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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평성 상실한 도시정비법, 어디로 흘러가나?
2019년 04월 22일 (월) 11:38:17

   

편집인 변우택 / (사)주거환경연합 이사장

정부의 지속적인 규제 정책으로 인해 재건축·재개발 정비사업이 침체의 늪에 빠졌다. 최근 은마아파트와 잠실5단지 등 강남을 대표하는 재건축단지가 서울시청 앞에서 대규모 시위를 가졌다. 인허가를 빌미로 부당하게 중단시킨 사업추진을 촉구하기 위함이었다. 지난 5일 국토교통부는 도시정비법 개정안을 발표했다. 재건축·재개발사업의 비리를 근절한다며 생활적폐의 대표로 삼기도 했다.

정비사업을 진행하는 과정 속에서 불미스런 일이 발생하는 것을 부인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일부 사례만으로 전체 정비사업장을 싸잡아 비리의 온상으로 낙인찍는 모양새는 침소봉대의 전형을 떠올리게 한다. 오히려 주택가격 억제라는 정치적 목적을 위해 정부가 정비사업을 비리의 온상으로 둔갑시키지 않았나 하는 의심마저 든다.

최근 들어 이 같은 정부의 파상공세가 더욱 심한 양상을 보이는 것을 부정하기 어려울 것이다. 현재 서울시는 정비계획 수립과 건축심의 등의 사업단계에서 주택가격 상승 우려를 빌미로 전면적인 중지 방침을 나타냈다. 이에 더해 국토교통부는 서울시와의 합동점검, 조합점검 매뉴얼 마련 등을 발표하며 재건축·재개발 죽이기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정비사업은 신규 부지가 고갈된 도시내 양질의 주택을 다수 공급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다. 또한 이를 통해 주거환경과 도시미관을 개선하는 한편 도시경쟁력을 제고하는 효과를 지니고 있다. 뿐만 아니라 도로와 학교부지 같은 기반시설을 설치하고 임대주택을 의무적으로 건립하고 있다. 주택가격 상승에 따른 차익의 일정 부분을 부담금으로 납부하기도 한다.

사실 이와 같은 부분은 정부가 책임져야할 의무임에도 불구하고 정비사업을 진행한다는 이유만으로 민간 부문인 조합에게 전가시키고 있는 것이다. 참고로 일본의 경우 기반시설에 대한 부담은 모두 정부가 책임지고 있다. 이러한 민간 부담을 현실화시키는 수단이 바로 재건축·재개발사업을 주관하는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인 것이다.

대저 법이란 무엇인가. ‘법(法)’이라는 한자는 ‘물 수(水)’와 ‘갈 거(去)’가 합쳐져서 나온 말이다. 물(水)에는 공평·공정하다는 뜻이, 去에는 바르지 못한 것을 제거하는 뜻이 담겨있다고 한다. 즉 법이란 물이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흐르듯 순리에 맞아야 하며, 어느 한쪽에도 치우치지 않는 형평의 의미를 지니고 있다. 또한 물이 흘러가듯 세상이 변하면 그에 맞게 법의 모습 역시 변하는 것을 내포하고 있다. 그렇다면 현재의 도시정비법은 순리에 맞게 형평성을 갖췄다고 말할 수 있을까?

재건축·재개발사업이 도시정비법으로 법제화되며 외형상 공익사업으로 편입됐다고는 하나 실상 알맹이는 민간사업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실제 공공에 의해 정비사업이 진행되는 경우는 극소수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비사업이 공익의 탈을 뒤집어쓰게 됨에 따라 투기세력의 집합소나 비리의 온상으로 치부되는 현실은 참담하기만 하다.

작금의 도시정비법을 바라보면 정부에 의해 휘둘러지는, 날이 잘 든 칼이라는 생각이 든다. 칼이란 사람을 해하는 살상무기임과 동시에 적으로부터 아군을 지키는 방어막이기도 하다.

칼날이 날카로울수록 적을 해하기 쉽지만 역으로 자신이 다치기도 십상이다. 도시정비법이란 칼날은 어디를 향하고 있는 것일까?

도시정비법은 공공의 탈을 쓰고 있지만 그 속은 민간으로 채워진 양면성을 띄고 있다. 도시정비법이란 칼이 공공의 목적을 위해 민간 부문을 희생한다면 법으로서 지녀야할 조화와 형평의 원칙을 파괴하는 결과를 맞게 될 것이다. 물이 흐르듯 자연스럽게, 어느 한쪽에도 치우지지 않는 중용의 묘를 지닌 도시정비법이 되어야 한다.  이를 통해 정비사업이 불확실성으로 인한 위험요소를 줄이고 예측가능한 사업으로 안착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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