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강력 반발, BUT 임대주택공급 및 주거안정 등 설득력 갖춰
분양가 상한제 적용을 피하기 위한 ‘일반분양 통매각’ 방안이 정비사업의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정부가 강력하게 불가 입장을 밝히고 있는 가운데 임대사업자에게 매각하는 계약절차를 진행할 방침이어서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궁지 몰린 조합의 마지막 승부수
지난 2일 신반포3차․경남아파트 주택재건축정비사업조합(조합장=김석중)이 기업형 임대사업자 선정을 위한 입찰 공고를 냈다. 일반분양으로 예정된 346세대를 민간임대사업자에게 전량 매각하기 위해서다. 당초 신반포3차․경남 조합은 내년 3월경 일반분양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했으나 철거 중 구조․굴토심의로 인해 내년 하반기로 시기가 늦춰짐에 따라 내년 4월말까지 유예된 분양가 상한제 적용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조합으로선 막다른 골목에 처한 상황이다. 조합원 분양가가 3.3㎡당 4800만원이지만 상한제 적용시 일반분양가가 3천만원에 불과해 막대한 부담금을 떠안아야할 위기 상황이다. 설사 분양가 상한제를 적용받지 않는다 해도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분양보증 심사를 받아야 하기 때문에 위기를 면하는 것도 아니다. 그러나 임대사업자에게 전량 매각할 경우 6천만원 이상의 금액을 받을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통매각 방안을 추진하지 않을 수 없었다.
지난 10일 신반포3차․경남의 임대사업자 입찰마감 결과 ‘트러스트 스테이’가 3.3㎡당 6천만원에 입찰에 참여했다. 트러스트 스테이는 변호사를 중심으로 중개서비스를 위해 구성된 트러스트 부동산의 임대관리업체이다. 트러스트 스테이가 제안한 금액은 HUG 분양기준보다 1천만원 이상 높은 6천만원으로, 일반분양 346세대를 주택형별로 환산하면 전체 매각가는 약8천억원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계약 당사자가 나타남에 따라 신반포3차․경남은 오는 29일 임시총회를 열고 통매각 관련 조합원 동의 절차를 구할 계획이다. 상정안건은 정관변경, 관리처분계획 변경, 일반분양 매각에 대한 찬반 투표, 수의계약자와 계약서 승인 등 네 가지.
조합이 조합원에게 보낸 메시지에 따르면 절박한 심정이 잘 나타난다. 11월초 분양가 상한제 적용이 확실시 되기 때문에 일반분양 통매각 절차를 진행할 수밖에 없다고 한다. 그렇지 않으면 3천억원에 달하는 추가 부담금을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신반포3차 조합은 29일 총회에서 일반분양분에 대해 임대사업자와의 일괄매각을 의결하고, 30일 관리처분계획 변경 신고와 함께 임대사업자와 수의계약을 체결할 방침이다. 이처럼 조합이 매각 절차를 서두르는 이유는 현행 법령상 분양가 상한제 적용 주택은 임대사업자에게 매각할 수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상한제 시행 시기인 11월이 오기 이전에, 상한제 적용지역으로 지정되기 이전에 통매각을 실현시킬 계획이다.
이후 추진 절차로는 임대사업자는 입주시까지 8천억원을 조합에 분할 지급하고, 8년간 임대주택으로 운용하며 해당수익으로 이자비용을 감당하게 된다. 8년 이후 이를 되팔아 차익을 보전한다는 구상이다.
∥“일반분양 통매각, 인가 아닌 신고사항”
<민간임대주택에 관한 특별법> 제18조 제6항에 따르면 ‘주택법 제54조에 따른 사업주체가 주택을 공급하는 경우에는 같은 조 제1항에도 불구하고 그 주택을 공공지원 민간임대주택 또는 장기일반 민간임대주택으로 운영하려는 임대사업자에게 주택(같은 법 제57조에 따른 분양가상한제 적용주택은 제외한다.) 전부를 우선적으로 공급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즉, 분양가 상한제 적용되기 이전이라면 민간임대사업자에게 매각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의미이다. 이와 관련 정부당국은 ‘일반분양 통매각이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국토부 관계자에 따르면 일반분양을 통매각하는 것은 종전자산 처분에 관한 사안으로 관리처분계획 변경이 필요하기 때문에 구청의 인가를 받아야 한다는 것.
