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현 변호사 / 법무법인 산하

1. 사실관계

부산 진구의 A재개발조합 추진위원회는 2005. 6. 24. 주민총회를 개최하여 B주식회사를 시공사로 선정하였고, A 추진위와 B는 평당 280만원 가량으로 도급계약을 체결하면서 조합운영비 및 사업비에 대한 소비대차계약을 체결하였고, B는 추진위원장인 C 등 추진위원들과 이에 대해 연대보증계약을 체결하였다.

이에 따라 B는 2005. 2. 3.부터 2012. 6. 20.까지 A 추진위원회에 조합운영비 등 명목으로 14억 가량을 대여하였다.

그 후 A 추진위는 2014.경 토지등소유자 과반수의 해산동의에 의해 추진위 승인이 취소되고 정비구역 및 정비계획이 해제고시 되었다.

 

2. 당사자의 주장

원고인 B는 A추진위가 해산되었으므로 공사도급계약은 적법하게 해제되었고 대여금에 대한 이행기가 도래하였으므로, 연대보증인은 연대보증금 채무를 전액 지급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는 반면, 피고인 C 등 추진위원은, 이 사건 공사도급계약이 무효인 이상 소비대차약정도 무효이므로 연대보증채무가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3. 법원의 판단 (부산지방법원)

가. 이 사건 공사도급계약의 무효 여부

시공사의 선정은 조합총회의 고유권한이라고 봄이 상당하고, 구 도시정비법 제11조에서 주택재건축사업조합에 대해서만 사업시행인가를 받은 후 시공사를 선정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는 등의 사정만으로 달리 볼 것은 아니므로, 추진위원회 단계에서 개최한 토지 등 소유자 총회에서 시공사를 선정하기로 한 결의는 무효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대법원 2008. 6. 12. 선고 2008다6298 판결) 위 법리에 비추어 보건대, 시공사 선정 권한이 없는 이 사건 추진위원회가 구 도시정비법의 규정에 반하여 원고를 시공사로 선정한 결의는 무효이고, 이 사건 공사도급계약은 실질적으로 이 사건 추진위원회가 원고에게 시공사 지위를 부여하는 내용이므로 같은 이유로 무효라고 봄이 타당하다.

 

나. 이 사건 소비대차약정의 무효 여부

원고가 제출한 모든 증거들을 종합하여 보더라도, 이 사건 공사도급계약 당시를 기준으로 하는 원고 및 이 사건 추진위의 의사가 이 사건 공사도급계약이 없더라도 그와 무관하게 이 사건 소비대차약정을 별개로 체결할 의사였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으므로, 이 사건 소비대차약정 역시 무효라고 봄이 타당하다.

그 근거로, 원고 및 이 사건 추진위가 작성한 도급계약서 중 본문 부분에는 공사기간, 공사규모, 계약금액 등 공사도급계약에 관한 내용만 기재되어 있고 이 사건 소비대차약정에 대한 언급이 없으며, 이 사건 소비대차약정은 이 사건 계약서에 붙임서류로 첨부된 ‘공사도급(가)계약 일반조건’의 총 51개 조항 중 제14조, ‘공사도급(가)계약 특수조건’ 총 4개 조항 중 제2조에 규정되어 있다. 이러한 계약서의 형식에 비추어 보더라도 이 사건 소비대차약정은 이 사건 공사도급계약 내용의 일부를 구성하는 것으로 이 사건 공사도급계약의 존재나 유효한 성립을 전제로 한다고 할 수 있다.

앞서 본 이 사건 계약서의 공사도급(가)계약 일반조건 및 특수조건의 내용에 비추어 보면, 원고는 이 사건 추진위원회에 거액의 사업추진경비를 아무런 물적담보 없이 무이자로 대여하기로 하였는데 이는 일반적인 소비대차의 대여 조건에 비하여 매우 이례적이므로, 이 사건 소비대차약정은 원고가 이 사건 재개발사업의 시공사로 되는 것과 관련이 있다고 보는 것이 자연스럽다.

따라서 이 사건 소비대차약정이 무효이므로, 이 사건 소비대차약정에 기한 이 사건 추진위원회의 원고에 대한 채무는 소멸하고, 이를 주채무로 하는 피고들의 원고에 대한 연대보증채무 역시 보증채무의 부종성에 따라 소멸한다고 봄이 타당하다.

 

4. 결론

민법 제137조에 따르면 법률행위의 일부가 무효인 경우 전부가 무효인 것이 원칙이고, 무효 부분이 없더라도 계약을 체결하였을 것이라고 인정되는 경우, 무효가 아닌 나머지 부분은 유효로 인정된다.

이 사건의 경우. 계약 당사자가 모두 공사도급계약이 무효임을 알았더라도 소비대차약정을 체결하였을지에 대한 가정적인 의사를 기준으로 소비대차약정의 효력 여부를 판단하게 된다.

시공사인 B가 앞서 본 것과 같은 이례적인 조건으로 사업추진비를 대여하는 것은 B가 이 사건 공사도급계약에 의하여 분양수입금 등이 입금되는 공동계좌를 관리하면서 공사비와 사업추진비를 최우선 변제받아 가기 때문인 것으로도 볼 수 있는데, 이 사건 공사도급계약의 체결 당시 B가 이 사건 공사도급계약이 무효이어서 시공사의 지위를 취득하지 못하고 이 사건 재개발사업에 따른 분양수입금 등을 관리할 수 없게 되는 경우에도 그와 무관하게 이 사건 추진위에 독립하여 금전을 대여할 의사로 이 사건 소비대차약정을 하였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보인다.

따라서 이 사건 공사도급계약 뿐 아니라 금전소비대차약정 역시 무효로 봄이 상당하고 그것이 이 사건 계약체결 당시 당사자의 의사에 부합한다고 생각된다. 결국 B는 C 등 추진위원을 상대로 연대보증책임을 물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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