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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대주택 비율 상향 움직임에 조합 반발 거세
국토부, 업무계획 통해 재개발 임대주택 상한비율 20%로 상향 방침
2019년 04월 04일 (목) 17:35:58 김진성 기자 kjs@rcnews.co.kr

   

‘임대주택’은 임대주택 관련 법률에 따라 공공이나 민간업자가 무주택서민을 위해 임대를 목적으로 지은 주택을 말한다. 기본적으로 임대 또는 임대한 후 분양전환을 할 목적으로 공급하는 주택으로 ‘공공주택 특별법’에 따른 공공임대주택과 ‘민간임대주택에 관한 특별법’에 따른 민간임대주택으로 구분된다.

‘공공주택건설 등에 관한 특별법’과 ‘임대주택법’, ‘택지개발촉진법’ 등 혼재되어 있던 임대주택 관련법 체계를 2015년 12월29일 ‘공공주택 특별법’과 ‘민간임대주택에 관한 특별법’으로 개정․시행하며 오늘에 이르고 있다.

우리나라 임대주택의 역사는 1972년에 제정된 ‘주택건설촉진법’과 1984년에 제정된 ‘임대주택건설촉진법’에 의해 생활보호 대상자를 위한 임대주택을 건설한 것에서 시작됐고, 1993년 임대주택법 전면 개정 이후 임대주택 건설이 크게 확대되었다.

이런 기본적인 임대주택 외에 또 다른 임대주택이 있으니, 바로 재건축․재개발 정비사업 과정에서 일정 비율로 의무 건립해야 하는 임대주택이 있다. 정비사업지역 주민들의 불만 사항 가운데 하나가 바로 이 임대주택 의무건립이다. 임대주택의 공급의무에 대한 불만도 있지만, 그보다는 건설원가에도 못 미치는 가격으로 임대주택을 내놓을 수밖에 없어 가뜩이나 낮은 사업성을 더 열악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국토부, 재개발 임대주택 비율 20%로 높인다

지난 3월7일 국토교통부가 ‘2019년 업무계획’을 발표하면서 재개발사업의 임대주택 의무비율을 20%로 높이겠다고 나서면서 정비사업지역 주민들이 크게 반발하고 나섰다. 재개발 임대주택의 경우 현재 도시정비법 제10조(임대주택 및 주택규모별 건설비율)에서는 “전체 세대수 또는 전체 연면적의 100분의 30 이하에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범위”로 규정하고 있고, 같은 법 시행령 제9조(주택의 규모 및 건설비율)에서는 “주택 전체 세대수의 100분의 15 이하”로 규정하되, 자치단체의 조례로 정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에 따라 각 지자체는 5~15%의 범위로 임대주택을 짓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국토부는 관련법을 개정해서 15%인 현재의 상한비율을 ‘20% 이하’ 등으로 높이고 지자체가 조례로 정하는 바에 따라 임대주택 건립을 늘리도록 하겠다는 계획이다.

국토부의 이 같은 발표에 대해 재개발조합 등 정비사업 관계자들의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서울 강남권과 최근 인기를 모은 이른바 ‘마용성’(마포·용산·성동구) 등 극히 일부 지역을 제외하면 현재에도 사업성 부족으로 사업추진을 제대로 못하고 있는데 임대주택 의무비율이 상향되면 사업성이 더욱 낮아지게 돼 ‘사업포기’ 현장들도 상당수 발생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서울 강북지역에서 재개발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A구역 추진위원장은 “임대주택 건립비율을 5% 상향한 게 뭐 그리 큰 부담이 되겠냐고 정부가 판단하고 있다면 그야말로 착각이다. 재개발은 재건축보다 열악한 지역에서 추진되고, 주민들의 소득수준도 낮다. 기존 규제만으로도 허리가 휘는 판에 임대주택 건립비율을 높이라는 것은 재개발사업을 하지 말라는 것에 다름 아니다”면서 “정부나 지자체가 담당해야 할 부분까지 민간에 전가하는 것을 올바른 정책이라고 착각하고 있다”고 강하게 비난했다.

