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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주택 리모델링사업, ‘봄은 오는가’
특집기획 - 정비사업 대안, 과연 가능한가 ①
2020년 03월 27일 (금) 15:45:35 김진성 기자 kjs@rcnews.co.kr

#. 얼마전 공동주택 리모델링 시장에 반가운 소식이 들려왔다. 서울시 송파구 성지아파트가 최근 국내 최초로 수직증축 리모델링 사업계획승인을 받았다는 소식이다. 2013년 수직증축 리모델링이 허용된 지 6년여 만의 일이다.

성지아파트는 수직증축을 통해 기존 지상 15층 2개동 298세대에서 지상 18층 2개동 340세대로 리모델링한다. 기존 전용면적 66㎡, 84㎡는 각각 80㎡, 103㎡로 넓어지며, 늘어나는 42세대(전용면적 103㎡)는 일반분양된다. 올해 하반기 거주민 이주가 완료되면 내년 초 착공할 계획이다.

 

주택시장에서 공동주택 리모델링사업이 또 다시 급부상하고 있다. 최근 재건축사업이 각종 규제 등으로 인해 주춤거리고 있는 상황인데다가 수직증축 리모델링 또한 가시화되기 시작해 다시 한 번 활성화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는 모습이다. 실제로 최근 집값이 급상승한 수원시 등에선 리모델링 추진위원회가 잇따라 발족하고 있기도 하다.

 

∥공동주택 리모델링사업, 어떻게 진행돼 왔나?

리모델링은 ‘건축물의 노후화를 억제하거나 기능 향상 등을 위해 대수선하거나 건축물의 일부를 증축 또는 개축하는 행위’를 말하는데, 지은 지 오래된 건축물을 대상으로 재투자함으로써 부동산가치를 극대화한다는 점에서 ‘제2의 건축’이라고도 한다.

공동주택 리모델링의 역사는 20여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980년대 말에서 1990년대 초 지어진 공동주택들이 노후화 조짐을 보이기 시작하자 리모델링에 대한 이야기가 활발하게 나오기 시작한 것이 바로 2000년대 초다.

리모델링 관련 법규들도 이 시기에 등장한다. 2001년 9월 15일 건축법 시행령이 개정되면서 “사용승인을 얻은 후 20년 이상 경과돼 리모델링이 필요한 건축물인 경우 건폐율‧높이 제한 등의 건축 기준을 완화해 적용한다”는 내용이 포함됐으며, 2003년 11월 30일 시행된 주택법에 리모델링 주택조합의 설립근거와 매도청구권, 행위허가 등의 용어가 규정됐다.

특히, 공동주택 리모델링사업이 세간의 이목을 끌었던 이유의 중심에는 다름 아닌 ‘재건축 규제’가 있었다. 안전진단 강화나 재건축 연한 연장 등 각종 규제들로 인해 재건축사업이 어려운 상황에 빠지면서 각 건설사들이 공동주택 리모델링에 눈을 돌리기 시작했고, 재건축사업이 어려워진 단지들이나 주거환경 개선을 염두에 뒀던 단지들도 이러한 분위기에 발맞춰 시공자를 선정해 본격적인 사업진행에 나섰다. 정부도 ‘녹색성장’ 바람과 함께 리모델링사업을 적극 독려했다.

하지만, 리모델링사업 역시 결코 녹록지만은 않았다. 혼재된 관련법들로 인해 사업 추진에 혼선을 빚었던 것은 물론이고, 세대수 증가가 없다보니 사업성도 담보하기 힘들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각 건설사들도 하나둘씩 리모델링사업에서 손을 떼기 시작했고, 재건축 규제의 완화와 함께 “조금 더 기다렸다가 재건축사업을 진행하자”는 목소리도 커졌다.

이에 리모델링사업을 진행하려는 공동주택 주민들은 2009년 ‘1기 신도시 리모델링연합회’, ‘범수도권리모델링연합회’ 등을 조직해 “사업성을 향상시켜 달라”, “사업이 원활히 진행될 수 있도록 법‧제도를 개선해 달라”고 꾸준히 요구해왔다.

 

∥ 수직증축 허용 등으로 숨통 트였지만 …

그러던 중인 지난 2013년, 공동주택 리모델링 시장에 희소식이 전해졌다. 관련법이 개정돼 그동안 사업성 향상을 위해 꾸준히 요구해 오던 ‘수직증축’이 현실화된 것이다.

당시 개정된 주택법은 리모델링 시 세대수 증가를 기존 세대수의 10%에서 15%로 확대하고 최대 3개 층까지 수직증축을 허용하는 내용을 담았다.

