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부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도입 방침” … 정비사업 전면중단 우려

정부가 분양가상한제 도입을 예고함에 따라 정비사업 시장이 혼돈에 빠지고 있다.

지난 10일 국회 대정부 질문에서 국토교통부 김현미 장관이 “분양가상한제 도입을 검토할 때가 됐고, 대상과 시기, 방법에 대해 면밀히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분양가 상승률이 서울 아파트 가격 상승률의 두 배가 넘는다”면서 “높은 분양가가 주변 부동산 가격을 끌어올리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현미 장관이 언급한 서울 아파트 가격상승의 주요 원인은 강남권 재건축 사업장을 시사하는 것으로 보인다. 최근 분양가상한제의 대용으로 활용했던 HUG(주택도시보증공사)의 분양보증 제도를 피해 강남 재건축단지가 후분양제로 선회함에 따라 이에 대한 대응방안으로서 분양가상한제를 꺼냈다는 것이 중론이다.

HUG의 분양보증 절차로 분양가를 통제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어 보다 직접적이고 확실한 통제수단을 도입하는 것으로 보인다. 김 장관은 “어떤 조건에서 언제 도입할지 언급하는 것은 빠르다. 시장 상황을 보고 말하겠다”고 밝혔다.

초과이익 부담금을 비롯해 갖가지 규제로 인해 꽁꽁 묶인 상황에서 분양가상한제마저 적용된다면 재건축 등 정비사업 시장의 전면적 중단 사태를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특히 분양보증을 회피해 후분양제를 선택한 재건축단지의 경우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된다면 사면초가의 위기에 처할 것으로 예상된다.

 

∥분양가상한제 현재는 적용되는 곳 없어

분양가상한제는 감정평가를 통해 산정된 토지비용에 정부가 고시한 기본형 건축비(건물 가격)와 가산비용(개별 아파트에 따라 추가된 비용)을 더해 분양가를 산정하는 것을 말한다. 현재 공공택지 아파트는 모두 분양가상한제 대상이어서 각 지방자치단체의 분양가심사위원회가 가산비를 포함한 분양가 적정성을 심사 및 승인하고 있다.

민간 분야에 분양가상한제가 도입되는 것이 처음은 아니다. 상한제는 주택시장 과열기인 지난 2007년 9월 도입됐지만 지난 2015년 1월 민간택지에 한해 분양가상한제를 적용하지 않는 법안이 시행되면서 대폭 축소됐다. 현재 분양가상한제는 공공택지 분양아파트만 적용되고, 민간택지 아파트는 자율적으로 분양가를 책정할 수 있다. 다만 몇 가지 요건에 해당할 경우 민간택지에도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된다.

첫째 3개월간 주택가격 상승률이 물가상승률의 2배를 초과하는 경우, 둘째 1년간 평균 분양가 상승률이 물가상승률의 2배를 초과하는 경우, 셋째 2개월간 청약경쟁률이 5대1 이상인 경우, 넷째 3개월간 주택거래량이 전년 대비 20% 이상 증가한 경우 등 네 가지 이다.

이 조건에서 첫 번째 조건에 해당하는 것을 전제로 나머지 세 가지 조건 중 하나라도 해당되면 상한제가 적용된다. 다만 위 조건에 포함돼 상한제가 적용된 민간택지는 한 곳도 없다.

 

∥적용기준 어떻게 바뀌나

분양가상한제 도입이 현실로 다가옴에 따라 적용기준이 어떻게 되는지 여부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현재로선 첫 번째 기준인 3개월간 주택가격 상승률이 물가상승율의 두 배를 초과하는 경우가 완화될 것으로 보인다. 나머지 세 조건 중의 하나에 포함되더라도 전제 조건인 첫 째 기준의 벽이 너무 높기 때문에 상한제 적용이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물가상승률의 두 배를 초과하는 경우’를 ‘물가상승률을 초과하는 경우’ 또는 ‘물가상승률의 1.5배를 초과하는 경우’ 등으로 변경한다는 것. 이밖에 물가상승률 대신 대출규제 등에 사용되는 투기과열지구나 투기지역 등의 기준으로 바뀌는 방안도 거론되고 있다. 적용지역의 경우 가격상승의 최대 원인으로 손꼽히는 강남3구는 확실시되고 있으며, 올 상반기 높은 청약경쟁률을 나타낸 광역시도 거론되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주택법 시행령상의 분양가상한제 적용 기준을 변경해 빠르면 이달 중 입법 예고에 들어갈 전망이나 세부적인 기준을 밝히지 않고 있다. 이와 관련 국토부측은 "분양가상한제에 대한 적용 기준을 아직 검토 중이나 상한제 도입 취지가 시장에 충분히 나타날 수 있도록 적용 기준 등을 손질할 것"이라고 말했다.

 

∥여론에 기댄 무리수 정책

분양가상한제 도입은 내년 총선을 겨냥한 정치적 셈법도 포함되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집값 안정이라는 미명하에 재건축․재개발에 대한 국민들의 부정적 인식을 등에 업고 온갖 규제를 쏟아붓고 있다.

분양가상한제 관련 실시한 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55%가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찬성하는 입장은 분양가상한제 확대를 통해 집값 상승을 막고 서민 주거환경을 안정시켜야한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경실련측 관계자는 “국민 40%가 내 집이 없는 상황에서 저렴한 아파트를 원하는 것은 당연하다”면서 “높은 분양가에 따른 부동산 불로소득으로 소득 격차가 벌어지면서 국민적 피로감과 불만이 여론조사를 통해 나타난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부동산 분야 전문가들은 공공주택에 대한 상한제 적용은 인정할 수 있지만 시장질서로 이뤄지는 민간 택지에 대해 인위적인 가격 통제는 옳지 않다고 주장하고 있다. 상한제가 적용될 경우 사업주체가 분양을 미루거나 포기함에 따라 아파트 공급이 크게 줄어들 것이라는 것. 게다가 소수의 분양자에게 막대한 시세차익이 발생하는 등 로또청약과 같은 부작용이 발생할 것이란 우려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강남권 등 특정지역에 대한 주택수요가 늘어나는 상황에서 공급을 중단할 경우 향후 가격 폭등이 예상된다는 것. 분양가상한제의 도입취지와는 상반된 결과가 우려되기 때문에 수요와 공급에 따른 시장논리로 접근해야한다는 반론이 거세다.

 

∥정비사업 최대쟁점 ‘적용대상’

분양가상한제 도입이 초읽기에 들어섬에 따라 정비사업 시장은 상한제 적용대상을 두고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정비사업의 특성상 어느 단계의 사업장부터 분양가상한제를 적용하는지 여부에 따라 조합의 운명이 갈리기 때문이다.

만일 관리처분인가를 받은 후 일반분양을 앞둔 사업장이 상한제 대상이 된다면 엄청난 파장이 예상된다. 특히 분양수익 극대화를 위해 후분양을 선택한 재건축단지의 경우 분양수입의 악화로 인해 사업추진을 보류하거나 사업계획의 전면적인 수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현행 기준에 의거 관리처분계획 인가를 신청하는 사업장을 대상으로 상한제가 적용된다 해도 심각하긴 마찬가지이다. 정비사업은 일반분양 수익을 통해 조합원 부담금을 상쇄시키는 구조를 지닌다. 분양가상한제로 수익성이 떨어지면 사업추진의 원동력을 잃어버릴 가능성이 높기에  정비사업의 미래가 불투명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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