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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몰제 공포 현실화, 허점 많아 논란 예상
서울시의회, 정비사업 출구전략의 ‘한계 지적’ 및 ‘재검토 시사’
2019년 06월 12일 (수) 13:26:28 김진성 기자 kjs@rcnews.co.kr

   

최근 증산4구역 등 사업추진이 지지부진한 현장을 대상으로 구역해제 바람이 거세짐에 따라 내년 3월로 다가온 ‘일몰제’가 정비사업의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고 있다.

 

∥일몰제, 정비사업 출구전략

정비사업 일몰제란 각 현장 사정에 따라 일정 기간 내에 후속 사업단계까지 진행하지 못할 경우 정비구역 지정 절차를 해제하는 것을 말한다. 일몰제는 글로벌 금융위기에 따른 여파로 부동산시장이 극도의 침체기를 겪는 동안 추진동력을 상실한 정비사업 현장에 대한 ‘출구전략’으로 제안됐던 사안이다. 이에 2012년 2월 도시정비법 개정으로 통해 법제화됐다.

도입 당시에도 정비사업을 희망하는 주민과 반대하는 주민간 갈등을 조장한다는 반론과 함께 여러 가지 논란이 제기됐지만 점차 부동산 경기가 활황을 띄자 잠잠해 졌었다. 이후 일몰제 마감 시한인 내년 3월을 앞두고 최근 정부당국이 일몰제를 정비사업을 옥죄는 규제수단으로 사용함에 따라 재차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일몰제가 도입된 2012년 2월 도시정비법 개정안에 따르면 2012년 2월 1일 이후 지정된 정비구역에 대해서는 현행 구역해제 조항을 적용토록 하고 있다. 이에 따른 도시정비법 제20조 정비구역의 해제 사유에 따르면 ▲정비구역지정 예정일부터 3년간 정비구역 미지정시 ▲정비구역 지정·고시일부터 2년간 추진위원회 승인 미신청시(조합방식의 경우) ▲정비구역 지정·고시일부터 3년간 조합설립인가 미신청시(추진위를 구성하지 않은 경우) ▲추진위원회 승인일부터 2년간 조합설립인가 미신청시 ▲조합설립 인가일부터 3년간 사업시행인가 미신청시 등이 해당한다.

위와 같은 경우 정비구역의 지정권자인 시·도지사는 정비구역을 해제하여야 한다. 다만 위와 같은 강제 해제조건에도 불구하고 구역내 토지등소유자 30% 이상의 동의를 얻어 연장을 요청하거나 주거환경의 계획적 정비 등을 위해 정비구역의 존치가 필요하다고 인정할 경우 2년을 연장해 해제하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최근 증산4구역 사례를 고려할 때 구역해제를 면하긴 어려울 전망이다. 증산4구역은 추진위 승인 이후 2년간 조합설립인가를 신청하지 못해 구역해제 대상에 포함됐고, 30% 이상의 주민 동의를 얻어 2년간 기한연장을 요청했지만 서울시는 재량권에 따라 구역해제를 조치했다. 추진위측은 ‘재량권의 남용’이라며 행정소송을 제기했지만 끝내 대법원에서 패소함에 따라 해제를 위한 관련 절차가 진행 중이다.

이밖에도 도시정비법 21조에 의거 시·도지사에 의한 정비구역의 직권해제 조항도 있다. ▲정비사업의 시행으로 토지등소유자에게 과도한 부담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는 경우 ▲정비구역 등의 추진상황으로 보아 지정목적을 달성할 수 없다고 인정되는 경우 ▲토지등소유자의 30% 이상이 해제를 요청하는 경우 해제할 수 있으며, 구체적인 기준은 시·도 조례로 위임하고 있다. ​

한편 위와 같은 구역해제 조항은 2012년 2월 1일 이후 지정된 정비구역을 대상으로 한다. 정부는 2015년 9월 1일 부칙 개정을 통해 2012년 2월 1일 이전에 지정된 정비구역에 대해서도 일몰제를 적용하는 조항을 포함시켰다. 상기 부칙 개정이 6개월 후에 시행됨에 따라 2016년 3월 2일부터 4년까지, 즉 2020년 3월 1일까지 조합설립을 신청하지 않은 경우 시·도지사가 정비구역을 해제하도록 강제하고 있다.

