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장과 학부모들의 무리한 요구 남발 … 협의와 심의 지연으로 인한 손실 커져

교육환경영향평가(이하 교평)가 정비사업의 새로운 골칫덩이로 떠올랐다.

교평 심의로 인해 전국에 있는 대다수 재개발·재건축 정비사업장에 혼란을 야기되고 있다.

이유는 교평 심사 기준이 까다로워 통과하기 쉽지 않기 때문. 이로 인해 재개발·재건축 사업을 추진하는 상당수 정비사업장의 일정이 지연되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사업장 주변 학교의 무리한 요구사항이 많아 정비계획 설계를 재차 수정해 사업의 수익성이 악화되는 사례가 있어 조합들의 불만이 쌓여가고 있다.

지난해 2월 시행된 ‘교육환경보호에 관한 법률’에 따라 사업지로부터 반경 200m 이내에 학교가 있으면 공동주택 사업주체가 주택사업계획안에 대해 별도로 교육청의 교육환경평가를 받아야 한다.

법률에 따르면 학교 인근에서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에 따라 재건축·재개발 등 정비사업을 하거나 건축법에 따라 21층 이상 또는 연면적 10만㎡ 이상의 건축행위를 할 때 시·도교육청 내 교육환경보호위원회 심의를 받아야 한다. 단지 신설로 인한 학생 수 변화, 학교 환경, 안전 등 교육환경 전반에 미치는 영향을 평가한다는 내용이다.

업계 전문가들은 “교육청 평가심의위원회 심의를 거쳐야 사업시행인가를 받을 수 있다”며 “기존에는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에 따라 허가 단계에서만 교육청과 협의하면 됐는데 심의절차가 포함돼 대폭 강화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정비사업을 진행하기 위해서는 사업시행인가 전에 각종 심의를 통과해야 한다. 기존 환경영향평가와 교통영향평가에 이어 교평까지 새로 추가된 상황이다.

교평은 학교 예정지나 기존학교 일대의 위치, 교통, 일조 등의 항목을 평가하고 위해성이 있는 환경은 사전에 배제하거나 최소화하기 위한 제도다. 관할 교육감은 평가서 승인 시 시행자가 학교자치운영위원회와 협의하도록 하고 있어 학부모로 구성된 운영위원회에서 요구사항이 빗발치고 있다.

정비사업 기간 중 소음과 먼지 그리고 학생들 통학로 문제 등 해결 방안 등을 협의하는데 무리한 요구들도 많아 이해관계의 협의가 어려운 상황이다. 때문에 상당수 조합에서는 심의를 통과하지 못해 사업 일정이 지연되는 경우가 속출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교평이 재개발·재건축 등 정비사업 추진에 걸림돌이 될 것으로 지적하고 있다.

또 법적으로 심의만 45일이라서 약 2달이 소요돼 교평이 법률에 명시되면서 대부분의 단지에서 이로 인한 일정 지연이 발생하고 있다. 또한 수차례 심의를 받아야하자 조합들의 원성이 커지고 있다.

 

ǁ 일부 학교장과 교평 심의위원들의 횡포에 일선 조합들은 공황상태

경기도 내 정비 구역에서 사업시행인가를 코앞에 두고 있는 몇몇 조합은 주변 학교와 협상하는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해 사업 추진에 발목이 잡히고 있다.

한 조합 관계자는 “수백억원이 넘는 학교 이전 비용 전액을 조합에 부담시키려는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지역 조합 관계자는 “기존 2~3층이 대다수인 오래된 주택지역을 30층 이상 규모로 아파트단지를 짓는데, 막무가내로 기존 일조권을 확보하라고 하면 이게 가능한 일인가”라고 하소연 했다.

수도권 내 한 조합 관계자는 “일선 학교장들이 악의적으로 조합의 교평 심의를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며 “조합이 찾아가 문의를 하면 협의서가 없다고 직·간접적으로 심의 상정을 해주질 않을 뿐더러 학교자치운영위원회의 협의서가 필요하다며 둘러대기 일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일부에서는 법적으로 하자 없이 서류를 다 구비해 모든 요건이 충족되면 신속하게 심의를 해주는 것이 당연지사다고 주장한다.

업계 관계자들은 “학교장과 교평 심의 위원들은 해당 심의에 있어 권한이 엄청나다”며 “이들이 정비사업을 자지우지 한다”고 말했다.

