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신하지 않는다. 등 돌리지 않는다. 2001년 재건축사업에 몸담을 때부터 지금까지 지녔던 생각이다. 어느새 20년에 가까운 시간이 지나버렸지만 어쩌면 정비사업 뿐만 아니라 살아가며 자연스레 스며든 신념 같은 것이 돼버렸다. 한번 맺은 인연을 함부로 버리지 않고 끝까지 가져가는 것이 중요하다 생각한다”

무심한 듯 읊조리는 그의 지난 시간을 듣고 있다 보니 저절로 우공이산이란 단어가 떠올랐다. 겉으론 어리석게 보여도 꾸준히 노력하면 큰일을 해낸다는 말이다. 어쩌면 이런 한결같은 뚝심이 없었다면 고덕2단지 같은 대단지 재건축사업을 성공적으로 이끌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4932세대를 짓는 고덕주공2단지 재건축사업은 올해 9월 입주를 앞두고 있다.

그는 조합장이란 명함 외에도 다양한 타이틀을 지니고 있는 팔색조 같은 매력의 소유자다. 먼저 그는 원예학을 전공해 석사학위를 받은 조경 관련 전문가다. 이번 고덕2단지 재건축 공사에서 전문가로서의 손길이 유감없이 발휘됐다. 수(水)공간과 다양한 컨셉의 정원이 어우러진 고덕2단지는 친환경 생태아파트로서 각광받게 될 것이다.

재건축사업을 진행하면서 주택․도시계획 분야에 눈을 뜬 그는 건국대학교 행정대학원에서 도시계획학 석사 학위를 취득했다. 이에 그치지 않고 동 대학원에서 재난관리를 전공으로 정책학 박사학위 마저 취득했다. 우직한 인상과 달리 상당한 학구파라는 점은 의외의 모습이다.

그의 끝없는 학구열이 어디서 왔을까 라는 의문은 얼마 가지 않아 해결됐다. 이미 그는 여러 권의 시집과 창작활동을 이어온 시인이자 문인으로서 활동하고 있었던 것. 현재 그는 강동문인협회, 백두산문인협회, 한국문인협회 등의 회원이자 임원으로서 왕성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다양한 저서 가운데에서도 눈길을 끄는 부분은 독도수호대의 일원으로서󰡐독도사랑 30년󰡑이란 시집을 저술한 부분이다. 1980년 독도경비대로 근무하며 인연을 맺은 그는 독도에 대한 절절한 사랑을 시집으로 나타내기도 했다.

 

∥주거환경연합, 새로운 출발 모색해야

최근 변우택 조합장에게 조경전문가, 시인, 독도수호대 등의 이력 외에 주거환경연합 이사장이란 새로운 타이틀이 추가됐다. 지난 2월 28일 주거환경연합 총회 결과 새로운 이사장으로 선출됐기 때문이다. 전임 김진수 이사장의 임기가 만료가 된 상황에서 급여도 지급되지 않는 이사장직을 맡을 사람이 없었기에 연합 내부적으로도 해결 과제였었다. 변 이사장의 용단으로 인해 마침내 주거환경연합의 제2의 도약을 위한 출발선에 서게 된 것이다.

변우택 이사장은 “사실 조합장으로서의 책무 외에도 여러 가지 맡고 있는 일이 있어서 적극적인 활동이 어려운 부분이 있다. 어느 정도 제약이 있겠지만 연합의 중심이라도 잡고 가자는 판단에 따라 이사장직을 수락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정비사업이 전국적으로 본격적으로 추진되고 적지 않은 시간이 지나면서 사업여건이 과거와 많이 달라졌다. 변화된 사업여건 속에서 주거환경연합이 나아가야할 방향성에 대해 고민할 필요가 있다. 연합 구성원마다 견해차가 조금씩 있기도 하고, 앞으로 한 단계 발전된 미래를 위해서 세대교체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선출 소감을 밝혔다.

한편 “전임 김 이사장은 재건축․재개발정비사업의 개척자”라고 밝힌 그는 “정비사업이 지금처럼 법적 제도권에 편입돼 관련 법령에 의거 사업을 추진할 수 있었던 것에는 김 이사장을 중심으로 모두가 똘똘 뭉쳐 제도개선에 앞장서왔기 때문인 것을 잊지 않아야 한다”며 전임 김진수 이사장의 공로에 대해 치하의 말을 아끼지 않았다.

 

∥공공개입 최소화, 시장기능에 정책포커스 맞춰야

변 이사장은 “주택시장에 대해 정부의 지나친 규제는 오히려 독으로 작용한다”고 말한다. 시장 기능을 상실할 정도로 과도하게 압박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 과열되는 부분만 적당한 선에서 조절해야 하며, 충분한 공급 없이 규제만 가하는 것은 결국 실패로 귀결된다는 것이다. “이미 참여정부 시절에 경험했지 않은가”라며 “또 다시 같은 실책을 범하는 것 같아 우려스럽다”는 평가를 내놓았다.

