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재건축 이주 절차 단축 전망 … 이주 지연에 따른 손해배상 청구 가능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제81조 제1항 본문 중 재건축사업구역내 임차권자에 관한 부분은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한다.”

지난 23일 헌법재판소(이하 헌재)가 ‘재건축사업에서의 세입자 손실보상’ 관련 ‘손실보상 의무가 없다’고 결정했다. 이번 헌재 결정으로 재건축 정비사업을 위한 이주 및 철거과정에서 불거져왔던 세입자 보상 논란이 해소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차후 사업기간이 단축될 것으로 전망된다.

 

∥도시정비법 제81조 제1항 단서 제2호

이번 사건은 지난 2017년 12월 관리처분계획 인가·고시된 방배6구역 재건축조합이 임차인을 상대로 점포의 인도를 구하는 명도소송을 제기한 데에서 비롯됐다.

임차인은 ‘손실보상 등이 선행 또는 동시에 이행되어야만 인도 청구에 응할 수 있다’는 취지로 주장했고, 조합은 ‘손실보상이 완료되지 않은 경우 임차권자의 사용·수익이 중지되지 않는다고 규정한 도시정비법 제81조 제1항 단서 제2호는 재건축사업에 적용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상기 소송을 담당한 서울중앙지법이 직권으로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함에 따라 헌재 결정이 이뤄지게 됐다. 심판대상조항인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제81조 제1항 단서 제2호는 다음과 같다.

제81조(건축물 등의 사용ㆍ수익의 중지 및 철거 등) ① 종전의 토지 또는 건축물의 소유자·지상권자·전세권자·임차권자 등 권리자는 제78조제4항에 따른 관리처분계획인가의 고시가 있은 때에는 제86조에 따른 이전고시가 있는 날까지 종전의 토지 또는 건축물을 사용하거나 수익할 수 없다. 다만,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개정 2017. 8. 9.>

2.「공익사업을 위한 토지 등의 취득 및 보상에 관한 법률」에 따른 손실보상이 완료되지 아니한 경우

서울중앙지법이 위헌심판을 신청한 이유는 다음과 같다. 먼저 “<공익사업을 위한 토지 등의 취득 및 보상에 관한 법률(이하 토지보상법)>상 권한이 부여되지 않은 재건축사업에는 적용 또는 유추 적용되지 않아 임차인들에게는 손실보상청구권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것.

따라서 “임차인이 실질적으로 사용·수익을 전혀 할 수 없게 된 경우와 같이 사회적 제약의 범주를 벗어나는 경우에도 아무런 보상적 조치를 인정하지 않는 것은 재건축사업의 임차인의 재산권을 침해하는 것”이며 “재개발사업의 임차인은 토지보상법에 따른 보상을 받는데, 재건축사업의 임차인은 현실적으로 어떠한 보상도 받지 못하는 것은 재건축사업의 임차인을 불합리하게 차별하는 것으로서 평등원칙에 위배된다”고 주장했다.

 

∥헌법재판소 합헌 근거는?

서울중앙지법이 제청한 위헌심판 이유에 대한 헌재의 판단은 다음과 같다.

첫째 “손실보상 부담 주체 측면에서 볼 때, 도시정비법은 주거환경개선사업 이외의 정비사업의 시행자를 원칙적으로 토지등소유자로 구성된 조합으로 하고 있는데, 재개발사업의 경우 강제가입제를 취하고 있기에 상가임차인에 대한 영업손실보상의 부담은 사업시행자 비용부담의 원칙에 따라 결국 전 조합원의 부담으로 돌아가게 된다”고 했다.

그러나 “재건축사업의 경우 그 사업에 동의한 자만이 조합원이 되므로 만약 임차인의 영업손실을 보상하게 될 경우 그 부담은 사업시행에 동의한 토지등소유자에게 돌아가게 되는데, 토지등소유자인 임대인이 재건축사업에 동의하지 않은 경우 임대차계약관계와 아무런 관련이 없는 제3자가 임차인의 영업손실의 보상의무를 부담하게 된다는 점에서 문제가 있다”고 했다.