또한 하위 법령인 시행령 및 시행규칙은 수직 증축 리모델링과 관련해 신축당시 구조도면이 있는 경우에 한해 15층 이상은 최대 3개 층, 14층 이하는 최대 2개 층까지 수직증축을 허용하는 내용이 명시됐다.

이와 같은 법개정에 많은 사람들은 “공동주택 리모델링 시대가 문을 열었다”며 리모델링의 봄을 예견했다. 실제로 이시기 리모델링 대상 단지들에서 진행된 사업설명회는 수많은 사람들의 참여로 성황리에 진행됐을 정도로 주민들의 호응도 극에 달했다. 최근 사업계획 승인을 받은 성지아파트도 2008년부터 조합을 결성해 리모델링을 추진해왔으나, 당초 추진했던 1:1 리모델링사업으로는 사업성이 떨어져 추진에 속도를 내지 못하다가 수직증축으로 노선을 변경하면서 속도를 내기 시작했었다.

하지만, 이게 웬걸. 법개정이 채 1년도 되지 않은 시점에서 정부는 2014년 9월 1일 ‘주택시장 활력회복 및 서민주거안정 강화방안’(9.1 부동산대책)을 발표했다. 당시 대책은 ‘부동산 규제완화 종결자’라고까지 불릴 정도로 많은 규제완화책을 담고 있었는데, 무엇보다 재건축연한을 최장 30년으로 단축해 기존보다 최대 10년 앞당겨 재건축사업을 진행할 수 있도록 한 것이 리모델링 시장에 직격탄이 됐다. 이와 같이 대책이 나오자 리모델링에 찬성했던 주민들 사이에서도 “조금만 기다렸다가 재건축사업을 하는 것이 나은 것 아니냐”는 목소리 어김없이 나왔기 때문이다.

이후 2016년, 내력벽을 일부 철거할 수 있는 방안이 마련돼 사업진행 시 평면변화가 가능해진 호재가 있긴 했지만, 리모델링사업은 재건축사업의 규제 여부에 따라 주목도가 달라졌을 뿐 크게 탄력 받지 못하고 현재에 이르렀다.

 

∥ 리모델링을 바라보는 시각 달라져야

재건축사업에 비해 규제의 영향을 덜 받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공동주택 리모델링사업이 탄력 받지 못했던 가장 큰 이유는 역시 사업성 때문이다. 수직증축이 가능해지면서 발생한 일반분양분으로 가구별 추가부담금이 일부 감소하긴 했지만, 일반분양가를 보장할 수 있는 서울 강남권 등을 제외하면 여전히 불안한 측면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또한, 리모델링으로 건물을 신축하더라도 단지 배치 자체에는 변화가 없다는 것도 단점으로 지적된다. 오히려 기존 위치에서 위와 옆으로 퍼진 구조가 될 수밖에 없는 탓에 동간거리 문제나 경관, 일조권, 사생활 보호 측면에서 약점이 될 수도 있다.

특히, 많은 사람들은 공동주택 리모델링사업이 발전하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로 ‘재건축사업의 대안’ 정도로 바라보는 시각을 꼽는다.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막연하게 재건축사업을 진행하면 무조건 큰 이익을 볼 수 있다는 생각을 하면서 재건축을 하지 못해 어쩔 수 없이 리모델링사업을 추진하는 탓에 재건축사업에 대한 규제 여부에 따라 일희일비하게 되고, 관련 법‧제도도 제대로 정착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다.

사실, 진정으로 ‘공동주택 리모델링 시대’를 열기 위해서는 최초 지을 때부터 리모델링을 염두에 둬야 한다. 그래야만 차후 리모델링을 하더라도 비용과 시간, 안전성 문제를 해결하기 쉽기 때문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건축법령에서 리모델링이 쉬운 구조의 공동주택 건축을 촉진하기 위해 리모델링이 용이한 구조로 건축허가를 신청하면 용적률 및 높이제한 등에 특례를 보장함에 따라 최근에는 리모델링을 염두에 둔 공동주택들이 들어서고 있다는 점이다.

많은 전문가들은 “우리나라도 선진국형 주택관리 중심시대로 진입하고 있는 만큼 기존 건축물의 적절한 활용과 노후화 억제 및 기능향상을 통한 주택 수명연장, 유지에서 관리, 보수, 리모델링으로 이어지는 주택관리 정책이 요구된다”고 강조하고 있다.

공동주택 리모델링사업이 재건축사업의 대안이 아닌, 주거환경을 개선하는 또 하나의 방안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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