 

∥주민갈등, 매몰비용 및 형평성 논란 예상돼

업계에 따르면 서울에서 내년 3월까지 조합설립을 신청하지 못할 경우 재건축 23곳, 재개발 15곳 등 총 38개 사업장이 일몰제 적용으로 정비구역이 해제될 전망이다. 지구단위계획이 수립되어 있거나 추후 재수립이 용이한 공동주택 재건축단지와 달리 법적 근거를 상실한 단독주택 재건축사업장과 재개발사업장은 구역해제에 따른 여파가 심각할 것으로 예상된다.

예상되는 첫 번째 문제점은 일몰제로 정비사업이 무산될 경우 발생할 주민간 갈등이다. 정비사업을 희망하는 주민과 그렇지 않은 주민간 세력이 양분돼 갈등이 극심할 것으로 예상된다.

두 번째는 매몰비용에 대한 처리 문제이다. 현재 구역해제가 논의되고 있는 지역은 2000년대 중후반부터 정비사업을 시작한 곳이 대부분이다. 횟수로 10년이 넘는 오랜 시간 동안 재건축과 재개발사업 등을 추진하며 적지 않은 사업비를 사용해왔다. 기본적인 추진위 운영비를 비롯해 각종 용역비 등 적게는 수억 원에서 많게는 수십 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서울시 등 지자체에서 이 같은 매몰비용을 지원한다해도 기금 등 재정여건을 고려할 때 전체 비용의 일부에 지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결국 비용 상환에 대한 논란이 불거질 것이 불 보듯 뻔한 상황이고, 이는 자칫 주민과 주민, 주민과 업체간 대규모 소송전으로 비화할 공산이 크다.

세 번째 대상은 구역해제 적용여부에 따른 형평성 논란이다. 서울의 경우 일몰제 적용으로 내년 3월에 38개 현장이 해제될 예정이지만 서대문구 가재울7구역과 북가좌6구역, 광진구 자양7구역과 서초구 방배4구역 등 4개 현장은 일몰제 적용을 받지 않는 것으로 알려진다.

이는 일몰제가 현행 도시정비법상 정비구역 지정 이후 추진위가 승인된 지역을 대상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상기 4개 구역은 정비구역으로 지정되기 이전 추진위원회가 승인된 곳이기 때문에 일몰제를 적용받지 않게 된 것. 이와 관련 일률적인 법 적용을 위해 서울시와 국토부가 논의했지만 마땅한 해결방안을 구하지는 못한 것으로 알려진다.

따라서 오랜 시간 동안 조합설립을 이루지 못한 추진위라는 동일한 조건을 지녔지만 한쪽은 구역이 해제되고 다른 쪽은 그렇지 않은 상반된 결과가 초래된다는 것. 이는 결국 양측간 형평성 논란을 야기해 정부당국의 아킬레스건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정비사업 출구전략 재검토 필요

지난 2012년 1월 서울시는 정비사업의 출구전략에 해당하는 ‘뉴타운·재개발 수습방안’을 발표했다. 그 후 전체 683개소에 달하는 정비구역 중 393개 구역을 해제했다. 서울시는 해제지역을 대상으로 도시재생사업과 소규모 정비사업 등의 대안 모델을 제시하고 있지만 큰 호응을 얻지는 못하고 있다.

지난 3월 서울시의회는 ‘서울시 정비사업 출구전략의 한계 및 개선방안 연구’라는 이름의 연구용역을 의뢰했다. 시의회가 밝힌 바에 따르면 해제구역의 60%에 달하는 222개소가 기존 정비사업을 대체할 주거재생방안을 찾지 못해 관리계획 미수립 상태로 방치되고 있다.

더불어 건축물 노후화로 인한 안전사고가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어, 정비사업의 재추진에 대한 당위성이 증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정비사업을 통한 신규 아파트 공급이 급감하면서 아파트 가격상승의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는 등 정비사업 해제로 인한 부정적 효과에 대한 분석과 제도개선방안의 필요성이 증대되고 있다고 밝혔다.

시의회가 의뢰한 연구용역 결과만으로 정부당국의 규제 드라이브를 막아내기란 사실 불가능하다. 그러나 지자체 중 가장 강력한 서울시의회가 일몰제를 둘러싼 정부의 정비사업 규제 드라이브에 반론을 나타냈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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