둘째 “임차권은 사적 자치의 원칙이 적용돼 그 내용과 형태 및 설정방식 등이 다양해 일률적으로 보상의 필요성 여부를 단정하기 어렵고, 재건축사업은 관리처분계획인가시까지 수년에 걸쳐서 이뤄지는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재건축사업이 예정돼 있거나 진행 중인 구역 내에 있는 건물을 임차하는 경우 임차인은 향후 재건축사업으로 사용·수익이 중지될 것을 예정하고 이를 차임 등에 반영해 임대차계약을 체결할 수 있으며, 이 경우 임차인은 저렴한 차임의 혜택을 누리면서 보상의 필요성이 없는 계약관계를 형성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셋째 “건물 소유주인 임대인조차도 재건축사업의 조합원이 될지 여부가 불확실한 상황에서 임차인의 복잡 다양한 사정까지 고려해 어느 경우에 수인의 한계를 넘었는지 예상하고 미리 보상규정을 마련한다는 것은 매우 비효율적일 뿐만 아니라, 만약 법률이 이처럼 예측하기 어려운 법률관계에 개입해 임차인에 대한 영업손실보상을 강제할 경우 획일적이고 현실성 없는 보상규정으로 말미암아 자칫 보상의 실효성을 떨어뜨릴 수 있고, 영업손실보상의 부담과 관련해 구상문제 등을 일으켜 새로운 분쟁을 초래할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또한 “이런 분쟁으로 손실보상이 지체되면 사업시행자는 결국 기존 건축물을 철거하고 공사에 착공할 수 없게 돼 재건축사업의 원활한 진행에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넷째 “임대인과 임차인은 재건축사업이 진행되고 있는 건축물에 대해서는 특약사항이 포함된 임대차계약을 체결하는 방식으로 충분히 이해관계를 조정할 수 있고, 실제 당해사건 원고가 제출한 임대차계약서들을 보더라도 조합의 사업시행구역 내에 있는 수많은 임차인들이 재건축으로 이주 및 퇴거가 실시되면 조건 없이 명도한다는 특약사항을 기재하고, 대신 임차료가 낮게 형성된 재건축지역에서 낮은 차임이라는 경제적 이익을 누린 것으로 보이며, 이 사건 임차인들 역시 상당한 기간 동안 저렴한 차임의 이익을 누린 것으로 보이므로, 사적 자치에 의한 이익 조정이 불가능하다거나 현실적이지 않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상기 사유들은 ‘재산권 침해의 최소성’에 대한 내용으로서 헌재는 서울중앙지법이 위헌심판 제청이유로 밝힌 평등원칙의 위배 여부와 재산권 침해 여부를 함께 검토한 것으로 밝혔다.

 

∥이주지연, 손해배상으로 대응책 열려

세입자 손실보상 여부가 오랫동안 논란의 대상이 된 까닭은 정비사업의 핵심이 시간싸움이라는 데에 있다.

관리처분계획이 인가·고시되면 이주를 진행하게 되고, 이 과정에서 엄청난 규모의 이주비 대출이 이뤄진다. 만일 세입자 문제 등으로 인해 이주가 지연될 경우 단지 규모에 따라 수십억에서 수백억원에 달하는 금융비용이 발생해 조합이 막대한 손실을 받을 수밖에 없는 구조다.

명도소송을 진행한다 해도 당장의 결과가 나오는 것이 아니라 2~3년 이상 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에 결국 이주지연에 따른 손실을 피할 수 없는 현실이다. 일부 악의적인 세입자인 경우 이런 약점을 이용해 고의로 이주를 거부하는 사례도 상당하다. 조합으로선 수백억원에 달하는 금융비용 손실보다는 차라리 세입자 요구를 들어주는 것이 효율적인 선택일 수 있다.

그러나 지난 달 헌재가 재건축사업에서 세입자 손실보상 의무가 없다는 결정을 내림에 따라 기존의 악습은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 고의적인 미이주 세입자를 대상으로 사업지연에 대한 책임을 물어 손해배상 청구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일단 이번 헌재 결정의 대상자였던 방배6구역의 경우 일부 조합원들이 미이주 세입자를 대상으로 손해배상 청구를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조합은 급선무인 이주 절차 진행을 우선하고 있다는 입장이지만 손해배상을 반대하고 있지는 않다. 이와 관련 방배6구역 조합 관계자는 “일부 조합원이 손해배상 청구를 요구하고 있지만 일단은 당면과제인 이주 절차에 신경을 쓰고 있다”면서 “손해배상 여부는 전체 조합원 의견수렴을 비롯해 사회적인 분위기 등을 고려해 판단되어야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번 헌재 결정에 참여했던 법무법인(유) 현 김래현 변호사는 “이번 헌재결정 등을 계기로 재건축사업에서 세입자 손실보상에 논란이 줄어들 것으로 기대한다”면서 “미이주 세입자로 인해 사업이 지연된 경우 충분히 손해배상 청구가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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