침체기에 접어든 건설경기에도 우려를 나타냈다. 물론 무분별하게 분양계획을 진행한 건설사 탓도 있지만 시장규제로 인해 건설사들의 운신의 폭이 좁아진 부분에 대해서는 정부로서도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것. “최근 건설업과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받는 많은 업종들이 대부분 살아남기 어려울 정도”라며 “건설업 관련 업종에 종사하는 많은 국민들이 영세하다. 국가경제에 미칠 파급효과를 고려해 정책을 펼쳤으면 한다”고 했다.

결론은 주택시장의 자정작용을 믿고 맡기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 단기적으로 상승과 하락을 겪겠지만 결국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올랐던 가격은 내려가고, 내려갔던 가격은 올라가 안정적 시장을 형성될 것으로 내다봤다.

 

∥일관된 주택정책, 사회적 비용 낭비 막아야

시장 기능 중심의 주택정책을 피력한 변 이사장은 일관된 주택정책을 주문하기도 했다. 정치적 이슈 등 외부 환경 변화에 따라 정부정책이 오락가락 하는 동안 엄청난 사회적 비용이 낭비되고 있다는 것. 주택정책의 모호성으로 인해 사업추진의 방향성이 바뀌거나 경제적 손실이 발생하는 사례가 너무 많다는 것.

예를 들어 사업시행인가까지 받은 상황에서 설계 변경을 종용하는 행정조치로 인해 불필요한 비용이 발생하는 것. 재건축․재개발 등 정비사업의 경우 이렇듯 사업계획이 변경될 때마다 조합원 동의를 구하기 위해 매번 총회를 개최해야 한다. 어떤 경우는 조합원 동의를 구하는 과정에서 사업지연으로 연결돼 막대한 금융비용을 부담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이런 폐단을 방지하고자 정부나 주무관청은 인허가 과정에서 신중하고 일관된 기조를 유지해야한다는 입장을 전했다.

 

∥건설사 갑질, 철저한 계약 검토로 손실 최소화

정비사업에서 건설사는 아주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 명목상 사업주체인 조합이 갑이고 시공사 위치인 건설사가 을의 포지션을 취하지면 현실에서는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다. 변 이사장은 이 같은 현실적인 사업추진의 어려움을 지적했다. 문서상 을이지만 실제론 갑 위에 있는 을이라는 것이다.

시공사 선정 절차가 대표적 사례다. 변 이사장은 “시공사 선정 단계에서 건설사가 제시하는 사업내역의 기초가 되는 설계안을 최대한 상세하게 뽑도록 주문해야 한다”고 말한다. 선정 당시 사업내역의 기준이 되는 설계안 명확하지 않고 불분명하게 표현되는 부분이 있다면 차후 시공 단계에서 공사비 증액의 요인이 되기 때문이다.

 

결국 시공사 선정 단계에서 실시도면에 준하는 명확한 설계기준을 제시해야 나중에 분쟁 소지가 줄어들고 조합원 손실을 최소화하는 지름길이라는 것을 강조했다.

 

∥주거환경연합, 단계별․사안별 맞춤형 지원체제 구축

변 이사장은 약20년 동안 성공적 재건축사업이란 단 하나를 목표로 숨 쉴 틈도 없이 달려왔다. 오랜 기간 동안 막중한 책임감에 스트레스를 심하게 받아왔고, 급기야 작년 7월에 폐암 수술을 받았다고 한다. 다행히도 조기에 발견했기 때문에 수술 결과는 양호하지만 그럼에도 앞으로 세심한 관리가 필요하다.

“오랜 기간 동안 재건축을 진행하다보니 나름 오기 혹은 사명감 같은 것이 생겼다”는 변 이사장은 “반대 조합원들로부터 비난과 원성을 듣다보니 그들에게 보란 듯이 성공적으로 사업을 완수하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고 한다. 이제 병을 얻어가며 쌓아온 소중한 경험과 노하우를 다른 이들과 공유해 도움이 되고 싶다고 한다.

연합에 가입하는 조합 및 추진위들의 사업단계는 각각 다르다. 처한 상황이 다르다보니 연합이 주도하는 사안에 대해 모든 곳이 적극적으로 참여하기 어려운 속사정이 있다. 추진위 승인을 받은 곳과 관리처분계획을 수립해야 하는 곳과는 사정이 다르다. 때문에 연합이 진행하는 쟁점사안에 대해 동일하게 참여하기 어렵다는 점을 지적했다. 변 이사장이 주도하는 연합은 사업장마다 제도개선이나 쟁점사안이 유사한 사업장을 그룹 형태로 모아 맞춤형 지원에 나설 방침이다.

주거환경연합은 그동안 정비사업의 투명성 제고와 전문성 강화를 위해 노력해왔다. 또한 적잖이 정비사업의 제도개선을 이끌어내기도 했다. 새로운 집행부를 구성한 주거환경연합은 앞으로 불합리한 법·제도 개선에 좀 더 역량을 집중하고 각 조합·추진위의 권익향상을 위해 노력할 방침이다. 새로운 도약을 시작한 주거환경연합의 역할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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