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약보합세 유지되어도 급매물 쏟아지거나 하락세로 접어들지는 않을 것

부동산의 미래를 예단하는 것은 제 아무리 전문가라고 하더라도 정말 쉽지 않다. ‘부동산 불패’의 신화는 여전히 유효하다. 하지만, 언제 사느냐 혹은 어느 시점에 파느냐에 따라 누군가는 성공을 거두고, 또 누군가는 대출이자에 허덕이는 참담한 실패를 보는 것 역시 엄연한 사실이다. 그럼에도 연말연초가 되면 언제나 ‘부동산 전망’에 관심을 기울이게 된다. 누군가는 내 집 마련의 ‘꿈’을 이루기 위해, 또 누군가는 가장 성공 가능성이 높은 투자로 부동산을 꼽기 때문이다.

2019년 부동산 전망은 어떨까? 전문가를 비롯한 대부분의 사람들은 ‘하향 안정화’ 내지 ‘약보합세’를 점치고 있다. 실제로 지난 9.13 주택시장 안정화 대책 이후 부동산시장은 점차 하향 안정세를 보이고 있고, 이상과열 현상을 보였던 서울의 아파트 가격도 하락세로 돌아섰다. 부동산 투기 근절을 지상과제로 삼고 있는 현 정부의 정책기조가 부동산 경기 활성화로 바뀔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점에서 2019년 부동산 경기 하락은 굳이 전문가가 아니더라도 쉽게 점칠 수 있다.

사실 현 정부에서도 수차례 부동산 대책을 내놓았다. 효과가 미비하면 또 다른 대책을 내놓는 일이 되풀이 됐다. 이런 대책을 비웃듯 주택가격은 계속 상승했지만, 시장의 반격에도 정책당국은 결코 후퇴하지 않았다. 그리고, 9.13대책 이후 시장의 반격이 주춤해지면서 하향 안정세가 설득력을 얻고 있다.

물론 이런 하향 안정세에 대해 “수억 원이 한꺼번에 오르다 겨우 1,000~2,000만원 내린 것을 하향 안정세라고 할 수 있겠냐”는 냉소적 반응도 있지만, 어쨌든 가파르던 상승세에 브레이크가 걸린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하향 안정세라는 전망을 그대로 믿기에는 ‘전망은 그저 전망일 뿐 실제는 다르다’는 그동안의 학습효과가 물음표를 던진다. 당장 2018년의 부동산 전망만 보더라도 상당수 전문가와 전문기관이 ‘제자리걸음’ 내지 ‘약보합세’를 보일 것이라 점쳤다. 그러나 주택가격은 성큼성큼 올랐고, 전문가들의 전망을 믿고 집을 팔았던 사람들은 큰 손해를 봐야 했다.

전문가들의 전망은 기본적으로 시장에 대한 예측을 전제로 한다. 다양한 통계지표를 활용해 수요와 공급을 예측하고, 이 예측을 토대로 집값 상승 혹은 하락을 점치는 것이다. 여기에 정부정책이라는 변수가 일정부분 작용하게 된다. 전문가들의 전망 실패는 대부분 정책 흐름 내지 정책에 대한 시장의 반발 정도가 예측에서 어긋날 때 온다.

올해의 전망 실패 역시 정부 규제라는 변수에서 비롯됐다. 올봄 다주택자 양도세 강화 등으로 잠시 수그러들었던 부동산시장은 중반기를 지나면서 풍부한 유동성을 동력으로 흡수, 급격하게 상승했다. 특히 수도권과 지방의 양극화가 심화되면서 전국적인 예측은 이미 무의미한 것으로 전락했다. “2018년의 부동산시장은 경제변수가 아닌 정부 규제가 좌우했다. 규제가 언제 어느 정도로 나올지 모르는데다가 이 규제를 시장이 어떻게 받아들일지도 예측하기 힘들었다”는 게 전문가들의 실패의 변이다.

2019년의 부동산시장 전망 또한 2018년과 비슷한 결과를 낳을 수 있다. 현 정부는 정권의 사활을 걸었다고 할 정도로 투기근절과 집값안정에 몰두하고 있다. 현재의 약보합세가 상승세로 전환되는 순간 규제의 칼날은 여지없이 휘둘러질 것이다. 전문가들의 전망이 실패할 가능성이 그만큼 높아진 셈이니 전문가들의 전망만 믿고 집을 팔거나 살 경우 손해 볼 가능성 또한 높아지게 된다.

그럼에도 전망을 늘어놓자면, 일단 서울의 경우 약보합세가 유지된다고 하더라도 급매물이 대거 쏟아지거나 하락세로 접어들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서울은 여전히 양질의 주택이 부족한데 신규 공급의 원천인 재건축과 재개발이 규제로 인해 제대로 진행되지 못했다.

3기 신도시가 현실로 드러나더라도 실제 공급은 몇 년 뒤이니 그때까지 서울의 공급부족은 해결되지 않을 터이고, 주택가격 역시 하락국면으로 접어들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수도권의 경우 외곽은 실수요자 위주 시장이라 급격한 하락 가능성은 낮다. 다만 서울에 인접한 수도권은 실수요 외에 투기수요도 상당수라 약세가 전망된다. 여기에 정부 규제와 3기 신도시 공급이라는 변수가 실수요자들의 심리를 자극하고 있어 당분간 약세를 면치 못할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지방의 경우 미분양이 여전한데다 분양물량 역시 넘치는 상황이라 하락세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정부는 12월19일 경기도 남양주 왕숙과 하남 교산, 인천 계양 등의 3기 신도시를 발표했다. 대규모 신도시(330만㎡ 이상) 3곳과 100만㎡ 급 ‘미니 신도시’ 1곳을 조성해 부동산가격 안정세를 유지하고 장기적인 수도권 주택공급난에 대비한다는 취지의 ‘2차 수도권 주택공급 계획 및 수도권 광역교통망 개선방안’을 밝힌 것.

