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0일 정비계획 심의촉구 2차 궐기대회

서울시의 ‘행정갑질’을 성토하는 은마아파트 주민들의 함성으로 시청 앞 과장이 뜨겁게 달아 올랐다.

지난 4월 30일 은마아파트 주택재건축정비사업 조합설립추진위원회(위원장=이정돈)가 시청앞 광장에서 정비계획 심의를 촉구하는 두 번째 궐기대회를 개최했다. 지난 3월 29일 300여명이 참석했던 1차 집회와는 달리 약 1500명에 달하는 인원이 참가해 그동안 억눌러 있던 은마 주민들의 분노를 실감케 했다.

이 날 집회를 주관한 이정돈 추진위원장은 “지난 1차 도시계획위원회 심의 촉구대회를 통해 준공 후 41년이 지나 피폐해진 은마아파트의 참상을 서울시에 보여주었다”며 “서울시의 부당한 행정갑질을 비판하며 조속한 행정절차 이행을 촉구했지만 우리에게 돌아온 것은 언론플레이였다”고 비판했다. 이어 “헌법이 보장하고 있는 주거생활의 권리를 단지 집값이 상승한다는 이유만으로 틀어막는 것은 명백한 공권력 남용과 사유재산 침해이며, 지방자치단체장으로서의 의무를 저버린 직무유기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은마아파트는 지난 2000년 초반부터 재건축을 추진했지만 집값 상승의 진앙으로 낙인찍혀 비난의 도마 위에 오르는 일이 부지기수였다. 2003년 12월 추진위원회 승인이 이뤄지고 2010년 3월 재건축 안전진단 D등급을 받아 재건축사업을 위한 최소한의 필요조건을 갖춘 상태다. 그러나 신축 계획의 뼈대를 이루는 ‘정비계획 수립 및 정비구역지정’이 이뤄지지 않아 재건축을 추진한지 20년이 가까워지도록 여전히 제자리걸음을 면치 못하고 있다.

2015년 12월 정비계획 수립을 시작한 은마아파트는 2016년 7~9월 국제 현상설계를 통해 최고 49층으로 이뤄진 계획안을 준비했다. 이는 현행 3종일반주거지역에서 준주거지역으로 용도지역 종상향을 전제로 하는 것. 2017년 8월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 심의를 진행했지만 종상향이 거부되며 심의가 이뤄지지 않았다.

같은 해 12월 계획을 변경해 기존 3종 주거지역을 기반으로 하는 35층 계획안을 심의에 부쳤지만 결과는 보류 판정을 받았다. 이어서 작년 3월과 6월에 심의절차에 나섰지만 결과는 연이은 ‘재자문’ 판정을 받아왔다. 그리고 8월 도시계획위원회가 요구한 보완 사항을 조치 반영한 정비계획안을 접수했지만 이후 반년 넘게 계류 상태로 남아있다. 이날 집회에서는 서울시 행정에 불만이 가득한 은마 주민들의 억울함과 분노 어린 외침이 끊이지 않았다.

시위를 주최한 은마아파트 재건축추진위가 시위현장에 녹슬고 깨진 은마아파트의 배관과 배관에서 나온 녹물을 전시해 눈길을 끌었다.

“수십 년 동안 밤늦게까지 성실하게 일하며 쌓아온 전 재산이 바로 아파트 한 채”라는 한 주민은 “엘리베이터에 갇히고 천장이 뜯어져 내리는 위험 속에서 재건축 하나만을 믿고 버티고 있는데, 가격상승을 핑계 삼은 부당한 행정갑질로 인해 삶이 피폐해지고 있다”고 호소했다.

또 다른 주민은 “와우아파트와 삼풍백화점 등의 붕괴 사건이 남의 일이 아니다”라며 “인허가 지연으로 인해 아파트가 무너지는 일도 있을 수 있어 생존권이 위험하다”고 말했다.

“평생을 열심히 일해 번 돈으로 간신히 마련한 집 한 채. 과거에 비해 집값이 오른 것은 인정한다. 그런데 은마만 오른 것도 아니고 다른 곳도 다 올랐다. 게다가 집 한 채 가지고 있어서 팔아서 이익을 보는 것도 아니고, 새 아파트에서 눌러 앉아 살아갈 것인데 이게 무슨 투기란 말인가”라며 억울함을 토로하기도.

이정돈 위원장은 “도시정비법에 의거 정당하게 은마아파트 주민이 제안하고 강남구청장이 입안․신청한 은마아파트 정비계획을 도시계획위원회 심의에 상정조차 하지 않고 미루는 것은 명백하게 관련법을 위반한 행정갑질”이라며 “더 이상 집값 상승의 희생양이 될 수 없으며, 집회 이후에도 재건축 절차가 진행되지 않을 경우 은마 주민들의 결의를 모아 특단의 조치가 행해질 것”이라고 전했다.

 

주민들은 서울시청 주위를 행진하며 서울시가 부동산 정책 실패를 주민들에게 떠넘기고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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