설립인가처분을 취소한다”는 판결을 내렸다.

일부 조합원들은 지난 2016년 서울특별시장과 서초구청장을 상대로 조합 설립 과정이 법률에 위반된다며 조합설립인가를 취소해 달라는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소송을 제기한 조합원들은 서울시가 정비구역을 지정하는 과정에서 노후·불량 건축물 확인을 제대로 거치지 않았고, 연립주택 등 구역 내 일부 건물에 대해 조합 설립 동의율 요건을 충족하지 않았다는 점 등을 문제로 삼았다.

법원은 서울시의 정비구역 지정 과정에서는 명백한 하자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정비구역 지정처분을 무효로 해달라는 청구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하지만 연립주택 등 주택단지의 동의요건을 충족시키지 못했다는 점을 지적하며 조합설립인가에 문제가 있었다고 판단했다.

현재 도시정비법 35조에는 조합설립인가와 관련해 “조합을 설립하려는 때에는 주택단지의 공동주택의 각 동별 구분소유자의 과반수 동의와 주택단지의 전체 구분소유자의 4분의 3 이상 및 토지면적의 4분의 3 이상의 토지소유자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며 “주택단지가 아닌 지역이 정비구역에 포함된 때에는 주택단지가 아닌 지역의 토지 또는 건축물 소유자의 4분의 3 이상 및 토지면적의 3분의 2 이상의 토지소유자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고 명시되어 있다.

문제는 단독주택 재건축에서 ‘주택단지’를 어떻게 해석하는가에서 비롯됐다. 방배13구역에는 융창빌라트, 서희융창, 천우가든 등 각각 1개 동으로 이루어진 10개의 단지가 있다.

조합과 서초구청은 이들 전체를 하나의 주택단지로 간주하고 각 66%와 63% 정도의 동의서를 징구한 상태에서 조합설립인가를 신청했고 서초구청은 각 단지의 동의율이 과반 이상이고 전체 동의율이 4분의 3을 넘었으니 조합 설립 요건을 갖췄다고 판단해 조합설립인가를 승인했다.

하지만 재판부에서는 10개 단지가 각각 별개의 주택단지라고 판단하고 각각 단지별로 4분의 3 이상의 동의율을 충족해야 한다며 당시 조합설립인가에 문제가 있다고 판결했다.

조합에서는 “조합설립 당시 많은 법률 전문가의 자문과 협력업체들의 확인을 거쳐 진행했는데 납득할 수 없는 판결이 나왔다”며 “현재 항소심을 준비하기 위해 대형로펌과 접촉중”이라고 밝혔다.

조합 관계자는 “현재는 융창빌라트, 서희융창, 천우가든이 단 1세대만을 제외하고 나머지는 모두 조합설립에 동의한 상태인데 무엇을 위한 소송인지 알 수 없다”고 밝히고 “이번 판결대로라면 다른 단독주택 재건축 사업장도 같은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며 “일부 조합원의 알박기를 용인한 이와 같은 판결은 항소심에서 꼭 바로잡혀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이번 판결이 이주를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나왔다는 점도 문제다. 업계관계자들은 “관리처분이 끝나고 이주를 앞두고 있는 시점에서 조합설립인가 취소는 자칫 모든 조합원에게 막대한 피해를 가져올 수 있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하지만 조합에서는 항소를 진행하며 문제 해결이 가능하리라 예상하고 있어 사업에 큰 타격은 없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다만 서울행정법원이 방배13구역의 조합설립인가 효력을 항소심 판결 전까지 정지하도록 결정함에 따라 조합에서 조합원들의 이익 제고를 위해 진행하려 했던 정비계획 변경작업의 지체가 불가피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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