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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논단 - 재개발 재건축, 신탁 대행 방식이 정답이다
‘내가 전문가’란 아집 버리고, 배려와 소통으로 공동목표 추구해야
2019년 05월 24일 (금) 13:59:18

   

​흑석11재정비촉진구역 재개발정비사업조합 최형용 조합장 / ​한양대학교 지방자치대학원 석사

재개발 재건축사업은 100세대 미만의 작은 사업부터 둔촌주공아파트처럼 신축세대수가 1만2천 세대에 육박하는 초대형 사업까지 규모가 다양하며, 일반적으로는 대략 1천 세대 규모의 사업장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따라서 1천 세대 규모의 사업장을 예를 들면 대략 연면적이 5만평 정도이고, 이에 따라 공사비 및 사업비는 약 3,500억 정도 규모가 된다. 보통 1년에 100억 매출이 발생하면 중소기업 중에서도 우량회사로 보는데 3,500억이면 그런 회사를 35년 정도 운영해야하는 막대한 금액이다.

이에 반해 이렇게 큰 규모의 사업을 진행하는 조합집행부와 대의원들 대부분은 그 동네에서 오래 거주한 일반 주민들로 구성된다. 주민들은 우리 재산 우리가 지킨다는 열의를 갖고 시작하지만 대부분 재개발사업을 처음 접하는, 그야말로 초보자들이 대부분이다. 노후주택에 오래 거주한 원거주민들이 대부분 사업 참여도가 높아 조합집행부나 대의원이 되는 경우가 많은데, 이들이 재개발사업을 몇 번씩 경험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본인 역시도 재개발사업의 조합장이 되기 전까지 작은 회사를 경영하는 일반인이었으나, 재개발이 시작되면서 이전에 주민을 대표해서 우리 지역 대표성을 갖고 지역일을 했던 경험을 인정해주어서 주민들의 추천으로 조합장이 되기에 이르렀다. 이렇듯 비전문가들이 몇 천억 규모의 재개발사업을 추진하다 보니 여러 가지 문제점이 발생한다.

먼저, 재개발사업은 도시및주거환경정비법, 건축법, 주택법, 서울시조례, 자치단체 조례, 시행령 등을 비롯한 수많은 관계 법령에 따라서 진행된다. 이러한 법규가 수십 가지에 이르고, 또 시대상황에 따라 자주 개정되어 변하기 때문에 이러한 부분들을 사업지에 적용해서 진행하는 것이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자칫 민형사상의 소송으로 인해 인허가 진행이 중단되거나 지연되는 상황이 언제든지 올 수 있는 구조를 안고 있기 때문이다.

다음으로, 사업추진 절차의 단계 마다 협력업체 선정 등 필수적으로 결정하고 수행해야하는 업무가 있다. 이러한 부분들을 미리 사전 준비를 못하면 사업 일정이 당연히 지연된다. 이렇게 사업추진이 지연되는 순간 비용의 부담이 따르게 되는 것 또한 명확한 사실이다. 또한 협력업체 선정시 업무에 범위, 용역금액의 적정단가, 용역기간 등을 면밀히 파악하지 못할시 추후에 용역비가 증가되어 사업일정 지연 등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특히 시공사 선정시에는 시공 물량 및 예가 산출 등 기술적인 부분이 지원되지 못하면 공사비가 과대하게 산정되는 오류가 발생할 수도 있다.

물론 서울시에서 안내하는 재재발․재건축 민간공사 원가자문 서비스를 비롯해 정비사업 관련 협회에서 주관하는 아카데미에서도 시기별, 업종별 협력업체 선정기준, 각 협력업체별 역할 및 업무내용에 대해서 교육이 이뤄진다. 하지만 막상 법적인 책임이 대두되는 사업지별 현장에서 정해진 법규 등과 이론을 통해 얻어진 내용으로 효율성 있게 접목해가기란 쉬운 문제가 아니다.

이러한 여러 가지 어려움 때문에 대부분 조합은 정비사업전문관리업자를 선정하여 조력을 받으면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정비사업전문관리업자의 업무는 일반적인 수준의 조합의 업무추진에 불과하며, 체계적이고 전문적으로 조합업무를 수행하거나, 좀 더 조합의 수익성을 높이는 등 부가가치가 생기는 업무까지는 미치지 못하는 실정이다.

더욱이 점점 공익의 가치를 중요하게 여기는 인허가청의 관점과 갈수록 늘어나는 심의 항목들을 통해 시간과 비용이 늘어나고 있다. 복합해지는 사업여건 속에서 시시때때로 공사비 및 용역비가 증가되거나 새로 발생하는 일이 빈번하다. 이렇듯 수시로 변하는 사업추진 과정에서 시기적절하게 검토하여 적절한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역할을 하는 것이 상당히 중요하다.

바로 이러한 이유로 건설업계에서는 전문성이 부족한 사업시행자를 도와 사업추진을 전문적으로 도와주는 PM(Project Management), CM(Construction manager) 제도가 있다. 그러나 재개발․재건축사업에서는 ‘수수료’라는 현실적 부담 때문에 PM․CM 제도를 채택해서 사업을 진행하는 단지가 극소수에 불과한 현실이다.

이에 대한 보완책으로 우리 흑석11구역은 사업대행자 방식을 선택하게 됐다. 사업대행자로서의 업무와 자금조달 외에도 자금조달, 정보관리, 설계관리, 계약관리, 신축계획, 시공관리, 분양 및 운영계획, 사업성평가 등 PM․CM의 역할을 대신해 신탁대행자가 전반적인 맞춤형 통합서비스로 사업관리 전반을 지원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신탁사의 사업담당자가 인허가에 대한 대관 협의부터 협력업체 선정 및 관리, 사업성 분석, 사업일정 관리 등을 전담해 지원함으로써 정비업체만으로는 부족했던 조합의 사업관리 능력이 향상되어 사업지연 요소를 배제하는 효과를 얻게 됐다. 아울러 협력업체 선정도 보다 체계적이고 효율적으로 이뤄져 능력 있는 우수업체를 보다 저렴한 비용으로 선정할 수 있었으며, 그 과정에서 신탁사 주도로 진행하여 투명성도 확보할 수 있었다.

결론적으로 복잡하고 리스크가 큰 재개발․재건축사업의 특성을 고려할 때 시행착오 없이 신속하고 성공적으로 진행할 수 있는 신탁대행자 방식이 ‘제격’이라 할 것이다.

세상은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이 있다. 사람이 살아오면서 각자의 주어진 삶의 영역에서 본인의 일과 역할이 있기 마련이다. 재개발․재건축사업의 경우 참여하는 주민 대부분이 전문성을 갖추지 않은 채 서로를 마주하게 된다. ‘내가 다른 조합원에 비해 적임이야’라고 자임하며 조합의 중추적 역할을 맡고 시작하는 것이 대부분이고 현실이기도 하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이해인 수녀가 즐겨 사용했다는 ‘자기의 몸을 갈고 닦아 다른 사람을 편안하게 한다’는 논어의 수기안인(修己安人)의 자세로 매진해야 할 필요가 있다. 영국에도 ‘한사람이 못을 박는 수고를 해주면 많은 사람이 편하게 모자를 걸 수 있다’는 속담이 전해진다.

마치 운명처럼 구성된 조합원들이 각자가 지닌 달란트를 유기적으로 조화시키고, 서로 상대의 입장에서 생각해주는 배려와 소통이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개발사업의 기본임을 잊지 않아야 할 것이다. 이 같은 상호간 배려와 소통이야말로 이 시대의 보편적 가치관이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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