또 다른 지역인 B구역 조합장도 “임대주택을 지으라고 강요만 할 것이 아니라 최소한 건립에 소요되는 비용은 줘야 마땅한 것 아니겠는가. 일반분양가격은 고사하고 조합원 분양가격에도 현저히 못 미치는 비용으로 임대주택을 가져가는 것은 서민인 조합원들의 재산을 헐값에 빼앗아 가는 것에 다름 아니다”고 분통을 터뜨리면서 “장․차관들은 노후대책으로 손쉽게 재개발구역 주택을 매입하는지 몰라도 조합원들은 분담금이 몇 백만 원만 상승해도 재개발 포기를 고심할 만큼 열악한 상황이다”고 말한다.

실제로 최근 대한주택건설협회와 한국건설기술연구원에 따르면 재개발 임대주택 매입의 기준이 되는 표준건축비는 지난 2008년 이후 지금까지 2016년 단 한 차례 5% 오른 게 끝이다. 같은 기간 소비자물가지수는 21.41% 올랐고, 임금․자재․장비 등 건설 주요 투입자원에 대한 물가변동 연계지수를 나타내는 건설공사비지수는 36.2% 상승했다.

반면 일반분양아파트의 가격기준이 되는 ‘기본형 건축비’는 6개월마다 물가상승률을 반영해 정기적으로 조정하고 있다. 현재 제곱미터당 160만원이다. 같은 아파트를 짓고 있지만 표준건축비는 기본형 건축비의 64% 수준에 그친다. 정비사업장들이 임대주택에 학을 뗄 수밖에 없지 않겠는가.

 

∥서울시는 ‘건축심의’ 무기로 재건축에도 임대주택 강요

재개발보다 사업성이 나은 편에 속하긴 하지만 재건축도 임대주택으로 몸살을 앓기는 마찬가지이다. 재건축은 ‘의무’가 아닌 ‘선택’ 사항이긴 하지만, 임대주택을 건립할 경우 용적률 인센티브를 부여받기 때문에 사실상 ‘의무’를 강요받고 있는 상황이다. 재건축은 늘어나는 용적률의 50%를 임대주택으로 공급해야 하는데, 사업지가 처한 상황에 따라 임대주택 건립 여부를 고심하게 된다. 일반적으로 사업성이 좋고 조합원들의 경제력이 충분한 이른바 ‘강남권’과 같은 지역은 ‘1대1 재건축’으로 추진, 임대주택을 짓지 않으려 하는 반면, 사업성이 떨어지는 지역은 조금이라도 수입을 늘리기 위해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임대주택을 건립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문제는 그나마 ‘선택’의 여지를 서울시가 사실상 없앴다는 데 있다. 임대주택을 건립하지 않는 곳에 대한 건축심의를 보류하며 임대주택 건립을 강요하고 있는 것. 이는 최근 용산구 이촌동에 소재한 두 재건축 사업장의 사례에서 분명하게 나타난다. 한강삼익아파트 재건축조합은 지난 1월 임대주택을 기본계획보다 10가구 정도 줄이는 내용으로 건축심의를 받았다가 반려되자 어쩔 수 없이 최초 계획대로 55가구의 임대주택을 짓겠다고 하고 나서야 최근 건축심의를 통과했다.

반면 같은 지역에 위치한 왕궁아파트는 1대 1 재건축을 추진하면서 올해 초 도시계획위원회 심의를 받았으나 임대주택을 포함하도록 정비계획을 수정하라는 요구를 받았다. ‘명품단지 조성’을 목표로 하던 왕궁아파트는 서울시의 이 같은 요구에 사업진행이 어려운 상황이다. 왕궁아파트는 현재 5개동 250세대로 비교적 소규모 재건축사업지이다. 사업부지가 좁은데다가 한강변이라 높게 짓기도 어려워 임대주택 건립에 다소 어려움이 있는 사업지이다.

이처럼 서울시가 재건축 임대주택 건립을 사실상 강제하고 나선 것은 지난해 12월 박원순 시장이 2022년까지 공적임대주택 8만 가구를 추가로 공급하겠다고 발표한 것과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가용택지가 없는 상황에서 임대주택을 대거 공급하겠다는 계획을 세웠으니 쥐어 짤 것은 재개발과 재건축밖에 없다. 국토부와 협의해 재개발 임대주택은 20%로 상향시켰으니 재건축도 건축심의를 빌미로 임대주택 건립을 강요하고 있는 것이다.