1기 신도시는 베드타운 전락이라는 실패로 끝났고, 2기 신도시도 12곳 중 현재 2곳만 입주한 상태로 현재 진행형인 가운데 교통 등 제반 문제가 끊이지 않고 계속되고 있어 사실상 실패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이런 가운데 ‘정보유출’ 파문을 겪으며 진통을 겪던 3기 신도시가 윤곽을 드러냈지만, 주택가격 안정에 얼마나 효과가 있을 것인지는 미지수이다.

일단 국토부는 서울 도심과의 교통 접근성을 최우선으로 고려해 입지를 선정했다고 설명했다. 정부가 3기 신도시 내에 도시형 공장, 벤처기업 시설 등이 입지할 수 있는 도시지원시설용지를 대거 확보해 ‘자족형 도시’로 조성한다고 밝혔지만, “신도시 후보지 4곳은 서울과 1기 신도시 사이로 서울과 매우 가까운 곳이다. GTX 등 광역 교통망을 충분히 갖춰 서울로 출퇴근할 수 있는 도시로 조성하겠다”는 김현미 국토부장관의 말에서 알 수 있듯이 서울인구를 수도권으로 내몰아 베드타운을 형성하는 1․2기 신도시의 실패를 거듭할 가능성이 높다.

또한 3기 신도시는 내년 하반기에야 지구지정이 되고, 빨라야 2021년에나 공급이 시작된다. 실제 입주는 이보다 또 몇 년이 지나야 한다. 게다가 지난 신도시 개발 사례를 보면 이 계획 역시 여러 사정으로 지연될 가능성도 있다. 즉, 3기 신도시 발표가 2019년 주택시장에 큰 영향을 미치기는 어렵다.

기본적으로 서울의 집값은 서울에서 1차적으로 해결해야 한다. 그리고 그 해결방안은 양질의 주택공급이 원활하게 이루어지는 것에서 출발한다. 서울에서 주택의 신규공급은 재건축과 재개발밖에 없다. 각종 규제가 중첩되면서 정비사업이 제대로 진행되지 못했고, 이에 따른 신규주택공급의 부족이 주택가격의 상승을 부채질했다.

이처럼 정부규제로 인해 수요와 공급이 어긋나면서 희소성을 띠게 된 서울의 새 아파트들은 프리미엄만 수억 원이 붙은 채 거래된다. 한 조사기관에 따르면 올해 12월 입주하는 서울 아파트 평균 프리미엄이 4억6000만원에 달했다. 평균 분양가는 6억3000만원이었지만 올해 하반기에는 10억9000만원까지 치솟았다. 가락시영아파트를 재건축한 ‘송파 헬리오시티’는 2015년 11월 분양 당시 국민주택규모인 전용 84㎡의 분양가가 8억4000만원 수준이었지만, 올 하반기에는 16억 원까지 올라 가장 프리미엄이 많이 붙은 아파트가 됐다. 정비사업이 주택가격 상승의 진원지라며 규제로 일관한 결과 가물에 콩 나듯 공급되는 새 아파트의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이것이 다른 주택의 가격을 상승시키는 촉매가 되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어쨌든 현재의 부동산시장은 집값 안정화에 방점을 찍는 정부의 정책기조상 상승국면으로의 전환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그렇다고 정부의 기대치만큼 하락하는 것도 쉽지는 않아 보인다. 지금의 약보합세는 상승을 가져오기 위한 역습을 노리는 시장의 숨고르기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기우일지 모르나 끝으로 한마디 더 한다면, 전망은 그저 전망이고, 부동산 관련 뉴스를 쏟아내는 언론은 그저 일반적인 보도일 뿐이다. 참고자료로 활용할 수는 있겠지만 맹신해서는 안 된다. 대개의 경우 이런 ‘정보’는 예측이 잘못되었거나 이미 늦은 정보이다. 가령 언론에서 “부동산시장이 뜨겁다”는 식의 기사가 나왔다면, 이것은 보도된 시점보다 최소 2~3개월 이전부터 시작된 상황에 대한 ‘후속보도’인 셈이니 이미 오를 만큼 오른 상태일 수 있다. 하락세라는 기사 역시 그 시점은 이미 바닥을 찍은 상태일 가능성이 있고, 역으로 올라갈 가능성이 생기는 시점일 수 있다.

게다가 주식도 그렇지만 부동산 역시 다른 사람이 산 곳은 오르는데 내가 산 곳은 가격변동이 없거나 오히려 떨어지는 경우가 잦다. 따라서 전반적인 시장전망만 믿고 부동산을 사거나 파는 것은 스스로 실패 리스크를 높이는 것이니 주의해야 한다. 전반적인 시장전망이나 상황보다는 내가 사고자 하는 부동산이 현재 저평가 혹은 고평가 되어 있는지 세심하게 짚어보는 것이 실패를 줄이는 가장 기본적인 방법이다.

아울러 실수요자라면 지나친 관망은 실기로 이어지기 쉬우니 자신이 살고자 하는 지역의 주택가격 추이를 면밀히 살피되, 현재 보유한 자금능력과 무리가 없는 정도의 대출 한도 등을 미리부터 챙겨놓았다가 결심이 서면 실행에 옮기는 게 더 좋은 결과를 가져올 수 있음을 잊지 말자. 숲을 보는 것이 중요하기는 하지만 때로는 나무 한 그루 한 그루 살피는 것이 더 효과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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