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련 판례, 총회 추인시 정비업체 승계 유효 … ‘설계업체와 역차별’ 헌법상 비례원칙 어긋나

공공지원제를 둘러싼 실효성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공공지원제에 대한 실효성 논란은 사실 도입 당시부터 있어왔지만 지금도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추진위에서 선정한 정비사업전문관리업자(이하 정비업체)의 조합 승계 부분이다. 통상 이 부분에 대해서는 조합설립을 위한 창립총회에서 추인 결의를 통해 승계 과정을 해결해왔다.

하지만 작년 말 국토부와 법제처 등 정부당국이 승계절차를 불허하는, 이해하기 어려운 유권해석을 내리면서 조합과 업계 관계자들을 혼란에 빠트리고 있다. 더군다나 정비업체와 같이 추진위 단계에서 선정하는 설계업체는 조합 승계를 허용하고 있어 ‘역차별’ 논란을 키우는 실정이다.

 

∥정부 “정비업체 조합 승계 NO, 설계자는 OK”

법제처 유권해석에 따르면 추진위원회는 추진위 업무범위 외에 조합의 업무범위에 속하는 업무를 정비업체에게 위탁하거나 자문을 구할 수 없으며, 시공사 선정과 같은 조합의 업무범위에 속하는 사항에 대해서는 조합이 총회 의결을 거쳐 정비업체를 선정해야 한다고 한다.

일견 당연한 해석인 듯 보이지만 창립총회에서 총회 추인을 거쳐 정비업체 지위가 유지되는 것과는 전혀 다른 의미이다. 즉 조합 업무범위에 해당하는 사항을 진행하기 위해서는 입찰절차를 거친 후 최종적으로 총회 의결을 거쳐야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이와 관련 국토교통부와 서울시간 질의회신을 보면 정비업체와 설계자에 대한 조합 승계 여부에 대해 상반된 평가를 내리고 있다. 회신 내용에 따르면 ‘추진위원회 운영규정’에 의거 추진위원회 단계에서 정비업체의 업무범위를 명확히 규정하고 있기 때문에 동 업무범위를 초과해 선정된 정비업체는 조합에 승계되지 않는 것으로 밝혔다.

반면 설계자의 경우 추진위에서 선정한 설계자는 그 업무범위를 동 운영규정에서 명시적으로 규정하고 있지 않고, 설계 업무의 특성상 정비사업 전반에 걸쳐 연속적으로 이어지는 것이므로 추진위에서 선정한 설계자의 업무범위를 추진위 단계로 한정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냈다. 즉 설계자는 조합 승계에 하자가 없다는 해석이다.

이와 관련 법무법인(유) 현 김래현 변호사는 “업무의 연속성 등을 고려한다면 정비업체 또한 추진위원회부터 조합설립인가, 사업시행인가, 관리처분인가, 이주·철거, 착공 및 입주 등 정비사업 모든 단계에 이른다”며 “국토부는 추진위의 주민총회와 조합설립 후 조합원 총회간 구성원과 정족수 등이 다르다는 것을 배경으로 밝혔지만 명확한 법적 근거 없이 설계자와 정비업체를 다르게 취급한 근거로써는 논리적 뒷받침이 부족하다”고 평가했다.

 

∥법조계 “추진위 선정 정비업체, 총회 추인시 유효”

통상적으로 추진위 단계에서 선정한 정비업체의 조합 승계 부분에 대해서는 총회 추인을 거쳐 적법성을 보장해왔다. 업계 전문가와 법조계에 따르면 총회 추인을 통한 승계절차가 유효하다는 입장이다.

그 사유로는 먼저 ‘정비사업 계약업무 처리기준’에 의거 선정된 정비업체와 설계자의 경우 조합원 총회에서 같은 절차와 방법으로 선정되는 만큼 선정절차와 방법이 같기 때문에 추인 결의가 아닌 재선정 절차를 거쳐야 한다면 무의미한 절차의 반복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또한 추진위 운영규정이 재원 조달 방법으로 정비업체로부터 자금 차입을 규정하고 있는 점은 초기 단계에서의 지원이 선정의 중요한 기준이 될 수 있다는 점이다. 따라서 추진위 단계에서의 선정이 일부 무효라 해도 재선정 절차 없이 추인 결의로 정비업체를 선정하는 것에 법적 하자가 없다고 여겨야 할 것이다.

법무법인 산하 이재현 변호사는 “도시정비법은 조합을 추진위를 승계한 존재로 보고 있고 판례 또한 이를 수긍하고 있다”면서 “추진위원회의 권리 의무가 조합에 포괄승계 된다는 점에서 업무 관련성을 찾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는 추진위와 조합은 업무를 분리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에 입법과 사법적으로 모두 추진위와 조합을 하나의 법률적 주체로 취급할 수밖에 없다는 것.

이어 “정비사업전문관리업자 제도는 민간 정비사업조합에 의한 정비사업의 한계와 문제점을 극복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로 도입된 만큼 시공사, 철거업자, 감정평가사 등 다른 협력업체와 기능적으로 명확히 구별되는 차이가 있다”고 했다.

아울러 “추진위는 조합의 사전 과정이고 조합과 분리해 독립된 의미를 갖는 단체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법률상 추진위원회와 조합이 구분돼 있다거나 각 의결의 대표성 등을 이유로 기계적으로 정비업체의 업무기간을 구분하는 것에 의문이 있다”고 덧붙였다.

이재현 변호사는 “정비업체가 조합의 보완기능을 수행하고 있는 만큼 정비사업의 효율성과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정비업체의 업무기간의 연속성 역시 보장하는 것이 입법적 의도에 합치한다”면서 “조합의 업무와 업무관련성이 인정되는 업무는 최대한 폭넓게 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며, 추진위원회 단계에서 사업완료시까지의 업무를 진행할 정비회사를 선정하는 것을 원천적으로 차단하는 것은 과도한 침해로 보인다”고 밝혔다.

 

∥설계사 비교 역차별 논란

법무법인(유)현 김래현 변호사는 설계업자와 비교해 정비업체에 대한 과도한 제재는 헌법상 비례원칙에 어긋난다는 의견을 밝혔다. 김 변호사는 “이 사안은 정비업체의 업무 연속성을 보장해 정비사업의 효율성을 제고하는 것과 추진위와 정비업체간 유착을 방지하는 투명성을 제고하는 것을 비교 형량해 어떤 가치를 우선순위로 둘 것인지에 대한 문제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다시 말해 국토부와 법제처 유권해석은 정비업체와 설계자를 유사하게 취급함에도 정비업체에게만 부당하게 과도한 제재를 가하는 측면이 있다는 것이다. 정비사업의 투명성을 제고하고자 업무 효율성을 지나치게 저해하는 수단을 택했으며, 더욱이 그 수단이 정비사업 투명성 제고에 일조하는지조차 불분명한 점을 고려하면 당국의 유권해석은 도시정비법의 입법의도를 왜곡한다는 의견이다.

김래현 변호사는 “조합설립인가 이후 정비업체를 재선정해야하는 의무를 부과하는 것 또한 조합의 계약체결의 자유를 침해하는 요소가 있으며, 입찰을 통해 계약자를 선정해야하는 제도적 특성상 정비업체 교체로 인한 업무의 연속성이 저해되는 취약점이 있다”고 덧붙였다.

저작권자 © 주거환경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