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일, 잠실5단지 재건축 촉구 대규모 궐기대회 개최

“죽기 전에 새 아파트 한번 살아보겠다고 이제껏 기다려왔는데. 40년이 넘은 아파트에 살다보니 녹물을 받아먹고 있는 상황이다. 재건축을 해주기로 약속을 했으면 지켜야지, 이게 무슨 짓이냐? 시민이, 조합원이 봉이냐?”

지난 9일 잠실5단지 주택재건축정비사업조합(조합장=정복문)이 시청 앞 광장에서 ‘재건축 승인촉구를 위한 2만 조합원 궐기대회’를 가졌다. 지난 달 은마아파트에 이어 잠실5단지 주민들이 중단된 정비계획 수립절차를 촉구하고자 피켓을 들며 목청을 돋우었다.

이날 집회 좌장을 맡은 정복문 조합장은 “서울시와 박원순 시장이 국제설계공모를 하면 절차 간소화를 위한 수권소위원회를 열어 건축심의까지 일괄적으로 인가해주기로 약속했다”면서 “시의 약속을 믿고 과도한 기부채납에도 불구하고 국제설계공모를 거쳐 정비계획 수립절차를 진행했건만 인허가를 볼모로 무책임한 행정갑질을 이어가고 있다”고 궐기대회 개최배경을 설명했다.

잠실5단지 조합에 따르면 지난 2013년 5월 서울시에서 조합에 정비계획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가이드라인에 의거 정비계획을 수립해 심의를 신청하면 승인하겠다는 것. 제시된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사업구역내 일부 구간을 준주거지역으로 종상향하고, 3종 주거지역에도 50층 건립을 허용하고 있다. 단지 중앙에 있는 초등학교는 단지 서쪽으로 배치하도록 했다.

조합은 가이드라인에 의거한 계획안을 수립해 2014년 도시계획위원회의 자문을 받았다. 도계회 자문 결과 이상이 없다는 의견에 따라 유관부서 협의를 거쳐 심의를 신청했지만 서울시가 반려했다고 한다. 당초 제시했던 것과 달리 3종 주거지역에 50층 계획을 불허했던 것.

어쩔 수 없이 3종 주거지역을 35층 이하로 조정한 계획안으로 다시 도전했지만 본회의와 소위원회를 오고갈 뿐 실제 계획안이 논의되지는 않았다.

2017년 9월 오랜 기다림 끝에 도시계획위원회가 열렸지만 국제공모를 조건으로 수권소위원회로 이관하기로 결정됐다. 이 때 박 시장이 정 조합장을 만나 국제설계공모를 하면 절차를 간소화 하여 건축심의까지 바로 통과시키는 방향으로 약속했던 것.

지난 9일 궐기대회에 참석한 조합 및 주민들은 약속을 지키지 않는 시의 처사에 배신감과 억울함을 강하게 호소했다. 한 주민은 “언행일치는 관료의 사명이며, 민심에 귀를 기울이고 있는지 생각해봐야 할 것”이라며 약속이행을 강하게 주문하기도.

이 날 조합측은 서울시의 약속 이행을 촉구하는 자신들의 결의를 나타내고자 조합 집행부 삭발식을 단행하기도 했다. 정복문 조합장을 비롯해 구자용 이사, 문기회 이사, 임헌남 대의원, 김상우 자문단장 등 5인이 참여했다.

조합은 집회를 마치고 시장 면담을 요청했지만 이는 이뤄지지 않았고, 박 시장 대신 정무수석을 만나 정비계획 관련 조합의 의사를 전달했다. 이 때 정무수석이 정비계획 수립이 조속히 이뤄지게끔 노력할테니 잠실5단지 외벽에 게시된 현수막을 철거할 것을 요청했던 것으로 전했다.

하지만 정 조합장은 “단지 외벽의 현수막 게시는 대의원회 결의를 얻어 진행된 사안이고 수권소위원회 개최 등 가시적인 성과가 보이지 않은 상황에서 현수막을 철거할 마땅한 이유가 없어 거절했다”고 밝혔다. 잠실5단지는 자신들의 요구사항이 관철될 때까지 시청앞 광장과 청와대 앞에서 지속적으로 궐기대회를 개최할 방침이다.

 


 

서울시, 사실상 재건축 불허 방침 굳혀

사업지연 장기화로 반대 조합원 목소리 커질 듯

 

지난 은마아파트와 잠실5단지 등 재건축사업의 조속한 추진을 요구하는 것과 달리 인허가 권자인 서울시가 재건축 중단 의사를 밝혀 향후 적지 않은 갈등이 예상된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강남권 재건축사업에 대해 집값 상승을 거론하며 재건축 추진을 허용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기 때문이다.

지난 10일 박원순 서울시장이 KBS 시사프로그램 사사건건에 출연해 강남 재건축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박 시장이 밝힌 바에 따르면 강남권 재건축사업이 워낙 대규모이고, 투기수요를 촉발할 수 있기 때문에 정부의 부동산 가격 안정대책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 따라서 현재로선 재건축 추진을 허용할 수 없다고 밝힌 것. 다만 주민들의 요구사항이 합리적이기 때문에 부동산가격이 안정되면 순차적으로 진행될 것이란 단서를 덧붙이긴 했다.

부동산가격의 안정이란 단서를 붙이긴 했지만 실질적으론 상당기간 동안 재건축 추진이 어려울 전망이다. 부동산시장이 안정돼 재건축 추진이 가능한 시점도 언제쯤인지 가늠하기도 힘들다.

한편 은마아파트에 이어 거세지는 재건축 추진 요구에도 불구하고 서울시가 강남권 재건축을 불허할 방침을 굳힘에 따라 잠실5단지의 사업추진 또한 적지 않은 기간 동안 답보 상태를 벗어나기 힘들 전망이다. 이에 따라 잠실5단지 조합에 반대 의사를 밝혀온 일부 조합원들의 반발이 더욱 거세질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잠실5단지가 추진 중인 정비계획안은 기부채납을 통해 올림픽로에 접한 단지 남측 부지를 준주거지역으로 종상향하는 것을 주요 골자로 하고 있다. 준주거지역은 50층으로, 그 외 3종 주거지역은 35층으로 계획하고 있다.

이 같은 정비계획에 대해 일부 조합원들은 주거지역 종 상향을 위한 기부채납 비율이 지나치게 과다하며, 준주거지역과 3종주거지역을 구분하는 4차선 도로로 인해 사실상 단지가 두 개로 나뉘는 폐단이 있다고 주장해왔다. 즉 득보다 실이 많은 정비계획에 동의하기 어렵다는 것.

작년 12월 조합원 총회에서 참석 조합원 대다수가 현 정비계획에 동의 의사를 나타내 일단락 됐지만 사업지연이 장기화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반대 조합원들의 목소리 또한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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