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주택자 종전감정가액의 40%까지 … 다주택자 대출 불가에 1+1 재건축까지 포함

정부는 주택시장의 안정화를 위해 정비사업을 하고 있는 단지의 이주비 대출규제까지 강화하면서 이주를 앞둔 재개발·재건축 단지들이 혼란에 빠진 상황이다.

지난 9·13대책에 따라 이주비 대출을 주택구입 목적의 대출로 간주해 사실상 대출이 힘들어졌기 때문.

업계에 따르면 서울 주요 재개발·재건축 사업장들이 이주비 대출이 어려워져 이주를 제때 하지 못하면서 사업지연 가능성이 커지고, 막대한 금전적 손실을 우려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일부 조합들은 이주를 하지 못할 가능성이 있어 해당 사업을 미루자는 의견까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정부의 연이은 이주비 대출 규제 정책

정부는 작년 8.2대책을 시작으로 같은 해 10월 ‘정비사업 시공사 선정제도 개선방안’을 발표했다.

8·2대책 이전에는 이주비 대출시 주택 담보인정비율(LTV) 60%를 적용받았지만 8·2 대책이후 투기과열지구의 경우 대출 한도가 40%로 크게 줄었다.

이어 8.2대책 두 달 후인 10월에 국토부는 시공과 관련 없는 이사비·이주비·이주촉진비 등에 대하여는 제안 금지를 골자로 하는 ‘정비사업 시공사 선정제도 개선방안’을 발표하고 같은 해 12월부터 시행 중이다. 이는 조합원이 직접 금융기간을 통해 대출을 하라는 것.

이에 따라 재건축 조합원은 주택담보대출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 한도 내에서 금융기관을 통한 이주비 대출만 가능해졌다.

재개발사업도 재건축과 동일한 기준이 적용되지만 영세거주자가 많은 점을 고려해 건설사가 조합에 이주비를 융자 또는 보증하는 것은 허용된다. 이 경우, 건설사는 조합이 은행으로부터 조달하는 금리 수준으로 유상 지원만 할 수 있게 된다.

국토부 관계자는 “건설사가 시공사 수주경쟁 과정에서 이사비 등의 금전지원이 아니라 시공품질을 높이고, 공사비를 절감하여 조합원의 분담금을 낮추는 방식으로 경쟁하도록 하기 위함이다”고 발표취지를 설명했다.

하지만 이 방안으로 인해 애꿎은 영세 조합원들에게 더 큰 부담이 전가되는 셈이다.

 

∥9.13 대책으로 방점 찍어

정부는 올해 9월 더욱 강화된 대출규제 정책을 일환으로 한 9·13 대책을 발표했다. 핵심은 다주택자의 경우 이주비 대출이 원칙적으로 불가하다는 것.

다만 다주택자의 경우 9.13 대책 이전에 구입한 주택에 대해서 특별법상 임대사업자로 등록한 경우 주택보유수에서 제외돼 1주택자가 된다면 이주비 대출이 가능하다.

하지만 9.13 대책 이후 주택을 구입해 임대사업자로 등록한 경우는 주택보유수에서 포함돼 이주비 대출을 받을 수 없다.

한편, 재개발·재건축지역에서 1주택을 소유할 경우에는 이주비대출을 받을 수 있다.

단, 이주비 대출금액으로 다른 집을 구입하지 않겠다는 약정을 체결해야 한다. 이주비대출을 통해 일시적으로 다른 곳에서 전세로 거주하다가 해당 정비사업 구역이 모두 마무리돼 입주가 가능할 경우 이주비 대출이 가능하다.

이에 부동산 관계자들은 “은행 등 1금융기관들이 정부의 대출 규제정책에 따를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 해당 재건축 사업장들은 이주비 대출을 받기 위해 고금리 저축은행 등으로 방향을 전환하면서 예상보다 더 큰 금융비용이 들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은행권 관계자는 “이주비 대출은 아직 정리가 더 필요한 부분”이라고 전했다.

 

∥1+1 재건축을 추진 중인 재건축단지는 망연자실

규제지역에서 분양권과 입주권이 주택으로 분류됨에 따라 1+1 재건축을 추진 중인 조합원들은 난감한 상황에 처했다.

기존 1주택이 2개로 나뉜 경우가 돼 두 개의 주택을 분양받는 셈이 되기 때문에 1+1 재건축 조합원들은 졸지에 다주택자가 됐다. 즉 이들은 입주권이 두 개인 만큼 다주택자로 분류돼 대출 자체가 막혀버린 셈이다.