관리처분계획 이전 단계에서도 사업시행계획에 따른 임대물량이 나와 있기 때문에 이 역시 변경 인가를 받아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따라서 이 같은 변경 절차를 거치지 않으면 총회 결의를 구하고 임대업자와 계약을 체결한다고 해도 유효하지 않다는 입장이다.
서울시 입장도 다르지 않다. 일반분양 통매각이 유효하려면 조합 정관부터 사업시행계획, 관리처분계획 등의 변경 인가가 필요하기 때문에 이런 절차 없이는 불가능하다는 의견이다.
정부당국의 강력한 반대 입장에도 불구하고 조합측은 통매각이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신반포3차․경남 조합 관계자는 “기존 일반분양이 아닌 임대사업자에게 매각하기 때문에 사업계획 변경 등의 절차가 필요하지만 조합원 부담금이 늘어나는 것이 아니라 줄어드는 등 경미한 변경사항에 해당하기 때문에 ‘인가’를 받아야하는 것이 아니라 ‘신고’하는 것으로 충분하다”고 밝혔다.
∥임대주택공급 등 정부정책과 일맥상통
“일반분양 통매각은 임대주택 공급과 주택시장 안정 등 정부의 주택정책에 부합하는 면이 상당하다”
최근 일반분양 통매각 방안이 주택시장에 미치는 긍정적인 영향을 중심으로 적극적인 청원 활동이 진행되고 있다. 미래도시시민연대는 청와대 국민청원을 통해 “일반분양 통매각 방안은 주택수요가 높은 선호지역에 양질의 임대주택을 대량으로 공급할 수 있으며, 장기적으로 주택시장 안정에 일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해당 청원에 따르면 “정부가 특별법 제정 등으로 적극 추진 중인 뉴스테이 정책을 조기에 정착시키고, 중산층이 선호하고 수요층이 두터운 거점 지역에서의 장기민간임대주택 물량을 대량으로 공급할 수 있도록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적용지역의 ‘재개발․재건축․리모델링․소규모정비사업’의 일반분양 주택을 장기임대주택으로 일괄매각할 수 있도록 허용해야 한다”는 것.
수요자가 선호하는 주요 지역에 양질의 임대주택을 8년 이상 시장가격의 80% 이하 수준으로 대규모로 공급하게 되면 국민의 주거안정과 중산층 임대시장 안정 등을 비롯해 장기적으로 주택가격 안정에 기여할 수 있다는 의견이다.
또한 수분양자가 개발이익 상당을 독점적으로 향유하게 되는 ‘로또분양’의 문제점을 차단하고, 차후 시세차익 상당액을 종합부동산세로 환수할 수 있다는 장점도 소개했다. 아울러 사업성이 열악해 추가 부담 없이는 사업을 추진할 수 없는 대부분의 정비사업장에서 조합원 부담을 완화함에 따라 이론상 존재하는 원주민 재정착에도 실질적 지원이 될 수 있을 것으로도 전망했다.
미래도시연대측은 위와 같은 이유로 분양가 상한제 적용주택도 민간임대주택으로 공급할 수 있도록 <민간임대주택에 관한 특별법> 제18조 제6항 개정을 촉구하고 있다.
분양가 상한제를 적용받지 않기 위한 조합의 움직임에 정부가 단호한 반대 입장을 보이고 있지만 일반분양 통매각 방안이 지닌 순기능에 대해 정부로서도 재고의 필요성이 있다. 정부의 주택정책과 공통점이 있다는 것을 부인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정비사업 일반분양분이 임대사업자에게 매각돼도 해당 물량은 최소 8년 이상 분양이 아닌 임대주택으로 활용된다. 따라서 정부가 우려하는 재건축 등으로 인한 가격상승의 여지가 애초에 차단된다. 향후 분양이 된다 해도 공사기간 등을 감안하면 10여년 이후에나 가능하기에 오히려 주택시장 안정 및 연착륙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더군다나 강남권 등 주거수요가 높은 곳에 양질의 임대주택을 공급하는 취지는 그간 정부가 줄기차게 주장해왔던 것으로서 마다할 이유가 없다. 정부로서는 ‘묻지마’ 반대 입장을 고집하기 보다는 나무가 아닌 숲을 보는 혜안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