 

∥임대주택 공급, 공공은 뒷짐이고 정비사업에만 떠넘겨

재개발․재건축 임대주택은 결국 “열악한 주거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정비사업을 하려면 온갖 규제를 감당하는 것에 더해 임대주택까지 내놓아야 한다”는 것에 다름 아니다. 특히 재개발은 대부분 서민들이 거주하고 있는데, 이들 서민들의 재산 일부를 이보다 더 못한 또 다른 서민(세입자)에게 나눠주라는 것이 임대주택제도이다. 그리고 정부와 지자체는 정비사업이 가능하도록 해줬다는 이유만으로 이를 강요하고 있다.

주택문제 전문가들 중 상당수는 “무조건 임대주택 공급을 확대한다고 해서 서울의 아파트가격이 낮아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지적한다. 아파트 가격 상승은 임대주택 부족에서 발생한 것이 아니라 살고 싶은 지역에 양질의 아파트가 충분히 공급되지 않는 것에서 기인하는 측면이 더 크다는 것이다. 실제로 아파트의 가격은 실수요자인 중산층이 선호하는 지역에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게다가 실수요자인 중산층은 임대주택을 받을 자격도 되지 않지만, 설령 된다고 하더라도 좁은 임대주택에 거주하는 것을 선택하지 않는다. 공공이나 민간임대주택은 40㎡이하부터 국민주택규모인 85㎡이하까지 비교적 다양한 면적으로 지어지기 때문에 실수요자들 중에서도 관심을 갖는 사람들이 많지만, 재개발 임대주택은 대부분 30㎡~50㎡ 사이에서 건립된다. 중산층 실수요자가 꺼릴 수밖에 없는 면적이다.

 

∥재개발 임대주택, 입주 후에도 문제 많아 근본적 대안 만들어야

열악한 재개발지역 조합원들을 괴롭히는 임대주택은 입주 후에는 조합원 및 일반분양을 받아 입주한 주민과 임대주택 주민 사이에 갈등을 불러오기도 한다. 재건축을 통해 공급되는 임대주택은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곤 일반분양분과 임대주택분이 같은 공간에 배치된다. 이른바 ‘소셜믹스’의 원칙 때문이다. 따라서 일반분양으로 입주한 주민과 임대주택으로 입주한 주민 사이에 구별이 되지 않아 갈등 요소가 적어진다.

하지만 재개발 임대주택은 상황이 다르다. 조합원들이라면 입주하지 않을 초소형 면적의 임대주택을 ‘의무적’으로 짓다보니 단지 한 쪽에 외따로 떨어뜨려 ‘임대동’을 짓는 게 대부분이다. 재건축처럼 ‘소셜믹스’ 원칙을 적용하는 것이 어렵기 때문이다. 조합원에게 분양되는 주택의 규모와 임대주택 공급분의 규모가 다르다보니 하나의 동에 배치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가능하지 않다. 설령 하나의 동에 배치한다고 하더라도 임대주택 거주자가 관리비 등을 부담하기도 쉽지 않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재개발사업으로 입주한 단지에는 외딴섬처럼 한쪽 구석에 ‘임대동’이 위치한다. 심한 경우는 출입구도 달라 별개의 단지처럼 존재한다. 주민들 사이에 교류는커녕 서로 배척하는 상황이 발생하곤 한다.

임대주택을 얼마만큼 공급했다는 것을 홍보하기에 급급할 뿐 이후 임대주택 거주자들의 거주 만족도는 고려하지 않는 정책 때문이다. 또, 독거노인 등 별다른 소득이 없는 최하위에 계층은 얼마 안 되는 임대아파트 관리비마저 납부하기 힘든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주택정책은 중․장기적인 계획 하에 체계적이고 지속적으로 수립․관리돼야 한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선출직 자치단체장이 바뀔 때마다 수시로 바뀌니 그 오랜 시간이 흘러도 주택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것이다. 가격은 수요와 공급에 의해 탄력적으로 정해진다. 주택가격의 상승은 공급부족이 심화되면서 발생한 것이고, 공급부족 해소를 위해서는 규제보다 지원을 통한 활성화가 더 효과적이다.

주택시장도 ‘시장’이고 정비사업도 ‘사업’이다. 시장 원리에 반하는 정책, 정상적인 사업추진을 불가능하게 만드는 정책은 어떠한 경우에도 실패할 수밖에 없다. 이 자명한 원리를 유독 정부와 지자체만 모르고 있다. 그리고, 이들의 무지로 인해 정비사업지역 주민들, 주택 실수요자들, 서민들만 고통을 겪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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