현재 서울에서 재건축 단지 중 1+1 재건축을 추진하는 곳은 신반포8차, 잠실 진주아파트, 문정동 136, 한신4지구, 반포주공1단지(1·2·4주구) 등이 있다.

특히 송파구 신천동 잠실 진주아파트 지난달 5일 송파구청으로부터 관리처분인가를 받았지만 전체 1507가구 가운데 약 40% 정도는 전·월세 가구로 이들 소유자의 50% 이상이 다주택자로 추정돼 이주비 대출로 인해 고심하고 있는 실정이다.

부동산 관계자들은 “가계부채 관리를 위한 정책도 중요하지만 정비사업을 하고 단지들의 금융규제가 차별적으로 적용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또 송파구 문정동136 단지는 재건축 조합원 827가구 중 단독·다세대·다가구 등 보유주택의 대지면적이 넓어 신규 소형아파트 2채를 받게 되는 조합원은 약 90가구에 이른다. 이 중 절반 가까이가 1주택자인 것으로 파악됐다.

이들 단지들은 다주택자 대출규제로 단지 설계를 대폭 변경하는 방안까지 거론돼 사업이 장기간 지연될까 우려가 높은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주택 공급이 부족한 상황인데 대출 규제가 최근 부동산 정책 기조인 공급확대와 상반된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이주비대출 규제에 이사를 가지 못하는 조합원들의 분노

주택 공급 확대와 집값 안정화를 위해 도입된 대출규제 정책이 애초 취지와 다르게 선의의 조합원 피해로 확대되고 있다.

1+1 재건축을 희망했던 조합원들은 “대지 지분이 많은 주택의 재건축 과정에서 소형 아파트 2채를 받아 2주택자가 되는 경우에 한해 다주택자 대출 규제 예외를 적용해 달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9·13 대책에 따라 재건축 입주권과 분양권을 주택으로 간주해 다주택자 여부를 판단할 것”이라며 “지난 9월14일 이후 재건축 과정에서 주택 2채(입주권 2개)를 받은 차주는 2주택자로 분류돼 강화된 대출규제를 적용할 것”이라고 예외 적용을 일축했다.

한편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도 재건축 이주비에 관련한 민원이 잇따르고 있다.

문정동의 한 조합원은 “재건축은 이주비가 제일 큰 문제인데 이주비 대출을 막는다는 것은 가혹 한 행위”라며 “대부분의 조합원들이 2~3억 정도의 다세대 주택에 살고 있는 주민들이라 분담금 지불도 힘든 실정인데 이주비까지 제제하면 이주를 못해 결국 사업이 지연되고 조합원 부담만 가중된다”고 토로했다.

또 재개발 지역에 1주택을 소유하고 실거주 중인 조합원은 “재개발로 인해 이사를 준비하는데 주택을 구입해 4년 정도 거주하다 재개발이 완료되면 입주할 예정”이라며 “이사를 해야 하는데 1주택(입주권) 소유자라 대출이 안된다”고 말했다.

이어 “한쪽에서는 재개발 공사를 진행해야 하기 때문에 서둘러 이사하라고 하고, 정부에서는 전세만 살아라하고 대출을 막는다”며 “대출을 받으려면 입주권을 팔라고 하는데 이는 원주민의 정착률을 높이기는커녕 정든 지역을 살지 못하게 정책적으로 막고 있는 실정이다”고 말했다.

아울러 “재 입주를 하려는 사람에게는 공사완료 후 6개월 이내 임시 주택처분 조건으로 대출을 받을 수 있도록 예외조항을 만들어 주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조합 관계자들은 “정비사업을 추진 중인 많은 지역에는 집 한 채가 전부인 서민들이 많은데 정부는 현실을 외면한 채 일방통행적인 대출 규제를 적용하고 있다”며 “이주기간에 이주를 제때 맞춰서 하려면 대부분이 대출을 받고 이사를 가야하는데 이주비 대출 규제로 사업을 연기하는 단지들이 속출할 것으로 보인다”고 토로했다.

업계에서는 이주 지연으로 사업에 중단되면 공사비와 금융이자비용 등 사업비를 고스란히 조합원이 감당해야 하는데 정부에서 이에 대한 합리적인 대책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일부에서는 재건축 사업장의 경우 작년 말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를 벗어나기 위해 관리처분인가 신청이 많았던 만큼 이주비 관련 대출 문제가 많은 구역에서 대두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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