수도권에서 정비사업을 진행 중인 조합측 관계자들은 “교평에 필요한 요건을 모두 충족해 교평 심의 위원회에 상정돼도, 교평 심의위원들의 말 한마디에 심의가 가결 또는 부결되는 상황이다”고 억울해 한다.

조합측은 “교평 심의로 인해 수년간 사업이 지연되면 해당 조합은 사업에 엄청난 타격을 입게 된다”며 “정부가 교평 심의를 진행할 때 주먹구구식이 아닌 확실한 매뉴얼을 제시해야한다”고 강조했다.

정비사업 전문가들은 “일선 교장들과 교평 심의위원들이 중대한 판단을 잘못해 조합의 정비사업에 심각한 피해를 끼쳐도 조합입장에서는 대처할 수 있는 방안이 없는 게 현실이다”고 꼬집었다.

최근 우여곡절 끝에 교평 심의를 통과한 조합은 “조합이 그간 합법적인 절차를 진행했음에도 불구하고 교육청은 법적인 문제와 관계없이 민원이 들어오면 전적으로 조합에 떠넘겨 해결할 것을 요구했다”고 말했다.

아울러 “교육청에서 해당 민원을 합리적인 선에서 중재를 하려고 노력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이와 함께 “시와 교육청간 부조화로 심의 기간이 달라 제각각 심의를 해 조합에서는 각 심의를 할 때마다 재설계를 해야 했다”며 “그로 인해 사업기간이 지체돼 많은 조합들에게 피해를 주고 있는 셈이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교평 심의에 있어 행정에 많은 문제가 있다. 행정을 처리함에 있어 법과 심의가 따로 놀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교평으로 인해 애를 먹고 있는 한 조합 관계자는 “정비구역지정 또는 조합설립인가 단계에서 교육청은 조합에 학교용지를 확보해 놓으라고 해 마련해놓으니, 사업 막바지 단계인 관리처분인가 후에 학교부지가 필요 없다고 다시 사가라고 하면 조합은 진퇴양난에 빠지게 된다”고 하소연 했다.

일부에서는 건축심의에서 세대수, 아파트 배치계획 등 모든 설계를 완료하고 학교용지도 설계했지만 교육청에서 해당 지역 학생 수 예측 실패로 학교용지를 조합에 다시 사가라고 하면 조합에서는 처음부터 모든 설계를 다시 변경해야하고 지금까지 수년간 해왔던 행정적 절차도 재차 밟아야 한다고 했다.

뿐만 아니라 학교용지를 기부채납하면 조합에 용적률 샹향을 할 수 있도록 인센티브를 주는데, 다시 조합이 학교용지를 사가게 되면 받은 용적률을 다시 환원해야한다.

또 다른 조합 관계자들은 “교육행정에 일관성이 없고 주먹구구식”이라며 “최소한 사업시행인가 때라도 학교용지 필요유무를 알려줘야 하는데 관리처분인가 후 한창 착공 중인데 학교용지를 다시 사가라고 한다”며 당황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업계관계자는 “일선 학교장과 교평 심의위원들의 끊임없는 갑질 행위로 조합들의 사업은 무기한 연장되는 곳이 수두룩하다”며 “결국 조합원들의 사업 분담금도 늘어나게 돼 영세 조합원들만 고통을 받는 실정이다”고 말했다.

결국 법과 원리원칙을 지켜 사업을 진행하고자 하는 일선 조합에서는 교평 심의로 사업이 계속 연기돼 조합원들간 갈등만 부축이는 상황이 만들어 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미 100가구 규모 이상의 주택건설용 공동주택을 받은 단지에는 일정 부분의 학교용지부담금을 부과하고 있다. 여기에 교평 심의까지 받게 하는 것은 조합에게 지나치게 가혹하다는 불만도 터져나오고 있다.

물론 이 제도를 시행한지 얼마 되지 않아 과도기적 현상일 수도 있지만 이 부분을 융통성 있게 해결해 나가야 한다는 것이 관련업계의 공통된 의견이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교평 심의 하나로 예상치 못했던 사업이 정체돼 조합원간 분쟁을 키우는 꼴”이라고 말했다. 이어 “재개발·재건축사업은 모든 일정이 순조롭게 진행돼도 추진위 설립 후 평균8~10년이 소요되는 사업”이라며 “정부가 조속히 이 문제들의 대안을 만들 필요가 있다”고 조언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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